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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만난 영화인들⑩] <하나레이 베이> 배우 요시다 요 - 사랑하는 이가 떠난 뒤
임수연 사진 박종덕 2019-05-15

일본의 중견 배우 요시다 요에게 <하나레이 베이>는 “배우를 그만둘까 고민했다”고 고백할 만큼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그는 10년 전 하와이 하나레이 베이에서 서핑을 즐기다가 목숨을 잃은 아들의 빈자리를 천천히 받아들이는 사치를 연기했는데, 거의 모든 장면에서 등장하는 것은 물론 캐릭터가 경험하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무척 깊고 넓다. “혼신의 힘을 쏟아부어 연기했다. 이제 껍질밖에 남지 않은 내가 과연 다른 작품을 할 수 있을까, 배우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했다.” 결과물은 거의 요시다 요의 ‘연기 쇼케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탁월한 연기 중 하나일 것이다. 영화의 여백을 채우는 다면적인 표정부터 폭발적인 감정 신까지, 매 순간 치열하게 연기한 요시다 요를 만났다.

-사치는 10년간 매해 같은 날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 홀로 조용한 휴가를 보낸다. 마쓰나가 다이시 감독이 하와이 촬영에 매니저와 동행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던데.

=처음부터 그렇게 요청한 것은 아니고, 원래 매니저가 사정상 하와이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그러면 아예 혼자 와달라’고 한 거다. 일본에서도 매니저 없이 현장에 나가 본 적이 없었는데, 혼자 나리타 공항에서 탑승 절차를 밟고 하와이까지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감독님은 내가 공항을 떠나는 순간부터 사치가 되길 바란 것 같다. 사치는 10년 동안 외롭게 모든 것을 혼자 해온 캐릭터니까.

-그동안 멋진 상사, 똑 부러진 전문직 여성을 많이 연기했다. 많은 한국 관객이 드라마 <히어로> 시리즈 속 모습으로 당신을 기억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다른 방식으로 연기한다.

=20년 이상 배우로 활동하면서 온갖 연기 습관이 생겼다. 감독님이 그걸 하나하나 다 배제하는 작업을 했다. 감독님은 현장에서 단 한번도 오케이 사인을 한번에 내준 적이 없다. 10, 20번이고 같은 장면을 촬영하고, 오케이가 아닌 이유도 설명하지 않으면서 계속 다시 연기하게 했다. 그러다보면 점점 계산을 하지 않고 캐릭터 자체에 다가가는 순간이 생긴다. <하나레이 베이>를 통해 신인배우가 된 것 같은 체험을 했다. 그 작업 방식이 굉장히 신선했다. 나 혼자서는 절대 이 캐릭터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영화는 ‘죽음은 자연의 순환의 일부’라는 테마를 전달한다.

=촬영 5개월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와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많이 사랑했다. 세상을 떠나신 후 나 역시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경험이 사치를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 사람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했거나, 앞으로 경험할 것이다. 당사자가 깊은 슬픔에 빠진 순간 자연이나 주변 사람은 그대로 있다는 게 어떤 면에서 참 모순적인데, 그들이야말로 언제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존재다. 모든 슬픔을 감내한 이후, 비로소 그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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