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G-시네마③] <숲속의 부부> 전규환 감독 & <괴물들> 김백준 감독
장영엽 사진 오계옥 2017-10-16

#사각지대의_인물들 #해고노동자 #학교폭력

전규환, 김백준 감독(왼쪽부터).

<숲속의 부부>의 전규환 감독과 <괴물들>의 김백준 감독은 경계에 위치한 인물들에 대한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왔다. 상업영화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주변부의 이야기를, 1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만들어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극장에 걸기는 쉽지 않은 지금의 한국영화 생태계에서, 두 감독이 고군분투하며 지켜온 다양성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숲속의 부부>는 해고노동자가, <괴물들>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청소년이 주인공이다.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인 인물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뭔가.

=전규환_ 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 9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돌이켜보면 내가 만든 모든 영화에 무의식적으로 비정규직과 난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나 싶다. 이제는 그런 영화를 만들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영화를 찍다보면 노동자 이야기를 하고 있다. (웃음)

=김백준_ 작은 영화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주변부에 위치한 인물, 경계에 있는 사람들에 관심이 가는 것 같다. 학교폭력 문제를 다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지난 2010년 신문기사에서 ‘빵셔틀’(중·고등학교에서 힘센 학생들의 강요로 빵이나 담배 등을 대신 사다주는 행위나 그 행위를 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이라는 폭력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부터다. 전작 <작별들>을 만들며 학교폭력에 관심을 가지게 된 영향도 있었다.

-이번 영화의 도전 과제가 있었다면.

전규환_ 처음 섭외했던 장소가 취소되면서 기존에 생각했던 대로 영화를 못 찍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시나리오를 없애고 기본적인 설정과 캐릭터의 감정만으로 영화를 찍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숲에 간다, 이것이 <숲속의 부부>의 기본 설정이다. 당시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고 김성민 배우가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던 시기였는데, 그의 절절한 마음이 영화에 그대로 반영됐더라. 준비된 이야기에 따라 동선을 세팅하는 방식보다 상황을 던지고 배우의 움직임을 좇는 방식이 이번 영화에 더 적합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백준_ 5년간 준비한 작품이라 촬영을 시작하는 순간의 희열이 컸다. <괴물들>은 배우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작품이다. 이 영화에 세명의 캐릭터가 나오는데, 그중 한 캐릭터가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여성이다. 모니터링에서 이 캐릭터가 너무 희생적이고 수동적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았었는데, 영화를 촬영하며 배우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최근에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촬영하면서 극복하기는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에 자기반성을 좀 하고 있다.

-오랫동안 독립영화 작업을 해온 연출자로서 다양성영화의 제작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느끼나.

김백준_ 처음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17∼18년 전만 하더라도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다. 요즘은 제작은 많이 하지만 영화를 상영할 기회를 잡는 게 너무 어려워졌다. 배급사를 잡고 상영관을 확보하는 일이 창작하는 사람이 가늠할 수 있는 영역의 문제가 아니더라. 다행히 배급사를 찾으면 좋지만 찾더라도 독립영화는 프라임 시간대에 극장 상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거의 없어져버리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들이 갈수록 더 심화되고 있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전규환_ VOD라든지 IPTV라든지, 예전에는 영화를 만들면 소개할 수 있는 나름의 창구가 있었다. 그런데 이 부가판권 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똑같은 독과점을 하기 시작했다. 내 영화가 새롭게 온라인 VOD 시장에 걸리더라도 첫 페이지에 있어야 하는데 서너 페이지 뒤에 있고, 며칠 만에 열 페이지 뒤로 밀려난다. 이미 극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상업영화들이 부가판권 시장에서도 똑같이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는 거다. 이런 상황이니 창작자 입장에서 얼마나 분하고 답답하겠나. 영화산업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전방위적으로 점검을 해야 할 시점이다.

-다양성영화를 위한 제언을 한다면.

전규환_ 3년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여개의 영화펀드가 적게는 300억원, 많게는 700억~800억원씩 운영된다는데 이들 펀드의 자금 대부분이 상업영화로 흘러들어간다. 요즘 독립영화하는 사람들은 5, 6명으로 고군분투하며 영화를 찍는데, 5억원이면 30, 40명의 스탭들을 꾸리고 보다 수월하게 영화 작업을 할 수 있다. 한국영화계의 다양성을 살리고 싶다면 현재 조성된 펀드의 10분의 1이라도 다양성영화에 투자해야 한다. 비슷비슷한 상업영화에 투자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김백준_ 9년 전 정권이 바뀌며 영화인들에게 직접 제작비를 지원하는 제도가 폐지되고 완성된 작품을 보고 선별해서 간접적으로 지원해주는 방식이 되었다. 당시에는 선택과 집중이라고 표현했지만 결과적으로 지원금이 편중되는 현상이 굉장히 많이 벌어졌다. 그런 것들을 되돌려야 한다. 공공 영역에서 바꿀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

<숲속의 부부>는 어떤 영화?

삶의 나락을 경험한 해고노동자의 고통을 판타지 스릴러로 표현한 작품. 일자리를 잃은 성민(김성민)은 머물 곳을 찾아 숲속에서 생활하게 된다. 어느 날 아내가 사라지고, 기댈 곳이 사라져버린 성민은 숲속에서 점점 괴물이 되어간다. ‘타운’ 시리즈로 불리는 <모차르트 타운> <애니멀 타운> <댄스 타운>과 <불륜의 시대> <무게> 등의 작품으로 베를린, 베니스 등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은 전규환 감독의 신작.

<괴물들>은 어떤 영화?

수업 중에도 빵을 사와야 하는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폭력의 가해자로 변해간다. 약자를 향하는 폭력과 한 아이가 짊어져야 할 책임과 윤리 문제에 대한 영화. <내 마음에 불꽃이 있어> <작별들>을 연출한 김백준 감독의 신작.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