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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 모바일 퀴즈쇼 '잼라이브'를 아시나요
장영엽 사진 오계옥 2018-06-28

매일 오후 12시30분, 전국 평균 8만명의 시청자 끌어모으는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 ‘잼라이브’ 인기 이유는

매일 오후 12시30분, 전국 평균 8만명의 시청자들이 ‘카운트다운’을 외치며 참여하는 퀴즈쇼가 있다.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 ‘잼라이브’다. ‘잼라이브’는 평일 오후 12시30분(금요일에는 오후 8시 방송이 추가된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후 2시와 오후 8시 하루 2회차 진행되는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다. 이 퀴즈쇼는 지난 2월 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매달 평균 접속자 수가 2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는 방송 시간대마다 ‘잼라이브’라는 키워드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잼라이브’의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21만명. 월드컵 등 전국적인 관심을 끄는 이벤트의 인터넷 생중계도 동시 접속자 수가 10만명을 넘으면 ‘대박’으로 평가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잼라이브’의 시청률은 놀라운 성취다. 요즘 대세 퀴즈쇼, ‘잼라이브’의 인기 비결과 더불어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가 뉴미디어 예능 콘텐츠로서 각광받게 된 이유를 살펴보았다.

동시 접속자 수 21만명을 돌파했던 잼라이브x코카콜라 특집 방송.

회당 평균 상금 200만원가량

“ㄷㄷㄷㄷ 1분 전.” “가즈아아아아.” “오늘의 상금은 얼마?” 방송 시작 1분 전, ‘잼라이브’의 첫 화면은 오늘의 퀴즈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댓글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카운트다운이 끝남과 동시에 신나는 오프닝송이 울려퍼지고, 뒤이어 등장한 진행자가 짧은 인사말과 함께 상금을 소개하면 본격적인 퀴즈쇼가 시작된다. 방송 시간은 단 15분. ‘잼라이브’에 접속한 시청자들은 퀴즈쇼가 방영되는 동안 12개의 3지선다형 문제를 풀어야 한다. 탈락자가 거의 나오지 않는 쉬운 문제도 있지만, “<알라딘의 요술 램프>의 알라딘은 어느 나라 사람일까?”(답은 중국. 전체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다른 보기(타이와 아랍)를 선택했다)처럼 답이 헛갈리는 문제도 심심찮게 나온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되지 않겠나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문제를 보고 답을 풀기까지 주어지는 시간은 단 10초에 불과하기 때문. 12문항의 퀴즈를 모두 맞힌 사람은 다른 우승자들과 함께 상금을 나눠 가진다. 퀴즈의 난도가 높을수록, 문제를 다 맞힌 사람이 적을수록 우승자는 더 많은 상금을 가져갈 수 있다. ‘잼라이브’가 방송마다 제시하는 평균 상금은 200만원가량이다.

