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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계②] 영화 촬영 현장에서의 주 52시간 근로, 그것이 알고 싶다
이화정 김성훈 2018-07-04

세팅 시간과 뒷정리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나요?

<임금님의 사건수첩>(2016) 촬영 현장.(사진 백종헌)

바뀐 근로기준법 안에 영화계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는 것은 ‘상당히 불편한 일’이라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영화 스탭을 근로자로 확실히 인식한다면, 지난 영화사 100년간 특수성이라 치부해 부당했던 부분들이 개선될 거라는 의견들도 적지 않다. 영화분야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한동안은 적응 기간이 상당히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주 52시간을 활용하는 방안에 있어서, 영화인들이 현장에서 궁금해하는 질문을 선정해 각 분야 스탭들에게 물어보았다.

영화 촬영 현장은 프리랜서와 사업장 소속 노동자가 공존하고 있는데 주 52시간 근무제는 누구에게 해당되는 법인가. 프리랜서 또한 이 법의 대상이 되는 건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근로자란, 민법의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등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사용자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근로자는 사업장에 계속 근무하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그때그때의 필요에 의하여 사용하는 일용근로자를 포함한다. 지난 6월11일 열린 ‘영화분야 근로시간 단축 대응방안 현장설명회 개최 계획’이 열린 가운데, 이 질문 역시 빠지지 않았다. 영화 현장에는 애매한 부분들이 있어서 일률적으로 말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 계약사항, 즉 케이스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로 이 부분에 대한 규정을 명시해달라는 영화인들의 요구가 적지 않다고 한다. 프로젝트별로 근로계약을 하는 영화의 경우, 모두가 근로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영화노조쪽 설명이다.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영화노조) 위원장은 이를 두고 “영화 현장도 하나의 프로젝트로 보고 접근하면 간단하다. 건설 현장과 똑같은 계약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이하 PGK) 대표는 “스탭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니 모두 주 52시간 근무제에 해당된다. 프리여서 근로계약서가 아니라 따로이 계약서를 쓰는 감독들은 이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한다. 대신 “근로계약을 하는 경우라도 파견근로자는 여기서 제외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데이터 매니저, 그립팀 등은 영화사가 업체와 계약을 하고, 그 회사 직원들이 현장에 나오기 때문에 파견근무가 된다. 보조출연자 역시 보조출연자 업체를 통하므로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 이들은 상시적인 근로자 수로 집계되지 않는다. 업체와 계약을 하고 파견근로자가 현장의 근로자로 카운트되지 않는다면 한국영화에서 사실상 근로자가 300명이 넘는 현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장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세팅 시간(조명, 미술 등)도 주 52시간 근무제에 포함시켜야 하냐는 문제다. 특히 조명과 미술팀은 뒷정리 시간도 있는데 이 시간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 건가.

근로기준법에 의해 당연히 이 시간도 근무시간으로 포함된다. 한 제작자는 “이 상황이라면 일이 더딘 스탭, 능률이 오르지 않는 스탭들이 더 많은 임금을 가져가게 되는 거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한다. 할리우드의 경우 조합에서 스탭들의 실력이 보증되는 것과 달리, 지금의 도제 시스템에서는 스탭들의 숙련도를 담보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우려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는 인원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예를 들어 조명팀의 경우라면 세팅 인력과 촬영 인력을 따로 두는 것이다. 8명의 조명팀을 4명씩 두개조로 나누고, 콜타임을 따로 두는 것이다. 촬영 3시간 전에 4명이 준비를 하고 다음 조가 촬영 때 투입되는 방식이다. 최정화 PGK 대표는 “팀을 나누고 휴게 시간을 잘 활용하면 준비와 뒷정리 시간에 문제가 없다. 사용자와 근로자라는 종속적 관계를 냉정하게 인정하고, 정확한 근무와 휴게 시간을 명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영화노조쪽 입장도 일치한다. 안병호 위원장은 “현재 충무로의 미술 스탭들을 할리우드와 비교해보면 인원 수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리는 한명이 여러 역할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 인원을 늘려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대두되고 있었다”고 전한다. <옥자>(2017)의 조명에 참여한 이재혁 개퍼는 “현재보다 1.5배 정도는 인원을 늘려야 한다. 인원을 늘리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한다.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이 변해야 한다고 본다. 제작사나 스탭이 아닌 투자사가 늘어난 비용을 인지해야 한다”고 전한다. 물론 투자사 쪽도 고민은 있다. 이정세 메가박스 영화사업담당은 “이미 제작비 상승은 몇년 전부터 감당하고 있다. 그런데 늘어난 제작비에 대비해 그 비용이 관객수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냐는 불안감도 있다. 효율적인 공정으로 과도기를 지나야 할 것 같다”고 전한다.

