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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극장가 대격돌⑥] <신과 함께-인과 연> 김용화 감독, "VFX 공정이 제 궤도에 안착한 동시에 과감해졌다"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8-08-01

지난 4년여간 이어진 <신과 함께> 대장정의 끝이 드디어 보인다. 프랜차이즈물과 판타지 장르가 전무한 한국 영화산업에서 총제작비 360억원을 들여 1, 2부를 제작해 순차적으로 개봉하는 건 만만치 않은 도전, 아니 도박이나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에 앞뒤 재지 않고 뛰어든 김용화 감독은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그가 연출한 <신과 함께-죄와 벌>은 보란 듯이 천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속편 <신과 함께-인과 연>의 8월1일 개봉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신과 함께> 1, 2부 모두 하나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던 까닭에 아주 지난할 만큼 긴 시간 동안 영화를 완성한 느낌이 들고, 그래서 많이 지치긴 했다”며 “회사 일도, 영화도 이제는 좀 쉬고 싶다.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신과 함께> 1, 2부를 완성한 소감을 밝혔다.

-전편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부담감은 크게 없을 것 같다.

=괜찮은 것 같다가 개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니 갑자기 긴장되면서 통 잠을 못 자고 있다. 잘되면 잘되는 대로 못 되면 못 되는 대로 고민의 총량은 똑같은데 말이다. 언론·배급시사 전에 배우들에게 미리 영화를 보여줬는데 반응이 좋아 다행이다.

-흥행 욕심도 날 텐데.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1부 흥행 수익으로 손익분기점의 80%에 달하는 매출을 이미 벌어들인 상황에서 2부는 작품적으로, 영화적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그래야 전편을 좋게 본 관객에게는 선물 같은 작품이, 그렇지 않은 관객에게는 보상을 해주는 작품이 될 수 있으니까.

전작과 다른 설정, 더해진 이야기들

-이번 영화는 원작의 저승편과 이승편 그리고 신화편을 적절하게 재구성한 이야기다. 성주신(마동석)이 철거를 앞둔 마을에서 살아가는 허춘삼 할아버지(남일우)와 그의 손자 현동을 보호하는 이승편이 영화에 새로 등장했는데 원작의 어떤 부분을 취해야겠다고 판단했나.

=저승편은 저승 삼차사를 잘 구축하면 드라마를 무난하게 끌고 갈 수 있었던 반면 이승편은 영화로 각색하기가 쉽지 않았다. 허춘삼 할아버지와 현동의 사연은 정서가 따뜻하지만, 새로운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그 사연만으로 두 시간짜리 영화를 만드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도 그래서다.

-강림(하정우)이 수홍(김동욱)의 재판을 변호하는 저승과 성주신이 현동 가족을 보호하는 이승, 두 서사를 교차로 전개한 이유가 그래서인가.

=그렇다. 용서와 화해 그리고 구원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1, 2부 합쳐 총 4시간짜리로 만들어보자. 저승과 이승을 교차시키는 구조를 짜놓고 보니 큰 반전을 장착한 1부가 2부를 위한 밑밥이 되었고, 2부는 1부가 던져놓은 사건과 인물을 잘 활용해야 했다.

-얘기한 것처럼 캐릭터와 세계관을 새로 세팅해야 하는 전편에 비해 사건을 곧바로 전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2부는 서사를 구축하는 게 수월했을 것 같다.

=그게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전편 덕분에 인물과 상황을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인물들을 곧바로 사건과 갈등에 뛰어들게 하면 되니 서사를 빨리 전개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시각특수효과(VFX)가 전편에 비해 이질감이 적고 스펙터클이 화려하며 완성도도 높더라. 전편에서 시도한 VFX 기술과 노하우가 2부를 작업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나.

=전편에선 VFX 각 파이프라인 공정을 단계별로 완성도를 최대한 올리고 다음 공정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하지만 2부는 숏을 최대한 빨리 완성해 여러 번 돌려보며 수정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덕분에 완성도가 높아지고, 작업 및 수정 시간이 매우 빨라졌다. 결과적으로 VFX 공정의 모든 파이프라인이 제 궤도에 안착한 동시에 매우 과감해졌다.

-재미있는 건 공간적으로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동시에 시제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지 않나. 사실상 저승과 이승, 현재와 과거, 4가지 트랙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하는 서사인데.

=시나리오는 잘 읽혔고 인물들의 감정도 잘 연결됐다. 하지만 편집은 그렇지 않았다. 촬영현장에서 100% 시나리오대로 찍히지 않고, 편집에서도 앞 장면에서 쌓은 감정을 그다음 신에서 무한정 끌어올릴 수 없으니까 촬영이 끝난 뒤 시나리오를 들고 있어봐야 소용이 없다. 4가지 트랙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면서 감정을 쌓아갈 수 있는 편집을 많이 연구했는데도 마음처럼 쉽지 않더라. 편집실의 도움 덕분에 고민을 가까스로 해결할 수 있었다.

-이번 영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성주신은 삼차사의 과거를 모두 아는 인물로, 그중에서 해원맥(주지훈)과 덕춘(김향기)에게 그들의 과거를 들려주는 화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이승 서사를 끌고 가는 중책인데.

=그 역할뿐만 아니라 천년 동안 이승에서 한집을 지키고 있는 페이소스를 지닌 캐릭터이기도 하다.

-성주신이 고려시대 임금의 얼굴을 그리던 화공이었다는 사연은 원작에 없는 설정인데.