‘잼라이브’가 바꿔놓은 점심시간 풍경. 정재 PD는 “‘잼라이브’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15분 동안 퀴즈의 결과를 두고 서로 내기를 하거나, 우승한 사람이 커피를 쏘는 등 시청자들은 ‘잼라이브’를 유희의 한 종류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국내 최초의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를 표방하는 ‘잼라이브’의 인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먼저 ‘잼라이브’는 진입 장벽이 낮다. 스마트폰 유저라면 누구나 아이튠즈 혹은 구글플레이에서 ‘잼라이브’앱을 다운받을 수 있다. 몇 가지 기본 정보를 입력해 계정을 만들면 바로 퀴즈쇼에 참여할 수 있다. 주 1회 방영을 목표로 하는 TV 퀴즈쇼는 대개 이벤트성 행사의 성격이 짙었다. 참가자들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이러한 구성의 퀴즈쇼에서는 많은 상금이 걸리는 만큼 고난도의 문제가 출제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갖춘 참가자들이 결국 우승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해 ‘데일리 퀴즈쇼’를 지향하는 ‘잼라이브’는 참가자들로 하여금 오늘 탈락하더라도 내일은 우승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15분이라는 접속 시간도 부담이 없다. ‘잼라이브’에 매일 접속한다는 한 유저는 “출제되는 문제가 매번 12문항뿐이기에 짧은 시간 가볍게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실제로 퀴즈쇼가 방송되는 오후 12시30분은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고 한숨 돌릴 법한 시간이다. 요즘 점심 시간 동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카페나 인터넷 단체 메신저 창에서는 ‘잼라이브’ 방송 시간을 기다리며 함께 문제를 풀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잼라이브’에서 퀴즈 출제가 완료되면 우승자의 ID와 그들이 받을 상금이 화면에 뜬다. 진행자들은 이들의 ID를 일일이 호명하며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퀴즈를 다 맞히기만 하면 누구나 상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유저들의 마음을 끄는 요소다. ‘잼라이브’의 인기는 몇년 전부터 화제가 되어온 ‘리워드 앱’(스마트폰으로 광고를 시청하거나 미션을 수행하면 포인트나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앱)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소액이긴 하지만 작은 노력만으로도 얼마간의 돈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일상에 소소한 성취감을 부여한다. ‘잼라이브’는 종종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거액의 상금을 제시하기도 한다. 동시 접속자 수 21만명이 몰린 지난 5월 20일은 ‘잼라이브’가 코카콜라와의 협업으로 상금 1천만원을 내건 날이었다. 이후 삼성전자, CJ올리브네트웍스 등의 기업들이 ‘잼라이브’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현재까지 ‘잼라이브’의 1인당 최고 우승 상금은 33만3333원이었다. ‘잼라이브’를 기획하고 연출한 정재 PD(61쪽 인터뷰 참조)는 “상금이 다음날로 이월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만큼 문제를 어렵게 냈는데 세명의 우승자가 나온 걸 보고 제작진도 탄성을 질렀다. 시청자가 제작진을 이긴 날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잼라이브’의 성공 비결은 ‘라이브쇼’라는 정체성과 제작자·사용자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에 있다. 이 퀴즈쇼에서 정답보다 더 흥미를 유발하는 건 함께 참여하는 유저들의 반응이다. 탈락자가 대거 발생하는 문제나 제작진의 위트가 인상적인 문항이 등장했을 때 ‘잼라이브’의 실시간 댓글 창엔 각종 ‘드립’이 넘쳐난다. 그럴 때마다 ‘잼라이브’의 진행을 맡은 김태진, 김해나, 서경환은 시청자들의 재미있는 댓글이나 반응을 문제풀이 중간마다 직접 읽어주고, 상황에 따라 그에 대한 코멘트를 남긴다. 지난 6월 18일 논현동에 위치한 ‘잼라이브’ 스튜디오를 방문해 리허설 장면을 직접 취재할 수 있었다. 이날의 진행자는 ‘잼아저씨’ 김태진. 오직 진행자만 볼 수 있는 카메라 너머의 화면에는 진행 순서와 함께 실시간으로 변하는 탈락자 수와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댓글이 게시되고 있었다. 이 드라마틱한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동시에 각 문제에 대한 해설을 침착하게 해낸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듯했다.

‘잼라이브’의 퀴즈 화면 예시. 10초 만에 3개의 보기 중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문항을 클릭하면 된다. 정답이 공개되면 실시간으로 탈락자와 합격자의 숫자가 화면에 표시된다.

