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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화인들①] 오성지 한국영상자료원 연구전시팀 차장, “여성감독들의 낭만에 관객이 공감하기를”
장영엽 사진 백종헌 2018-10-03

-한국 여성감독 6인에 대한 전시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4월 최은희 선생님의 부고였다. 한 시대가 저무는 느낌이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박남옥 감독님이 돌아가신 뒤 따님인 이경주 선생님이 감독님에 대한 자료를 기증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게 생각났다. 그분들과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여성 연출자인 홍은원 감독님도 함께 떠오르더라.

-여성감독들의 역사를 정리한 사료가 많지 않다. 전시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을 법하다.

=박남옥, 최은희 감독님은 자서전을 쓰셨고 홍은원 감독님은 기념사업회에서 낸 책이 있어 자료가 풍부했다. 이미례, 임순례 감독님은 직접 뵙고 필요한 걸 요청드리면 됐다. 문제는 황혜미 감독님이었는데, 연출작 세편의 필름이 유실되어 영화를 볼 수 없는 상황이고 백방으로 수소문을 했으나 지금 살아 계시는지조차 확인이 어려웠다. 임순례 감독님의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생존> 속 인터뷰 영상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자료다. 여성영화인모임에서 우리쪽에 기증을 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관람을 권하고 싶은 전시물이 있다면.

=박남옥 감독님이 임순례 감독님에게 보낸 서신이다. 감독님이 세통의 편지를 기증하셨는데 내용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임순례양, 성지순례를 다녀와서 너의 이름이 그렇게 거창하니?’처럼 위트 있는 표현도 종종 보였고, ‘보고 싶구나, 또 만나자’라는 문구에 깃든 아련함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임순례 감독을 제외하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여성감독들은 아날로그 시대의 연출자들이다. 지금, 디지털 시대에 다시금 그들의 활약상을 반추하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디지털 시대로 완전히 접어든 요즘과 달리 아날로그 세대에는 멋과 낭만, 풍취가 있었던 것 같다. 세계 미술전집을 모으고 배우 김신재 선생님에게 팬레터를 썼던 박남옥 감독님의 낭만, 카나리아처럼 노래를 잘 불렀고 프랑스영화를 좋아하셨던 홍은원 감독님의 낭만, 가출까지 감행했던 최은희 선생님의 연극에 대한 사랑,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영화에 심취했던 황혜미 감독님의 낭만, 각각 연극과 영화에 빠졌던 이미례 감독님과 임순례 감독님의 낭만. 디지털 시대의 관객에게, 영화와 예술에 심취했던 여성감독들의 아날로그적인 낭만이 공명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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