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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환경단편영화 <숨ː> 공모전 선발작②] 송현석 감독 <식물인간>
임수연 사진 백종헌 2018-07-18

식물의 속삭임

수현이 화분을 들고 육교를 건널 때, 뒤편에는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주인공이 도시에서 빠져나와 자연을 찾아가는 <식물인간>은 주로 일산 일대에서 촬영되었다. 송현석 감독은 “신도시이면서 조금만 넘어가면 바로 시골이 나온다”며 로케이션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잠에서 깨어난 수현이 걸어가다가 화분이 있는 곳을 다시 쳐다보는 장면. 아역배우와의 작업에 대해 송현석 감독은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아이가 숲의 벌레를 무서워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우주가 ‘살인진드기’가 있으면 어떡하느냐고 묻는 것을 보며 세대 차이를 느꼈다”고 말했다.

“우주야, 어제 아빠가 엄마(화분)를 밟았잖아. 그래서 나무 심으러 가는 거니까 씩씩하게!” 올해 10살이 된 배우 이우주를 향한 스탭들의 응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지난 7월 8일 오후 송현석 감독의 단편영화 <식물인간> 3회차 촬영이 진행된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 인근 육교는 어른들과 어린이가 매 순간 소통하는 현장이었다. <식물인간>은 먼지가 가득한 회색빛 도시에서 식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년 수현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만큼 아역배우의 역할이 중요한 작품인데, 감독에 따르면 이우주는 오디션 당시 식물과 이야기하는 연기를 가장 자연스럽게 해낸 배우였다고. 이날 육교 밑의 풀을 헤치고 걸어가는 장면은 즉흥적으로 제안된 것이었는데도 이 배우는 ‘레인보맛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는 스탭들의 말에 씩씩하게 연기를 소화해냈다.

“식물 같은 아이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는 송현석 감독의 의도가 잘 살아난 장면. 처음에는 숲에 눕는 것을 다소 무서워했던 이우주는 3~4번째 컷을 찍을 무렵부터 편하게 자는 모습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다정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서 “브로맨스 같다”는 말까지 들었던 송현석 감독과 강신구 촬영감독(왼쪽부터). 송현석 감독은 “군대에 있을 때 굉장히 많은 나무를 벨 일이 있었는데, 당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때 심정이 남아 있어 <식물인간>의 시나리오에 반영했다”고 작품의 구상 배경을 설명했다.

고양시 아름누리 인근 숲에서 이어진 촬영은 <식물인간>의 감성을 대표하는 중요한 신이다. 숲에서 깨어난 수현이 눈을 비비고 일어나 자신이 심었던 화분을 쳐다본다. 감정 연기는 물론 숲속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벌레와도 싸워야 하는 만만치 않은 장면이었다. 화면 테스트를 위해 예비군 군복을 바닥에 깔고 누운 스탭이 이런저런 각도로 포즈를 취하자, 배우 이우주가 “그냥 빨리 찍겠다”며 용기를 냈다. 하지만 낯선 곳에 몸을 온전히 맡기는 것은 성인배우에게도 결코 쉽지 않다. 겁을 먹은 배우가 편한 마음으로 연기에 임할 수 있도록 송현석 감독이 그의 옆에 따라 누워 팔베개를 해주고, 이 모습이 <씨네21>에 실리면 포털 사이트에서도 검색된다며 주변에서 거들자 배우도 연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친 <식물인간>은 오는 20일 후반작업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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