퀴즈 콘텐츠에 얹은 브랜드 스토리텔링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의 인기는 전세계적인 유행이다. 중국의 모바일 퀴즈쇼 ‘백만의 위너’는 최대 동시 접속자 수 400만명을 기록했으며, 타이의 ‘라이브 트리비아 게임쇼’는 5월 한달 동안 10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잼라이브’ 이후 다양한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가 론칭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다. 리워드앱 ‘캐시 슬라이드’로 인기를 끈 NBT는 개그맨 정성호와 박슬기, 뮤지컬 배우 신고은이 진행하는 ‘더퀴즈라이브’를 론칭했다. 이 퀴즈쇼는 평일 오후 12시40분에는 스피드 퀴즈를, 매주 일요일 밤 9시30분에는 마지막 한명에게 모든 상금을 몰아주는 서바이벌 에디션 ‘끝까지 간다’를 진행한다. 다수결로 정답을 정하는 ‘더퀴즈 초이스’ 코너 등 퀴즈의 다각화가 돋보이는 애플리케이션이다. ‘페이큐’는 팟캐스트앱 ‘팟티’를 통해 평일 오후 12시45분, 주말 포함 밤 9시에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NHN엔터테인먼트의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다. 개그맨 유민상, 홍윤화, 김지민, 이세진, 박소영 등이 진행을 맡았다. 후발주자인 ‘페이큐’는 다른 퀴즈앱보다 문제의 난도가 낮아 상금을 탈 확률이 높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더퀴즈라이브’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 열풍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미국의 게임 애플리케이션 ‘HQ 트리비아’(HQ Trivia)다. 2017년 8월 론칭한 이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는 2018년 3월 최대 동시 접속자 수 230만명을 돌파하며 “모바일 게임과 라이브 TV쇼의 미래를 제시한 기념비적인 기록”(IT 전문 리뷰 매체 <The Verge>)을 세웠다고 평가받는다. 실제로 이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를 기획, 개발한 러스 유스포브는 “TV의 미래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앱을 만들었다고 한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훌루와 최근 떠오른 유수의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모두 편의성만 고민하고 있다. 그런 태도가 사람들을 정말로 게으르게 만든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20분간 넷플릭스에 머물렀지만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우리는 이처럼 나태한 마음가짐에 필사적으로 맞서야 한다.” TV가 사랑받던 그때 그 시절처럼, 정해진 시간대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앉아 어울릴 수 있는 플랫폼과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유스포브의 바람은 HQ 트라비아라는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로 탄생했다. 한국의 ‘잼라이브’를 비롯해 이후 등장한 다수의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61쪽 박스 참조)에 영향을 준 HQ 트라비아는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뉴미디어 테크놀로지에 ‘정해진 시간마다 함께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올드 미디어의 향수를 더해 누구와도 같지 않은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HQ 트라비아로부터 시작된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의 전세계적인 유행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콘텐츠의 힘이 여전히 기술보다 정서에 있다는 걸 일깨운다.

한편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는 광고·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연 콘텐츠로도 각광받고 있다. ‘잼라이브’의 정재 PD는 ‘높은 몰입도’라는 라이브 퀴즈쇼의 특성이 광고주의 눈길을 끌고 있다고 말한다. “‘피자헛 로고의 빨간색 물체는?’이란 문제를 낸 적이 있다. 많은 분들이 ‘모자’를 선택했지만 정답은 (피자헛 1호점의) ‘지붕’이었다. 시청자들은 퀴즈를 맞히기 위해 몰입하는 과정에서 브랜드에 대한 사연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이처럼 몰입도가 높으면서도 친숙한 브랜드 홍보 효과가 기업에 깊은 인상을 남긴 듯하다.” 해외에서도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와 광고의 콜라보레이션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HQ 트라비아의 경우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의 협업을 통해 우승자들에게 한정판 에어맥스 운동화를 제공했고,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와의 계약으로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의 북미 개봉일에 맞춰 영화 퀴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기업의 스폰이 퀴즈쇼의 상금을 높이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는 만큼 당분간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와 기업의 밀월관계는 계속될 것이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퀴즈 콘텐츠에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어떤 방식으로 녹여낼지는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를 만드는 모든 제작자의 과제로 자리잡을 듯하다.

‘페이큐’

뉴미디어의 새로운 가능성

시장에서의 유의미한 반응으로 전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었지만 아직까지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로 인한 수익은 크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폭발적인 접속자 수로 인한 수익이 대부분 규모의 서버를 유지하고 상금을 지급하는 데 쓰이기 때문.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가 언제까지 살아남을 것인가’는 뉴미디어와 참신한 콘텐츠 제작을 고민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질문으로 자리잡았다. 분명한 건 어떤 미래를 맞이하든, 그들의 앞날이 뉴미디어 콘텐츠의 방향성에 중요한 길잡이가 되어줄 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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