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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소마> 백주의 공포극으로 귀환하다, 아리 애스터
장영엽 2019-07-18

<유전>에 이은 공포영화 <미드소마> 연출한 아리 애스터 감독과 <미드소마>의 불쾌하면서 인상적인 매력에 대하여

단 한편의 호러영화로 미국영화계의 라이징 스타가 된 감독이 있다. <유전>(2018)을 연출한 아리 애스터다. 한 가족의 비극적인 사연과 그들의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을 조명한 <유전>은 갑작스러운 놀라움의 순간이나 끔찍하고 잔혹한 장면을 남발하지 않고도 관객의 숨통을 옥죄었다. 아리 애스터의 이 무시무시한 장편 데뷔작은 2018년 해외 매체가 선정한 베스트 영화 목록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는 첫 장편이 거둔 영광에 도취되지 않고 재빨리 다음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7월 11일 개봉한 아리 애스터의 두 번째 장편영화 <미드소마>는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신인감독의 ‘소포모어징크스’를 말끔히 날려버렸다. 눈부시게 빛나는 스웨덴의 작은 마을에서 90년에 한번 열리는 특별한 의식에 참석한 이방인들의 행보를 좇는 이 영화는 아름답고, 기이하며, 섬뜩하고, 메스꺼운 데이타임 포크 호러영화다. 장담컨대 <미드소마>를 보고 나면 당신은 이런 영화를 만든 감독의 머릿속이 궁금해질 것이다. 신인감독 아리 애스터는 누구이며, 그는 이 영화에 어떤 상징과 암시를 숨겨놓았나. 이 글이 그에 대한 실마리가 되길 바란다.

“영화 사상 가장 목가적인 호러영화를 만들었네요.” <겟 아웃>(2017), <어스>(2019)의 조던 필 감독이 <미드소마>를 본 뒤 아리 애스터 감독에게 보낸 문자다. 그는 이후 아리 애스터 감독을 직접 만나 다음과 같은 소감도 전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정말로 독특해요. 이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작품이에요. <미드소마> 이후에 만들어진 호러영화들은 이 작품과 경쟁해야 할 겁니다. 가장 상징적인 이교도 영화로 거론되던 <위커맨>(1973)을 능가하는 이 작품과 말이죠.”

조던 필의 관람평처럼 <미드소마>는 이 영화를 특정 범주에 넣으려는 관객에게 당혹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본격 호러영화라고 부르기엔 공포의 수위가 높지 않고, 포크 호러(민담이나 전통문화를 소재로 삼은 공포영화. 폐쇄적인 공동체를 배경으로 광신적 숭배와 제의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이들의 사투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편집자)의 장르적 특성을 충실하게 따르는 작품도 아니다. 또한 <미드소마>는 멜로드라마에 비견할 법한 감정선으로 관객의 마음을 흔드는 한편 강박적이며 음험한 설정으로 보는 이의 심기를 거스른다. 관객에게 익숙한 장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콜라주해 이질감을 극대화하는 데 남다른 재능이 있는 아리 애스터는 <유전>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다시 한번 자신의 장기를 발휘한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길이 실은 아는 길과 비슷하게 생긴 초행길이라는 사실을 관객이 깨닫고 당황할 때쯤엔 이미 늦었다. 막다른 골목으로 관객을 밀어넣고 서서히 숨통을 옥죄는 <미드소마>는 “가장 고차원적인 방식으로 당신의 마음을 조종”(호러무비 전문 사이트 ‘블러디 디스거스팅 닷컴’ 필자 트레이스드 서먼)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며 원인 모를 갑갑함과 메스꺼움,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관객을 낯설고 불편한 세계로 이끄는 것이야말로 아리 애스터의 의도니까.