1주 단위기간 기준은 어떻게 되나.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1주로 인정할 필요는 없다. 목요일부터 다음주 수요일까지를 1주로 정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1주의 범위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사업장에서 노사가 협의해 노무관리, 근로시간, 급여산정 등을 위해 산정 단위로 적용하는 기간이 1주가 될 것이다. 쉽게 말해서 임의로 1주 단위를 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1주 연장근로 한도 위반 여부 등도 사업장에서 적용하는 단위기간별로 판단하면 된다. 주휴일 또한 특정일에 부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 않은 까닭에 주휴일을 반드시 일요일로 정하지 않아도 된다. 주휴일 촬영의 경우, 8시간 이내의 근로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8시간을 초과할 경우 통상임금의 10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또 유급휴가 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명절(설·추석), 국경일 등 관공서의 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적용한다.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단축되면 제작비는 얼마나 상승할까.

평균 15억~20억원이 상승한다는 얘기도 있고, 그보다 더 많은 금액이 오를 거라는 추측도 있다. 제작비가 증가하는 가장 큰 요인은 촬영 회차가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 전보다 늘어나기 때문이다. 회차가 늘어나면 촬영 장비 대여비, 장소 섭외비, 유류비, 식비 등 매일 지출되는 비용들도 덩달아 늘어난다. 사극, 블록버스터 같은 규모가 큰 영화의 경우, 비용 증가는 여러 군데에서 발생한다. 유닛제를 운영해야 하는 까닭에 스탭 수가 늘어나고, 세트장도 두개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제작비가 커지면 가장 타격을 받는 사람 중 하나가 신인감독이라는 얘기가 있다. ‘제작비 50억원 이상은 신인감독에게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경험 많은 감독들은 제작비가 지금보다 상승해도 연출하는 데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다. 반대로 경험이 전무한 신인감독은 진짜 시간이 돈이 되는 거”라는 게 한 감독의 얘기다.

<명량>(2014) 촬영 현장.(사진 백종헌)

현장에서 사측과 노동자가 연장노동을 합의해도 주 52시간 근무를 지켜야 하나. 법을 어기면 어떻게 되나.

영화 제작은 특례에서 빠졌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1주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수 없다. 대신 합의에 따라 2주 이내 또는 3개월 이내 단위에서 어떤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연장시키는 대신 다른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을 잘 계산해서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법을 어기게 되면 2년 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된다.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3년이 지나서라도 근로자가 변심하면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제작자는 스탭이 역으로 추가근무를 한다고 제안을 해와도 사용자 입장에서 거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만약 합의를 했다가 나중에 스탭이 그때 추가로 노동한 것에 대해 변심했다고 해보자. 이게 어떤 부메랑으로 영화의 흥행에 악영향을 끼칠지 모른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누가 비용절감을 하려 들겠나”라고 말한다.

배우는 근로자인가.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된 배우인지, 단역배우인지, 보조출연자인지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다. 회사에 소속된 배우의 경우 계약 형태를 먼저 봐야 한다. 보통 배우는 영화나 CF를 촬영할 때 갑, 을, 병 삼자간 계약을 한다. 영화나 광고 제작사와 배우가 소속된 매니지먼트사 그리고 배우간의 계약 방식이다. 이때 제작사가 갑이고, 매니지먼트사와 배우가 을, 병(혹은 병, 을)에 해당된다. 이런 방식으로 출연 계약을 하면 제작사와 매니지먼트사의 문제가 되는 까닭에 배우는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

보조출연자는 근로자로 인정한다면 파견근로자에 해당된다. 그들은 보조출연자 관리 업체와 고용 계약을 맺어 그 업체의 안내를 받아 영화 촬영 현장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파견근로자의 주 52시간 근무제 등 근로시간 관련 조항은 사용사업주의 적용 여부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다만,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상시 근로자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단역배우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 근로자 조건 중 하나가 계약의 영속성인데, 단역배우는 계약된 일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하기 때문에 이 조건에 충족되지 않는다.

재미로 던지는 질문 하나, 그렇다면 배우의 노동시간은 언제부터일까. 배우가 집이나 숙소에서 출발한 시간일까? 배우가 촬영 현장에 도착한 시간일까? 아니면 슛 들어가는 시간일까? 정답은 콜타임, 그러니까 현장에 도착한 시간이다. 현장에 도착해 분장을 받고 리허설을 한 뒤 촬영이 끝날 때까지가 그들의 노동시간이다.

영화산업 같은 특례제외 업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따로 없나.

