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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누아르 추리물 <얼터드 카본>, 세계의 첫장을 열다
장영엽 2018-01-31

넷플릭스의 야심찬 새 시리즈 <얼터드 카본> 제작진 • 주연배우 내한 기자회견 현장

인간의 의식을 디지털로 변환해 다운로드하거나 전송할 수 있다면? 이에 따라 육체는 한번 쓰고 벗어버리면 그만인 존재가 된다면? 이 몸에서 저 몸으로 의식을 옮겨다니며 영원불멸의 삶을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한 미래가 여기에 있다. 2월 2일 전세계 동시 서비스될 넷플릭스의 신작 오리지널 드라마 <얼터드 카본>은 인간의 의식을 저장하고 육체를 교환하는 것이 가능한 24세기의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드라마다. <아바타>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셔터 아일랜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의 각본을 쓴 레이타 칼로그리디스가 크리에이터를 맡은 이 작품은 영화에 비견할 법한 스케일로, 에피소드당 700만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는 루머가 일찌감치 화제였다. 넷플릭스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의 영미권 매체에 따르면 <얼터드 카본>이 넷플릭스의 모든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틀어 가장 거대한 규모의 작품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지난 1월 22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는 <얼터드 카본>의 제작자이자 각본가 레이타 칼로그리디스와 주연배우 조엘 킨나만, 마사 히가레다, 디첸 라크먼의 내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미국, 유럽, 아시아로 이어지는 <얼터드 카본>의 홍보 일정 중에 제작진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기자회견 전 단독으로 만난 레이타 칼로그리디스는 한국을 선택한 이유로 “전세계에서 새로운 기술에 가장 빨리 적응하는 나라”라며, “한국 시청자들이 <얼터드 카본>이 선보이는 최첨단 미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궁금했다”는 말을 전했다. 그녀와의 긴 인터뷰는 다음 주 <씨네21> 1142호에서 보다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이 지면에는 인터넷 시사를 통해 미리 본 드라마 <얼터드 카본>의 면모와 기자회견에서 들을 수 있었던 제작진의 이야기를 담았다. 더불어 주연배우 조엘 킨나만과의 일대일 인터뷰도 함께 소개한다.

강렬하고 매력적인 24세기 풍경

“우주에 있는 차이나타운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레이타 칼로그리디스는 <얼터드 카본>의 이야기를 이렇게 압축한다. SF 장르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누아르적인 세계관과 추리물의 성격을 강화했다는 점이 SF 드라마로서 이 작품의 차별화된 개성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얼터드 카본>의 주인공은 250년 만에 낯선 행성 지구에서 눈을 뜬 남자, 타케시 코바치(조엘 킨나만)다. 냉동 고기처럼 거대한 지퍼백에 질서정연하게 포장되어 있는 인간의 몸, 그중 하나의 백을 열자 양수가 쏟아지며 새 몸을 얻은 알몸의 코바치가 등장한다. 이 충격적이면서도 강렬한 오프닝 신은 육체에 대한 관념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24세기의 풍경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은하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부대인 엔보이의 일원이었으나 국제연합보호국(유엔과 비슷한 기관)에 대한 반역 혐의를 받고 사살된 코바치의 의식을 깨운 이는 세계 최고의 부자 뱅크로프트다.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살해했으며, 새로운 몸으로 의식을 업로드하는 도중 48시간의 기억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코바치는 탐정이 되어 베이시티의 뒷골목을 누비며 뱅크로프트 살인사건의 단서를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암살자들이 코바치를 위협한다.