알아도 무섭다, 예측해서 재밌다

<미드소마>는 부모에게 전화를 거는 미국 여성 대니(플로렌스 퓨)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동생에게 안녕을 고하는 메일을 받은 대니는 불길한 예감에 부모의 안부를 궁금해하지만 누구도 그의 전화에 응답하지 않는다. 예감은 곧 현실이 돼, 대니는 하루아침에 온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된다. 그는 4년간 사귄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잭 레이너)에게 의지하지만 연인의 마음은 대니에게서 떠난 지 오래다. 인류학을 공부하는 크리스티안은 스웨덴 출신의 동료 펠레(빌헬름 브롬그렌)의 제안으로 마크(윌 폴터), 조쉬(윌리엄 잭슨 하퍼)와 함께 스웨덴의 작은 마을 호르가에서 열리는 미드소마(하지제) 축제에 가려 한다. 혈기왕성한 크리스티안의 친구들은 낯선 나라에서 여성들과 뜨거운 연애를 꿈꾸지만 이 여정에 대니가 합류하며 계획이 틀어진다. 스웨덴 헬싱란드 지역의 숲속 마을 호르가에 도착한 일행은 백색 옷을 입은 호르가 공동체 사람들로부터 열렬히 환영받는다. 그림 같은 초원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유서 깊은 역사와 전통을 따르고 서로 모든 것을 공유하는 자급자족 공동체 마을 호르가의 생활 방식은 대니 일행에게 유토피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마을에서 90년에 한번 열리는 미드소마 축제가 시작되며 대니와 크리스티안 그리고 친구들은 기이하고도 잔혹한 마을의 풍습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이 영화에서 하나의 갈래로 규정할 수 없는 건 장르뿐만이 아니다. <미드소마>는 두 갈래의 서사가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평행을 이루는 영화다. 이야기의 첫 번째 갈래는 트라우마를 경험한 여성의 성장담이다. 가족을 잃고, 연인과의 관계가 서서히 붕괴되어간다는 걸 알면서도 의지할 곳은 그뿐이기에 썩은 동아줄과도 같은 크리스티안과의 관계를 부여잡고 있던 대니의 정신 상태는 호르가에서 각종 사건, 사고를 경험하며 변화를 겪는다. 또 하나의 서사 갈래는 호르가를 찾은 이방인들의 눈에 비친 마을의 기이한 풍경이다. 대니와 크리스티안 일행을 호르가로 초대한 펠레는 마을 공동체가 인간의 생애 주기를 마치 계절처럼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정한 생애 주기의 마지막 계절인 겨울이 끝나는 72살 무렵, 공동체는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원과 작별하고, 그들의 방식은 대니와 같은 이방인들에게 광기로 느껴진다. 이처럼 “한 영화에서 두 가지 다른 일”(아리 애스터)을 한다는 선택은 감독이 <미드소마>를 연출하게 된 계기와도 관련 있다. 5년 전, 연인과 결별한 뒤 상실감에 빠져 있던 아리 애스터는 <유전>의 각본을 인상 깊게 읽은 스웨덴 제작사로부터 호러영화 연출 제안을 받았고, 자신의 개인적인 상실감을 반영한 이별영화의 틀에 포크 호러의 구조를 접목시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것은 이별을 겪어내는 나만의 방식이자 실패한 관계의 폐허를 생산적으로, 또는 파괴적으로 돌파하는 방법이었다”고 아리 애스터는 말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영화가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방식은 지극히 예측 가능하다. <미드소마>에서 불길한 사건은 관객이 짐작한 바로 그 순간 일어난다. 전화를 받지 않는 부모에게는 예상대로 나쁜 일이 일어나고, 공동체의 관습을 거부하거나 벗어나려 하는 자에게는 응징이 가해진다. 다시 말해 이 영화의 관심사는 장르의 관습을 비틀어 관객에게 충격과 놀라움을 주는 데 있지 않다. “가장 창의적인 방법으로 사람이 죽는 걸 보고 싶다면 내 영화를 보지 말라. 그것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감독이 어디로 향할지를 관객이 알 때 생기는 즐거움이 있다. 어떻게 하면 줄거리를 우회하지 않으며 감정적으로 놀라움을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야기의 방향성을 유지하고 피할 수 없는 것을 향해 다가가면서도 관객이 바라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미드소마>와 <유전>을 관통하는, 아리 애스터의 작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미드소마>에서 공포는 이성의 영역으로 이해할 수 없는 광기 어린 행동을 두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무력감에서 온다. 호르가를 찾은 이방인들은 눈앞에서 누가 죽어가도 그들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절벽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한 뒤 절규하던 이방인들이 마을 사람들의 태연한 분위기에 금세 압도당하는 영화의 초반부 장면은 <미드소마>의 정서를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는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지 못했던 <유전>의 가족들이 느꼈던 무력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호르가에서 누군가의 실종과 죽음은 손쉽게 탄로난다. 그러나 눈앞에 나타난 살인마가 상냥하고 친절한 마을 사람이며,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이교도라는 데에서 관객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나에게 호르가는 아름다운 장소여야 했다. 배경이 될 마을에 대해 조사할 때에도 냉소적이거나 잔혹하지 않은 분위기를 찾는 데 중점을 뒀다. 나는 호르가가 다른 세계로 진입한 이방인을 유혹하고 세뇌할 수 있는 장소였으면 했고, 사람들을 무장해제하는 공간이었으면 했다.”(아리 애스터)