=그 설정이 되게 중요했다. 성주신이 용역 깡패가 마을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해 스프레이로 낙서한 욕설들을 감추기 위해 마을 곳곳에 팝아트 같은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시나리오에 있었다. 카메라가 우주적 시점으로 쭉 빠져서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보면 성주신이 그린 그림들로 가득한 마을 풍경이 보이는 장면도 있었고. 현동이의 눈에 보이는 마을이 천국처럼 보이도록 말이다. 하지만 후반작업 과정에서 그 장면들을 시나리오에서 많이 덜어냈고, 지금의 버전으로 소소하게 보여주기로 했다.

-마동석의 든든한 면모가 성주신과 잘 어울리더라.

=그를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닌데 막상 쓰고 나니 (마)동석이의 실제 모습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 실제로 동석이는 성주신처럼 되게 착하고 이타적이며 비애가 많은 친구다. 전작 <국가대표>(2009) 때 형사 역할로 동석이를 처음 만났는데 그는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 같은 연기를 하지 않아서 인상적이었다. 현대적인 연기랄까. 성주신은 내레이션 같은 정극도 어느 정도 보여줘야 하는 역할인데, 후반작업 때 내레이션 녹음을 해보니 그것도 잘하더라.

-성주신은 해원맥과 덕춘에게 그들의 과거를, 강림은 수홍에게 그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각각 들려주는 ‘스토리텔러’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성주신이나 강림이나 자신이 알고 있는 상대방의 과거나 진실에 대해 쉽게 꺼낼 수 없는 캐릭터잖나. 인간에게는 힘을 못 쓰고 집을 지키는 설정에 맞게 성주신을 구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강림은 고민을 많이 해야 했던 캐릭터다. 강림이 관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정보를 그의 입으로 전달하면 관객은 지루해하며 이야기에 오래 집중하지 못한다. 강림이 가는 길에 액션 신이나 유머를 배치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강림과 수홍이 티격태격하면서 재판을 받는 과정들이 버디무비처럼 보이기도 했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만들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패착이 하나 있다면 전편에서 수홍이 관객, 특히 청소년 관객으로부터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지 예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수홍은 강림을 방해하는 역할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거다. 이미 2부 촬영을 마친 까닭에 시나리오를 수정할 수도 없어 난감했다. (웃음)

인연을 신처럼 믿으며 살면 어떨까 싶은 마음도

-강림은 천년 동안 가지고 있던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하고, 해원맥과 덕춘은 누군가에 의해 지워진 자신의 과거를 알고 싶어 하는 게 아이러니 했다.

=작가로서 영화적 재미보다는 삶의 아이러니함을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치 전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그래서다. 누구는 기억을 지우고 싶고, 또 누구는 기억을 되살리고 싶어 하는 그 아이러니함들이 엔딩 신에서 만났을 때 큰 시너지를 내지 않을까 기대했다.

-앞에서 짧게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용서와 화해라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이야기인데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인연이 가장 많이 떠올랐나.

=적당한 노동만 하면 잘살 수 있는 사회는 아니잖나. 누군가가 잘산다고 하면 손가락질하면서도 부러워하기도 하고. 과거의 나도 남들처럼 잘살고 싶어 했다. 그렇게 살아오는 과정에서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죄를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걸 얻기 위해 수많은 인연을 소홀히 하고, 내 안위를 추구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 앞에서 상대방을 흠집내고, 그러면서 그에게 본의 아닌 상처를 입힌 게 죄스러웠다. 죽을 때까지 그 사람을 못 찾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내가 자신의 뒷담화를 한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우리 기획 프로듀서가 “<신과 함께>를 연출하시는 게 어떠세요? (용서와 화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루는 이야기”라고 제안한 거다. 그가 나를 용서하는 건 두 번째 문제고, 내가 용기를 가지고 그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그를 만나 소주 한잔 나누면서 진심으로 사과를 하니 마음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더라. 어쨌거나 관객이 영화를 보고 감독이 용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정도만 느꼈으면 좋겠다. 또, 영화를 보고 누군가를 불러내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길 바란다. 용서는 어떤 사람들에게 작은 미덕 같을 수 있겠지만 매우 고귀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무신론자로 알고 있는데 <신과 함께> 시리즈를 보면 신의 존재를 믿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봤다. 무신론자이지만 이 영화를 만들면서 위로를 받고 싶었고, 관객도 영화를 보고 내가 받은 위로를 똑같이 느낀다면 그걸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신이 나를 변화시켜주는 존재라면 무엇이든 신이 될 수 있다. 인연을 신처럼 믿으며 살면 어떨까 싶은 마음도 있다.

당분간 ‘12세 관람가’ 영화를

-<신과 함께>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쯤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나. 육아가 이 시리즈를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나.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는데 아이를 낳고 난 뒤에는 굳이 나까지 어두운 장르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반문하게 됐다. 아이가 커서 아빠가 무슨 영화를 만들었을까 생각할 것 같은데 그때를 위해서라도 흥행만을 위해 무겁거나 어두운 장르를 만드는 건 이제는 못할 것 같다. 당분간 ‘12세 관람가’ 영화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웃음)

-영화의 엔딩 신에는 다음 시리즈를 짐작하게 하는 설정들이 몇곳 등장하던데. 다음 시리즈가 제작될 가능성이 있나.

=엠바고를 지켜주면 다 얘기해주겠다. (웃음) 여러 설정들을 고려해 다음 시리즈를 계획하고 있다.

-여름 시장에서 <인랑>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공작>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작들을 앞뒤로 상대해야 하는데 자신 있나.

=모두 좋은 작품들이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학생회장 시절, 과 대표를 하게 해 고생을 재대로 시킨 <공작>의 윤종빈 감독이 잘됐으면 좋겠다. (웃음) 영화는 자신의 길을 간다고 생각한다. 다만, 스탭과 배우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을 내놓았는가라고 자문한다면 최선을 다했다고 대답할 수 있겠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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