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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칸국제영화제⑧] <페인 앤 글로리>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 창작에 대한 공포와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장영엽 2019-05-29

“이 영화를 제발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 페드로가 이걸 하고, 저걸 했구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영화는 허구일 뿐이다.” <페인 앤 글로리>의 기자회견에서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이 영화가 자전적 이야기가 아니라고 거듭 말했다.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노년의 영화감독 살바도르 말로(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인공인 이 영화는 알모도바르의 삶과 겹치는 지점이 많다. 노년의 영화감독이라는 점도 그렇고, 게이라는 정체성, 극중 주인공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나 소년 시절 낯선 곳으로 이사했던 경험도 모두 알모도바르에게서 나왔다. 하지만 그는 “첫 번째 대사는 내 삶으로부터 나오나, 곧 허구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며 자신은 리얼리티보다 픽션에 주목하는 작가라고 말했다.

-<페인 앤 글로리>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가 ‘중독’이다. 주인공 살바도르 말로는 고통을 덜기 위해 마약에 중독된다. 당신은 어떤 것에 중독되어 있나.

=페드로 알모도바르_ 내 삶 속에서 중요한 ‘중독’은 오직 하나다. 매일 밤 8시간씩 자는 것. 그리고 주인공처럼 내가 영화를 만들 거라는 걸 아는 것이다.

=안토니오 반데라스_ 나는 지금 나 자신을 다시 되찾는 데 중독되어 있다. <페인 앤 글로리>에 출연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페넬로페 크루즈_ 가족은 많은 문제로부터 나를 지켜주고 나를 내 삶과 연결시켜준다. 그리고 나는 영화에 중독되었다. 17살 때부터 배우를 시작했다. 첫 촬영을 마쳤을 때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제목은 ‘고통과 영광’을 의미하는데 극중에서 고통에 대한 이야기의 비중이 훨씬 높다. 당신은 어떤 의미에서 ‘영광’이란 단어를 사용했나.

페드로 알모도바르_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영광은 예술품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아파트에 사는 주인공의 삶을 의미한다. 주인공의 삶의 모습이 바로 영광이다. 그리고 그가 영화를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만드는 것 또한 영광일 것이다. 내게 성공의 척도는 내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무척 유려하게 담아내고 있다. 특히 소년 시절의 주인공이 처음으로 욕망에 눈뜨는 순간과 노년의 그가 옛 애인과 재회해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그렇다.

페드로 알모도바르_ 먼저 나는 소년이 욕망에 처음으로 눈뜨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매우 미묘한 방식으로 연출해야 하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또 두 노년의 남자가 그런 열정과 흥분을 가지고 키스한다는 것이 매우 아름답게 느껴졌다.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경험한 적 있는데, 사랑의 감정이 남아 있는 사람과 헤어져야만 한다면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키스 신은 그렇게 완성했다.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현재 두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썼다가 영화를 만들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다는 걸 발견한 적도 많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단순히 시나리오를 쓰지 못할 거라는 공포뿐 아니라, 다음에 이어질 시네마틱한 모험에 대해 열정을 느끼지 못하는 데 있다. 창작에 대한 공포와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관심 있는 이야기를 밀어붙이는 것이다. 내 인생이 거기에 달려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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