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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에서 본 영화들④] <요메드딘> A. B. 샤키 감독, “카이로 관광지의 반대편을 보여주고 싶었다”
글·사진 이화정 2018-06-06

‘Yomeddine’은 아랍어로 ‘심판의 날’을 뜻한다. 가족과 헤어져 나환자촌에 사는 한센병 환자 버샤이(레디 가말)가 카이로로 어릴 때 헤어진 가족을 찾아나서는 로드무비로 ‘심판의 날 모두가 평등해지리라’라는 감독의 연출의 변을 담고 있는 제목이기도 하다. 당나귀, 얻어 탄 트럭,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그의 험난한 여정. 가난하고 병든 자를 대하는 이집트 사회의 편견 속에서 그를 믿고 동행해주는 이는 어린 소년 오바마(아흐메드 아브델하피즈)뿐이다. 피라미드로 대변되는 이집트라는 상징화된 공간 속에서 A. B. 샤키 감독이 찾아낸 이집트의 ‘진짜’ 풍경은 놀랄 정도로 생경하고 또 생생하다. 첫 장편으로 칸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이집트 사회를 조명하는 소재와 대담한 전개, 이를 바라보는 때묻지 않은 시선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장편 데뷔작이 칸 경쟁부문에 초청되다니 엄청난 행운이다.

=칸에 초청되는 건 영화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의 꿈이다. 정말 작은 영화고 특이한 이야기인데 칸에 초청되고 관객을 만나게 돼 너무 감사하다.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왜?”라는 말이 먼저 나오더라. (웃음)

-한센병 환자의 이야기는 접하기 힘든 소재인데, 영화를 만든 배경이 궁금하다.

=카이로 북부에 있는 나환자촌을 그린 단편다큐멘터리 <더 콜로니>(The Colony, 2008)를 먼저 만들었다. 그들과 만나면서 든 생각이 한센병 환자는 의료적 문제이기보다 사회적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센병은 고대부터 있었던 질병이지만 완치가 가능함에도, 병으로 변형된 외모 때문에 환자들이 사회에서 차별받게 된다. 실제 만난 그들은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에너지가 넘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진짜 모습을 알리고 싶었다.

-피라미드, 나일강 등 우리가 여행 프로그램에서 보던 이집트와는 전혀 다른 생경한 풍경이자 이집트 하층민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화에서 촬영한 이집트의 모습은 풍경이 아니라 그 자체가 인물처럼 하나의 캐릭터로, 이집트 사회를 반영하고 싶었다. 피라미드나 관광지를 우리 영화에서는 볼 수 없다. 많이 보여지는 카이로의 반대편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주인공 버샤이 역을 맡은 레디 가말의 연기가 영화의 리얼함은 물론 울림을 더해준다.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한센병 환자를 캐스팅했다.

=한센병 환자 중에서 연기할 만한 이들을 찾았는데, 정말 행운인 건 오디션으로 처음 만난 사람이 레디였다.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레디는 본인 연기에 대해서 늘 의심이 많았다. 한달 전쯤 함께 영화를 봤는데 정말 행복해했다. 촬영 전 레디와 우리 집에서 여러 차례 만나 서로의 어릴 적 이야기도 하면서 서로를 알아갔다. 레디는 글을 읽고 쓸 줄을 몰라서 대본을 읽어주고 그걸 이해하고 외우는 과정으로 진행했다.

-촬영감독은 아르헨티나, 음악감독은 미국 등 국제적인 스탭들이 모였다.

=뉴욕대에서 영화를 공부했고, 그 인연으로 알게 된 이들과 작업을 했다. 음악감독은 한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다. 카이로에서 LA에 있는 그와 스카이프로 연락하며 작업했다. LA가 밤이면 카이로가 새벽 6시니 작업하는 한달 이상 시차를 겪어야 했다. 음악을 비롯해 우리 영화는 후반작업이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촬영까지는 제작비로 충당했는데, 후반작업비가 없어서 가족, 친지에게 제작비를 ‘구걸’해야 했다. 다큐멘터리부터 거슬러 올라가자면 10년, 2013년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5년 걸렸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 본 것들이 영화에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많이 됐던 시간들이었다.

-이집트영화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었다.

=북미, 유럽, 아시아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들은 국제 영화제에서 많이 소개 되어왔다. 왜 중동지역 이야기는 없을까. 그 지역의 언어와 특성, 생활을 담은 영화들이 보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언 형제 감독이 내 우상인데. 그들이 미국사회를 그린 것처럼 이집트 사회를 표현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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