어울리지 않는 것들 이간질시키기

아리 애스터 감독은 스웨덴 출신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헨리크 스벤손과 함께 창조한 호르가 공동체의 풍경에 관객이 서서히 스며들 수 있도록 느린 속도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스웨덴 민담과 노르웨이 신화, 영국과 독일의 하지제 전통, 다양한 민족의 제의와 민간신앙에 대한 이야기가 기술된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 등 다양한 역사 서적과 자료에 기반한 제작진의 세심한 취재는 <미드소마>의 공간에 풍성한 사연을 불어넣는다. <유전>의 디오라마가 그랬듯 마을 곳곳에 새겨진 룬 문자와 벽화는 인물의 운명을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이러한 상징과 암시를 무심코 흘려보냈다 해도 대세에 큰 지장은 없지만 영화 관람 뒤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전경에 위치한 등장인물 대신 <미드소마>의 후경을 상세히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이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하는 감독 자신의 취향에 따른 연출이기도 하다.

아리 애스터 감독의 전작 <유전>에서 가장 공포스러웠던 장면은 구더기가 들끓는 얼굴이나 칼로 스스로를 난자하는 여자주인공의 모습이 아닌, 모자간의 평범한 대화 장면이었다. 그 영화에서 자신의 유전자가 지긋지긋해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으며 임신했을 당시에는 유산까지 고려했다고 아들에게 고백하는 어머니의 모습만큼이나 끔찍했던 장면은 없었다. <미드소마>에서도 가장 서늘한 순간은 정서적인 대목에서 온다. 미쳤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알고 보니 자신을 가장 아껴주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누군가가 광기 안에서 새로운 안식을 찾기로 결심하는 대목이다. 이 비뚤어진 소망 충족의 판타지야말로 <미드소마>의 가장 무시무시한 지점이다.

아리 애스터의 영화가 인간의 뒤틀린 감정으로부터 서사의 동력을 얻는 건 감독이 스스로의 트라우마를 창작의 자양분으로 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의 장편 데뷔작 <유전>은 자신의 불운한 가족사를 반영한 영화였고, <미드소마>는 결별 이후 그가 경험한 상실감으로부터 탄생했다. 이 두편의 호러영화는 관객의 멱살을 잡고 들여다보기 불편하고 거북한 인간 심연의 밑바닥까지 끌어당긴다. 유년 시절 아리 애스터에게 정서적 충격을 안겨줬던 <시계태엽 오렌지>(1971)와 <블루 벨벳>(1986)이 그랬듯. 11살 무렵 이 두편의 영화를 관람한 아리 애스터는 인간사의 어둠을 후벼파는 이들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신의 마음속에서 해소되지 않는 어떤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두 편의 영화를 계속해서 재관람했다고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아리 애스터는 “심술궂은 이야기를 하기 위한 자신만의 취향을 발전시켜왔다”고 말한다.

미국의 유명 필름 스쿨인 아메리칸 필름 인스티튜트 재학 시절, 아리 애스터는 결혼한 뒤에도 아버지를 끊임없이 학대하는 20대 남자에 대한 근친상간 멜로 단편 <존슨 가족에 대한 이상한 것>(2011)을 연출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그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아리 애스터의 작업 방식은 자식의 출가를 막는 엄마가 등장하는 단편 <문하우젠>(2013), 장편영화 <유전>과 <미드소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끔찍한 일은 자신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마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 인간 심리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아리 애스터는 납득 가능하고 흥미롭게 서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할 때마다 한국영화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그것은 그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곡성>(2016)을 예로 들며 말했듯, “많은 장르를 가장 논리정연한 방식으로 뒤섞는” 것이 한국영화의 매력이기 때문이란다. 그가 사랑하는 한국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아리 애스터는 다양한 장르를 혼합하고 경계를 지우는 데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감독이다. 그에게 있어 영화를 만드는 최상의 방식은 어울리지 않는 장르를 한 영화에 모아놓고 “이간질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아리 애스터의 영화를 볼 때마다 아름답고, 처연하며, 기이하고 섬뜩한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까닭은 그런 연유에서다.

