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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국제영화제 총결산⑥] 칸 현지에서 만난 <버닝>의 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송경원 2018-05-30

자유롭게, 순수하게 접근했다

<버닝> 배우 전종서, 스티븐 연, 유아인, 이창동 감독(왼쪽부터).

<버닝>은 모두에게 도전이었다. 유아인은 다소 과장되고 격렬하게 표출했던 그간의 캐릭터를 내려놓고 최대한 비우는 연기를 선보였고, 스티븐 연은 교포가 아니라 온전한 한국인 캐릭터에 도전했다. 높은 경쟁을 뚫고 파격 발탁된 신예 전종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배우들은 레드카펫의 박수로 그간의 무게와 어려움을 다소 내려놓은 듯했다. <버닝>은 이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각자의 캐릭터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유아인_ 종수는 표현하지 않는다. 무표정이 아니라 존재하는 자체로서 무언가를 전달하는 캐릭터다. 최소한의 표정, 동작, 몸짓으로 모호함을 드러낸다고 해도 좋겠다. 종수가 된다는 건 일종의 때를 벗는 과정이었다. 잘하는 연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 정해진 숏 안에 분명한 감정을 전달하다보니 어느 순간 너무 멀리 나가 있는 걸 느꼈다. 반복하다보면 진정성에 대한 죄의식이 사라지고 기교만 늘어간다. <버닝>은 연기의 초심으로 돌아가 내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줬다.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담아내는 것. 가장 순수한 형태의 연기, 덩어리 그 자체다.

스티븐 연_ 벤은 보여주지 않는다. 본래 캐릭터를 100% 이해하고 들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엔 뉘앙스만 가지고 접근했다. 감독님과도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다. 대신 니체, 쇼펜하우어 등 삶의 공허를 사색하는 철학책을 읽었다. <옥자>(2017)에 이어 <버닝>으로 연달아 칸을 찾았지만 특별히 의식한 건 없다. 오로지 프로젝트에 따라 작품을 선택한다. 사실 감독님보다도 온전한 한국인을 연기할 수 있어 끌렸다. 그만큼 걱정도 됐고 제대로 한국어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내게도 도전이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프레임 안에서 나를 풀어주었고 자연스럽고 감각적으로 반응했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고양이 좋아하세요?”다. 벤의 많은 부분을 대변하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전종서_ 해미는 자유롭다. 노을처럼 사라지고 싶다고 하지만 나는 그게 꿈을 꾸는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등지고 싶은 게 아니다. 반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걸 쫓아가는, 포기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가족이나 친구, 자신을 이해해주는 이 하나 없어 외로울 때도 끝내 삶의 의미를 갈구하는 ‘그레이트 헝거’. 어떤 캐릭터인지는 현장에서 조금씩 배워갔다. 연기를 잘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잘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감독님의 얘기가 지침이 됐다. 부담이나 압박마저 생각나지 않을 때, 내가 아닌 것마냥 몰입했을 때 주로 오케이가 나왔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배우가 되고 싶다. 간혹 헤맬 수도 있지만 그 혼란마저도 필름에 담긴다는 게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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