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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시리즈 명장면 베스트
김현수 2019-06-26

기억나니? 믿음의 컨베이어벨트…

<토이 스토리4>를 보기에 앞서 시리즈 전편의 기억이 가물가물한 관객에게는 시리즈 정주행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이번 4편은 1편부터 이어져온 시리즈 고유의 특징을 리부트하듯 반복해서 활용함으로써 감동이 배가되는 영화이기 때문. 지난 20여년 넘는 세월을 우리와 함께 성장해왔던 장난감들의 역사를 되짚어보기 위해 지금도 여전히 기억에 맴도는 몇 장면을 골라봤다.

● “나는 장난감이야” _<토이 스토리>(1995)

1편에서 버즈가 우디와 함께 씨드의 집에 갇혔을 때 버즈는 처음으로 자신이 출연한 TV 광고를 보고는 장난감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닫는다. 그제야 팔뚝에 적힌 ‘MADE IN TAIWAN’ 문구도 눈에 띈다. 하지만 버즈는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자신을 믿어보겠다며 난간에 올라선다. 이 장면에서 흐르는 작곡가 랜디 뉴먼의 노래 <I Will Go Sailing No More>의 구슬픈 가락은 스스로 우주 보안관이 아니라 플라스틱 장난감이란 사실을 깨닫는 버즈의 아픔을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 장면이 시리즈를 통틀어 버즈의 비행이 유일하게 실패한 장면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가 한계를 딛고 날아오르는 순간, 그리고 우디를 안은 채 1편 최고의 명대사 중 하나인 “이건 멋지게 추락하는 거야”라고 이야기할 때, 비로소 무한의 우주로 향하게 되는 것이 아닐지.

● 알카라인 배터리 최고의 RC카 체이스 _<토이 스토리>(1995)

<토이 스토리>는 시리즈 내내 우디와 버즈의 모험극을 앞세우며 환상적인 액션 시퀀스를 선보여왔다. 1편 마지막 장면의 카체이스 장면처럼. 앤디 가족이 이삿짐을 다 싸고 집을 나설 때 버즈를 구하기 위해 우디가 RC카를 내보낸다. 이때 비로소 우디와 버즈는 처음으로 삶의 목적이 같아지고 서로를 위해 희생한다. 또한 버즈의 헬멧은 이번 4편에서도 멋지게 활용된다.

● “사랑받을 땐 모든 게 아름다웠지” _<토이 스토리2>(1999)

장난감 컬렉터 알의 컬렉션 중 일부러 만나게 된 우디와 제시는 처음에는 서로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달랐다. 우디가 친구들과 앤디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반면, 제시는 오랫동안 창고에 처박혀 있다가 바깥 공기를 맡는 것이 너무 좋다면서 자신을 떠나려는 우디를 원망한다. 우디가 떠나면 자신은 다시 창고에 놓이는 신세가 되어야 하기 때문. 아이들은 언제나 장난감을 잃어버린다, 는 정서의 핵심은 장난감이야말로 늘 버림받는 존재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는 것. 이 장면의 삽입곡인 사라 매클라클런이 부른 <When She Loved Me>는 그해 그래미 어워드 주제가 부문상을 수상했다.

● 환상적인 무단횡단 _<토이 스토리2>(1999)

버즈와 포테이토 헤드, 슬링키와 렉스, 햄은 컬렉터에게 잡혀간 우디를 구출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선다. 이들에게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도처에 널렸는데 그중 화룡점정은 달리는 도로변의 자동차들. 사람이라면 쉽게 건널 수 있는 도로를 횡단하기 위해 이들은 도로안전 표지 고깔을 뒤집어쓰고 무단횡단을 감행한다. 목숨을 건 무모한 도전은 이들에게 어떠한 피해도 남기지 않지만 도로의 자동차들은 아비규환이다. 앤디의 장난감들이 장난감 백화점으로 향하는 이 장면은 실제 현실에서도 각종 장난감으로 구현되어 판매될 만큼 당시 인기가 좋았던 장면이다.

● 기차 강탈 장면 _<토이 스토리3>(2010)

애꾸눈 포테이토 부부 강탈단이 기차를 강탈하는 걸 우디와 제시, 불스아이가 저지하는 첫 장면은 보안관 우디의 원래 캐릭터에 걸맞은 서부극의 장르적 색채가 물씬 풍기는 장면이다. 앤디가 방안의 장난감을 총동원해서 만들어 놀던 이야기의 상상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이어서 실은 앤디가 놀던 장면이 엄마의 캠코더 장면에 찍혀 있던 과거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더욱 감동적이다. 리 언크리치 감독은 <토이 스토리3>의 오프닝으로 서부극 장면을 묘사한 것을 아주 만족해한다. 기차의 디자인은 디즈니의 전통적인 기차 릴리 벨의 디자인을 따서 만들었고 악당 꿀꿀이 박사가 조종하는 돼지우주선의 디자인은 제작진이 <스타워즈> 시리즈를 오마주한 것이다. 거의 쓰일 일 없던 버즈의 반동 추진 엔진이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 프리즌 브레이크 _<토이 스토리3>(2010)

<토이 스토리3>의 전체 액션 디자인에서 탈출 장면은 기획 단계 때부터 중요한 구성 요소였다. 리 언크리치 감독은 3편 전체가 거대한 감옥영화로 디자인되길 원했고 그중 거대한 스케일의 긴 탈옥 장면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디가 써니사이드 유치원으로 향했던 버즈와 친구들을 찾아가 그들을 구출해내는 긴 시퀀스가 바로 최고의 탈옥 장면이다. 누구 하나의 주도적인 활약이라기보다는 거의 모든 캐릭터 활약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마지막 탈옥이란 결과를 만드는 구성이 감탄을 자아낸다.

● 믿음의 컨베이어벨트 _<토이 스토리3>(2010)

우디와 버즈,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써니사이드 유치원을 빠져 나가려다 랏소가 훼방놓는 바람에 쓰레기 하치장까지 떠밀려 들어오게 된다. 이 장면은 아름다운 이별이란 무엇인지를 늘 고민하며 사는 장난감들의 마음이 깊이 새겨진 장면이다. 액션의 디테일한 구성에서부터 하치장 컨베이어벨트 위에서의 서스펜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캐릭터의 특성을 살린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등장까지 모든 구성 요소가 완벽에 가까울 만큼 감동적인 시리즈 최고의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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