‘영화적인’ 체험을 가능케 하는 드라마

<얼터드 카본>은 리처드 K. 모건의 동명 소설(국내에도 지난 2008년 <얼터드 카본1> <얼터드 카본2>로 출간되었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모건의 소설은 2003년 출간 직후 그해 최고의 SF 소설에 수여되는 필립 K. 딕 상을 수상하며 호평받았다. 소설 <얼터드 카본>을 읽고 레이타 칼로그리디스가 가장 흥미를 느꼈던 점은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것이라는 아이디어, 더불어 인간에게도 내부로부터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초인간주의적인’ 측면”이었다. 10년 전부터 그녀는 이 이야기를 장편영화로 만들 것을 고민했지만 2010년경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와 같은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TV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한 뒤 <얼터드 카본>을 TV시리즈로 제작할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레이타 칼로그리디스의 말대로 드라마 <얼터드 카본>의 매력은 모건이 창조하고 칼로그리디스가 시각적으로 구현한 미래 세계의 이질적인 풍경과 규칙을 즐기는 데 있다. 이 작품이 선보이는 24세기는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했으나 누구도 영원한 삶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세계다. 부유한 자들은 매력적인 신체를 소유할 수 있으며 가난한 자들에게는 부랑자, 창녀, 마약중독자와 같은 사람들의 몸이 주어진다. 할머니가 피어싱을 한 우락부락한 남자가 되어 가족을 놀라게 하는 등의 웃지 못할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신앙인들은 “죽은 자에게도 영혼이 있다”며 돌아오지 않을 권리를 주장한다. 하나의 육체에 연연하지 않는 세계에는 폭력이 난무한다. 가상현실 속에서 고문관들은 그들의 희생양을 수백번 죽일 수 있다. 어느 가난한 부부는 상대방을 죽이면 더 좋은 몸으로 업그레이드해주겠다는 부자들의 제안에 뼈가 으스러지고 살점이 튀는 혈투를 벌인다. 의식을 저장하는 메모리칩만 손상되지 않는다면 누구든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몸으로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유의 어둡고 잔혹한 세계관 때문인지 <얼터드 카본>에는 ‘R등급 액션’ 장면이 많다. 현실적이고 격렬한 액션 신을 연기하기 위해 조엘 킨나만을 비롯한 주연배우들은 드라마 촬영을 시작하기 전 수개월에 걸쳐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한다. 주인공 다케시 코바치를 연기하는 조엘 킨나만은 “무술을 가르쳐준 스턴트맨이 세계태권도대회에서 세번이나 우승했던 사람”이라며 그의 영향으로 킥 액션을 구사하는 장면이 늘어났다는 점을 말했다. 그는 250년 전의 다케시 코바치로 분한 미국계 한국 배우 윌 윤 리의 아버지가 “미국에 처음으로 태권도를 도입한 분”이었다며, 기자회견에 함께하지 못한 윌 윤리 역시 “미국 태권도계에서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어떤 연유로 코바치에 대한 관심을 접지 못하는 베이시티의 형사, 오르테가를 연기하는 마사 히가레다는 “복싱과 스트리트 파이팅”이 그녀의 컨셉 액션이었다며 자신이 “댄서 출신이었기에 좀더 더티한 안무라는 느낌으로 액션을 구사했다”고 말했다. 코바치와 유년 시절을 함께한 여동생 릴린으로 출연하는 디첸 라크먼은 “이번 작업은 그 인물의 몸속에 100% 들어간 느낌을 줬다”며 “몸의 중요성을 알게 해준” <얼터드 카본>은 긴장감 넘치는 작업이었다는 출연소감을 전했다.

한국을 찾은 <얼터드 카본>의 주요 제작진, 배우 디첸 다크먼·조엘 킨나만, 제작자 레이타 칼로그리디스, 배우 마사 히가레다(왼쪽부터. 사진 씨네21 최성열).

화려한 볼거리와 철학적 질문

삶이 무한대로 연장되고, 몸담고 있는 환경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세계에서 개인에게 점점 더 중요해지는 건 스스로가 누구인지 잊지 않는 것이다. 뱅크로프트를 죽인 범인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코바치에게는 끊임없이 과거의 기억이 밀려온다. 그에게 엔보이 전사로서의 모든 것을 가르쳐준 리더이자 연인, 크리스트 팔코너와 동생 릴린과의 추억은, 250년 뒤의 디스토피아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쓸쓸한 남자, 코바치에게 끊임없이 삶의 의지를 일깨운다. 밀려오는 경험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을 것. 어떤 추정도 하지 말고 어떤 것도 믿지 말 것.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 SF 하드보일드 탐정의 이야기는 전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듯하다. 이어지는 지면에서는 <얼터드 카본>의 주연배우, 조엘 킨나만과의 일대일 인터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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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