마지막 미소의 의미

<미드소마>에서 이러한 아리 애스터 세계의 복잡다단함을 상징하는 인물은 영국 배우 플로렌스 퓨가 연기하는 대니다. 가족을 잃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여성의 모습부터 연인에 대한 복잡다단한 마음과 자신의 새로운 운명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메이퀸으로서의 모습까지 감정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플로렌스 퓨의 연기는 멜로와 호러 장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미드소마>의 유연함을 가능하게 하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질료다. 특히 영화 말미에 대니가 짓는 미소는 <미드소마>를 통해 아리 애스터가 표현하고자 했던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관객에게 선사한다. “영화 <도그빌>(2003)의 결말에 이르러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오, 맙소사… 이 영화는 결국 나를 기쁘게 만들었어.’ <도그빌>의 카타르시스는 내가 <미드소마>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카타르시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는 이 영화의 결말이 흥미진진하고 관객을 기쁘게 하길 바랐다.” <미드소마>는 고통받던 한 여성의 미소로 마무리되는 영화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한 해피엔딩이라기보다 이런 방식의 기쁨을 과연 우리는 용인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복잡한 딜레마를 관객에게 안긴다. 가장 끔찍한 순간과 가장 행복한 표정이 공존하는 축제의 클라이맥스는, 관객의 넋을 완전히 빼놓는다. <미드소마> 이후 이 괴물 같은 감독은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그게 어디이든, 그의 영화를 보려면 정신을 단단히 다잡아야 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겠다.

● <미드소마>의 사소하지만 흥미로운 제작기

아리 애스터 감독(사진 왼쪽).

스포일러 경고! 여기서부터는 영화를 이미 관람한 독자들이 알면 좋을 사소하지만 흥미로운 <미드소마>의 제작 후일담을 소개한다. 아리 애스터 감독과 프로덕션 디자이너 헨리크 스벤손이 스웨덴의 외딴 마을 공동체 호르가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찾고 수집했다는 사실을 앞서 전한 바 있다. 특히 아리 애스터 감독은 관객이 실제로 호르가에서 등장인물들과 함께 의식을 거행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촬영 시작 전 100페이지 분량의 ‘스토리 바이블’을 집필하고 아펙트(Affekt)라 부르는 가상의 언어를 창조했다. 그와 제작진이 지난 2013년부터 스웨덴의 민속과 토속신앙, 북유럽, 영국, 독일에서 민간 전승되는 전통을 연구하고 스웨덴 북부에 보존된 고대 농장 헬싱에고르스를 방문해 스웨덴의 생활 공동체 풍습을 취재한 결과다. 그 결과 <미드소마>에는 실제 스칸디나비아의 시골과 종교 공동체 사람들의 자연을 대하는 자세와 문화, 바이킹의 고문 풍습이 담겨 있다. 영화 초반부 관객을 충격에 빠뜨리는 두 노인의 절벽 낙하 장면은 스웨덴 민담을 통해 전해지는 자살 풍습이며, 낙하한 뒤에도 숨이 끊어지지 않은 노인의 머리를 부수는 망치는 스톡홀름 민속 박물관에 ‘곤봉’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된 망치와 거의 흡사하다. 이 망치는 가족 중 가장 나이 든 구성원을 가족들이 죽일 때 사용했다고 알려진다. 흥미로운 점은 머리가 으깨지는 노인을 연기한 배우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남자로 불렸던 비오른 안데르센이라는 점이다. 그의 얼굴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호르가 마을 사람들이 망치로 내리찍는 장면은 아리 애스터 감독의 악취미를 짐작하게 한다. 감독은 <미드소마>의 시나리오를 집필할 무렵 스웨덴에서 열리는 하지제에 직접 참석했다고 밝혔다. 극중 장면처럼 하지제가 열리면 스웨덴 사람들은 남성 성기의 모양을 닮은 메이폴 기둥을 가운데 놓고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실제로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전통”이라고 아리 애스터 감독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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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