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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칸국제영화제⑦] <바쿠라우>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줄리아누 도르넬리스 감독, “전세계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김현수 2019-05-29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줄리아누 도르넬리스 감독(왼쪽부터).

올해 경쟁부문 진출작 중 장르적으로 가장 기괴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영화를 한편 꼽으라면 브라질에서 날아온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줄리아누 도르넬리스 감독의 <바쿠라우>일 거다. 척박한 브라질 북부 ‘바쿠라우’라는 가상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가난과 가뭄에 시달리지만 끈끈한 결속력으로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며 산다. 그들에게는 피부색도 성적 지향도 함께 사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외부의 폭력과 억압이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데뷔작 <네이버링 사운즈>로 2012년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고 두 번째 연출작 <아쿠아리우스>로 2016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은 그와 함께 오랫동안 작업해온 줄리아누 도르넬리스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세 번째 장편 <바쿠라우>를 공동연출했다. <바쿠라우>는 한 마을에 불어닥친 외부의 폭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혈투를 다룬다는 점에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나 일련의 서부극 영화들이 직접적으로 연상되며, 자본주의 사회 계급이나 인종갈등으로 인한 뒤틀린 현실을 극단적인 폭력 묘사로 장르화시키는 면에서는 <호스텔> 같은 슬래셔영화도 떠오른다. 급변하는 브라질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드라마로 풀어내던 감독이 갑자기 피칠갑이 난무하는 하드보일드 액션영화를 연출한 이유가 뭘까.

-<바쿠라우>는 감독의 전작들과 매우 다른 장르적 특징을 강조하는 영화다.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됐나.

=줄리아누 도르넬리스_ <바쿠라우>는 굉장히 오랜 기간에 걸쳐 개발한 기획이다. 사실 클레베르와 나는 호러, SF, 웨스턴 등의 장르영화나 화끈한 복수극을 다루는 영화들을 좋아했다. 클레베르의 전작들이 현실 기반의 사회문제를 다뤘지만 <바쿠라우>를 같이 기획할 때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찍자, 지루하지 않게 만들자’는 목적 외에는 별다른 게 없었다. 신나게 찍었다. 우린 오랜 세월 동안 알고 지냈기 때문에 서로 잘 맞았고 공동연출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_ 두편의 전작이 전세계 사람들에게 브라질의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나 사람들이 잘 몰랐던 브라질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다면 이번 영화는 장르에 대해 좀더 자유롭게 접근했다는 점이 다르다. 그렇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도 브라질 사회의 한 단면이다. 브라질은 현재 인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굉장히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

-브라질의 사회문제 중 좀더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나.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_ 브라질은 폭력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그것이 아마도 이 영화가 폭력적인 장면을 많이 담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실은 전세계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거다. 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그 총을 쥔 권력에 대항하는 저항을 보여주고 싶었다.

줄리아누 도르넬리스_ 그리고 누구도 바쿠라우 사람들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것, 그것이 영화의 주제다.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_ 이번에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들 중에서 자국의 현실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영화들도 많지 않나. 아마도 <바쿠라우>가 초청된 것은 브라질 역사와 사회에 대한 하나의 관점을 제시해주기 때문일 거다. 브라질 북동부 지역은 매우 깊은 문화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

<바쿠라우>

-바쿠라우 주민들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벌이는 총격전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디테일하다. 영화에서 피와 살점이 튀는 장면을 보여줄 때, 그리고 사람들의 죽음을 보여줄 때 어떤 의도를 갖고 어느 정도의 수위까지 보여주려 했는지 궁금하다.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_ 우리는 폭력 묘사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다. 종종 영화에서 폭력 묘사는 도덕적으로 엄격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나는 이에 대해 우리 영화에서 어떤 예시를 주고 싶었다. 한 장면을 예로 들면 나는 <바쿠라우>에서 가장 폭력적인 장면 중 하나인 발가벗은 마을 사람이 무력에 맞서 무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그 장면에서 노인이 가해자들에게 “대체 우리를 왜 죽이려 하느냐?”라고 물으면서 “너는 살고 싶냐? 죽고 싶냐?”고 되묻는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다음 펼쳐질 화끈한 피칠갑 복수를 기대하겠지만 나는 다른 선택을 했다. 그 장면으로 폭력 묘사에 대한 내 생각을 대신하고 싶다. 그 장면 역시 이 영화를 찍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극중 ‘룽가’라 불리는 그 지역 영웅의 존재감이 강렬하다. 과장된 스타일과 액션은 아시아 장르영화 속 갱스터 이미지와도 비슷한데 어떻게 만들어낸 캐릭터인가.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_ 룽가는 다양한 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뒤섞여 있는 신비로운 캐릭터다. 외형적으로는 브라질 북동부의 범죄자들(cangaço) 풍습에서 유래한 의상과 헤어스타일로 꾸몄고, 그의 성적 지향은 게이다. 물론 그는 과거 범죄에 연루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룽가를 연기한 배우 실베로 페라라가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줬기 때문에 <바쿠라우>가 서부극으로도 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바쿠라우 주민들이 처한 현실은 아주 복잡하다. 예를 들면 개발이 덜 된 오지에 사는 사람들은 가뭄과 빈곤을 견뎌야 한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바쿠라우 주민들이 왜 그렇게 어렵게 살고 있는지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_ 영화에서 바쿠라우 사람들이 겪는 가뭄은 물론 지정학적 의미도 있겠지만 정치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표현한 거다. 그곳 사람들이 게을러서 지역이 발전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브라질의 현실이다.

-인물들이 출신 지역과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언급하는 장면은 웃음을 유발하지만 논쟁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_ 브라질에서도 지역별로 균형 있는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남동부와 북동부의 경제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 나는 북동부 출신인데, 평론가 시절에 1998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 정킷 행사에 참여해 제작자 제프리 카첸버그와 목소리 출연한 배우 제프 골드블룸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내가 북동부에서 왔다고 하니까 그들이 대뜸 통역가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묻더라. 내가 영어는 문제없다고 하니까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은 영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편집자) 브라질 북동부 사람이 영어를 한다고 놀라워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바쿠라우>를 만들고자 했던 이유 중 하나다.

줄리아누 도르넬리스_ <바쿠라우>는 브라질 북동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이고, 클레베르와 나의 출신 지역인 북동부에 애정을 표하는 영화다. 그곳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아무도 사회에 불만을 품지 않고 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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