정부 또한 영화계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해 고민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임성환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지난 2월 영진위에 제작자들의 애로사항이 담긴 메일이 도착했고, 근로시간 단축이 영화 제작사에 미치는 우려가 크다는 사실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우려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보완 대책을 만들었으니 그 내용을 알고 활용하길 권한다”며 고용노동부가 준비한 보완대책을 숙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소관부처를 중심으로 업종별 간담회를 열어 현장 의견을 수렴하면서 인력 배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의 경우, 올해 하반기까지 제작 노동환경의 실태를 조사하고, 노동시간 단축 등 제도 개선을 적용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며, 2019년까지 표준제작비 기준을 마련, 활용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콘텐츠 분야 일자리 체질 개선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일자리 혁신 컨설팅, 전문 인력양성 강화, 상담 채널 마련, 민관 합동 일자리 체질 개선 캠페인 등을 열기로 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제작비가 상승되는 부분에 대해서 이준행 고용노동부 근로기준혁신추진팀 감독관은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을 통해 신규 채용 인건비와 재직자 임금보전 비용을 지원하며, 중소기업청 등 다른 부서에서도 비용 증가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관련된 매뉴얼과 가이드라인 등을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자가 사랑할 때>(2013) 촬영 현장.(사진 최성열)

특히 사극은 다른 영화에 비해 준비 시간이 매우 긴데(특히 몹 신, 편집자- 군중 장면) 이때도 주 52시간을 지켜야 하면 회차도, 제작비도 덩달아 늘어나게 된다. 사극의 경우 앞으로 어떻게 진행해야 하나.

분장, 세팅 시간만 따져도 현대극보다 30%는 더 준비가 필요한 장르다보니, 사극 제작이 바뀐 법안에서 가장 타격을 볼 거라는 우려가 높다. 하지만 대형 몹 신의 경우 현재 이미 스탭이 증원된 상태. 평소 분장팀이 5명이라면 2배에 달하니 사이즈에 맞게 인력을 증원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안병호 위원장은 “제한시간은 이미 규정되었다. 그 시간 안에 어떻게 바꿀지 선행되어야지. 이 시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사극도 다르지 않다. 준비한 것을 계획에 맞추어 촬영하면 된다”면서 물론 최근엔 프리 프로덕션 단계를 늘리면서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일반화 됐다”고 말한다. 이정세 메가박스 영화사업담당은 “<왕의 남자>(2005), <사도>(2014) 등의 사극과 견줘볼 때 예산이 낮은 작품들은 이제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 같다. 기본 제작비가 상승됨에 따라, 사극은 지금보다 아예 규모가 더 큰 사극만 제작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라고 전망한다.

우리나라는 공공시설물(학교, 공원, 시청, 경찰서 등)에서의 촬영이 주말에만 가능한데 법을 지키게 되면 이곳에서 촬영을 모두 끝낼 수 없게 된다.

영화계의 경우 주휴일이 일요일이 아니니, 휴일은 결정하면 된다. 공공시설물의 장소 지원의 경우 이런 상황이면 영진위쪽의 협조도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도동준 영진위 산업정책연구팀 연구원은 “제작지원금을 상향 조정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지점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가 지원되어야 할지 현재는 시뮬레이션이 없다”고 말한다. 현재는 너무 ‘안 된다’고 지레 겁먹거나 부정적인 의견이 영화계에 많은 편이다. 단순히 관행상 해온 것에 빗대어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시행이 되면 그에 따른 변화와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낮 촬영의 경우, 법을 지키게 되면 해가 떠 있는 시간을 모두 활용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최정화 PGK 대표는 “낮 신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찍으면 된다. 12시간을 찍어야 한다면 일반 근무 8시간에 4시간의 추가 시간을 책정하면 된다. 아침 9시에 모여서 오후 6시에 촬영을 끝내는 것이다”. 문제는 하늘만이 안다는 날씨의 변화다. 한 제작자는 “세트 촬영이 많고 LA같이 날씨가 일정한 할리우드와 늘 날씨가 변화무쌍한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한다. 기존에는 장마철에 촬영을 못했다면 그다음주에 몰아서 찍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상황이 용인되지 않는다. 결국 촬영기간을 늘려야 하고 제작비 상승이 뒤따르게 된다. 이 경우 빅사이즈의 텐트폴영화들은 부담을 크게 갖지 않는 반면, 중·저예산의 다양성영화들은 10~20%의 제작비 상승이 두렵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한국의 장마, 태풍 같은 것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닌데도 으레 걱정만 앞세운다.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면 제작비 상승을 크게 걱정할 것 없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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