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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감독조합①] 정윤철 감독이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에게 묻다
임수연 사진 최성열 2018-12-20

당신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질문을 던진다

황동혁, 정윤철 감독(왼쪽부터).

“한컷, 한 프레임에도 후회 없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남한산성>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12월 10일 오후 7시부터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디렉터스컷 어워즈 한국 영화감독들이 뽑은 올해의 영화 스페셜 토크: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의 두 번째 행사는 <남한산성>이었다. 이날 자리에는 <남한산성>이 “감독이 된 이후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든 영화”였다고 밝힌 황동혁 감독과 모더레이터를 맡은 정윤철 감독이 참석했다. 먼저 황동혁 감독은 최근 넷플릭스와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남한산성>을 찍고 1년간 아예 시나리오도 받지 않았다. 그러다가 10년 전에 썼던 <오징어>라는 시나리오를 다시 꺼냈다. 이를 드라마로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넷플릭스에 내가 먼저 제안을 해서 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어릴 때 바닥에 금 그어놓고 하는 오징어 게임을 다룬다. 신체 포기 각서를 쓸 정도로 궁지에 몰린 사람들에게 정체불명의 인간들이 접근해 큰 상금을 걸고 서바이벌 게임을 시킨다. 골목에서 하는 게임을 목숨 걸고 하는 이야기다.”

이어진 토크는 황동혁 감독이 <남한산성>의 시나리오를 고쳐 썼던 2015년으로 돌아갔다. 처음에 받았던 시나리오가 너무 상업적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원작에 가까운 글을 다시 써보겠다고 제안했고, 상업적 성공이 쉽지 않을 작품에 최대한 관객이 들 시기를 찾다가 2017년 추석 개봉을 염두에 뒀다. 일부러 조금 늦게 프로덕션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었다. “2017년 추석 연휴가 굉장히 길더라. 중간에 낀 하루는 무조건 임시공휴일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웃음) 2017년 말에 대선이 있고, 8월쯤 각당 경선이 끝나 대선 후보가 정해질 테니, 추석 때 모든 후보가 영화를 보고 ‘나는 누구의 입장에 가까운가’ 의견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이 된다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정치적인 분위기에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하면 손익분기점 정도는 넘을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6년 말 <남한산성> 촬영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기쁨과 아쉬움이 동시에 몰려오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남한산성>

팽팽한 긴장감을 견인한 배우들의 캐스팅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됐다, “우리나라 톱배우들은 거의 원톱이나 투톱 주연 시나리오를 받고 영화의 80% 이상 본인이 나오는데, <남한산성>은 최명길(이병헌)이나 김상헌(김윤석)의 비중이 각각 전체의 50%를 넘지 않는다. 김류(송영창)도 날쇠(고수)도, 심지어 칸(김법래)이나 정명수(조우진)도 다 자기만의 신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두 배우에게 간곡하게 설명하고 2주 동안 시나리오를 좀더 수정했다. 최명길이 항복 문서를 가지고 가거나 김상헌이 김류 대신 체철사로 임명되는 신을 추가해 캐릭터의 능동성을 좀더 살려줬다. 두분 다 동시에 마음에 든다며 하겠다고 캐스팅 제안을 수락했다. 그것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인조 역의 박해일은 두번이나 캐스팅을 거절했는데, 최초의 이유는 “역할이 너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는 데 있었다는 비화를 들려주었다. “인조는 거의 다른 사람이 입장을 말하면 거울같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리액션 위주의 캐릭터가 배우 입장에서는 굉장히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인조가 기본적으로 아주 무능하고 나약한 왕이지만 천성적으로 악독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좀더 인간적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싶었다.”

또한 <남한산성>을 준비하면서 레퍼런스로 삼았던 <마지막 황제>(1987)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의 음악감독이었던 류이치 사카모토와의 작업에 대해서도 “촬영 중간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한국과 달리 1차 편집을 모두 끝낸 후 전달하는 식으로 작업했다”는 등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이어졌다.

모더레이터 정윤철 감독이 “오늘 분위기가 너무 좋다. 질문이 참 알차다”라고 따로 언급할 만큼 관객의 질문도 다채로웠다. 이중에는 최근 에너가 카메리마주 최고상을 수상한 김지용 촬영감독과의 작업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도가니>(2011), <수상한 그녀>(2014), <남한산성>을 모두 함께했다. 함께 일을 오래해서 그런지 마음이 잘 통한다. 스토리보드 작업은 내가 혼자 하는 경우가 많고, <남한산성>도 전쟁 신 빼고는 혼자서 다 만들었다. 현장에서 바꾸고 싶은 게 있으면 서로 의견을 내서 빨리빨리 바꾸는 편인데, 그럴 땐 서로를 믿고 간다. 앵글을 한번만 체크하고 촬영에 들어가기도 한다.” 또한 시각적이든 청각적이든 극단적인 대비 효과를 줬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남한산성>에는 클로즈업도 많지만 익스트림 롱숏도 많다. 인물의 심리가 어떤 환경에서 나오는지 극단적인 대비 효과를 통해 보여주기 위해 빅 클로즈업과 익스트림 롱숏을 일부러 이어 붙였다. 사운드 같은 경우 어느 장면은 쉴 새 없이 대사가 쏟아지기도 하지만 대사가 아예 없는 신도 있는데, 이 또한 대비시켰다. 음악은 최대한 사용하지 않았다. 보통 40~50개씩 음악이 들어가는데 <남한산성>은 20여개도 안 된다. 극도로 음악을 자제했기 때문에 적막함과 두 사람이 내뱉는 대사의 열기가 좀더 잘 대비되지 않았나 싶다.”

어렸을 때 틈만 나면 TV를 보고 대학 시절 하루 8시간씩 영화를 본 것이 현재 자신을 만든 자산이었다는 이야기나, 한국 영화시장이 지금의 한계를 뚫고 더 커지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도 전한 황동혁 감독은 행사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자 “지난해 10월 3일에 개봉한 영화인데, 올해 12월까지 행사를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개봉 후 1년이 지났는데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가 또 생긴 게 의미가 깊다. 그래서 이 영화를 더 빨리 못 놓고 그간 아무것도 못한 것 같다. 내가 만든 영화를 다시 본 적이 거의 없다. TV에 나오는 것을 잠깐 다시 봐도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왜 그랬을까 싶어서 부끄럽다. <남한산성>은 그런 후회가 남지 않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나름 최선을 다했다. 늦은 밤 이곳까지 와준 관객이 열심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질문도 해줘서. 너무 뿌듯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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