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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영상위원회⑤] <튤립모양> 양윤모 감독, 배우 유다인·김다현 - 공주에서 만난 빛과 공기의 냄새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19-10-24

배우 김다현·유다인, 양윤모 감독(왼쪽부터).

일본 여자 유리코(유다인)와 한국 남자 석영(김다현). 국적이 다른 두 남녀가 한국의 공주에서 만난다. 이들의 과거 기억과 현재의 인연이 묘하게 얽힌다. 양윤모 감독의 첫 번째 연출작 <튤립모양>에서 유다인은 1인2역의 일본 여성을 연기하고, 그룹 ‘야다’의 보컬로 데뷔해 뮤지컬 배우로 활동해온 김다현은 영화 연기에 오랜만에 도전한다. 그런데 제목은 왜 <튤립모양>일까. 그건 “영화를 보면 안다”고 하니, 내년 상반기 영화 개봉까지 답을 구하는 일은 미뤄야 할 것 같다.

-일본 여자와 한국 남자의 만남을 그린 영화다.

=양윤모_일본 여자 유리코는 3년 전 일본에서 스쳐 지나간 한국 남자를 잊지 못하고 한국에 찾아온다. 한국 남자 석영은 자신이 좋아하는 옛날 무성영화 속 일본 여배우와 똑같이 생긴 유리코를 고향 공주에서 만난다. 그 만남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다. 몇년 전 공주에 갔을 때 느꼈던 것들 그리고 일본에 갔을 때 만난 사람, 일본영화에 대한 생각들이 조금씩 합쳐지면서 자연스럽게 공주를 배경으로 하는 일본과 관련된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어땠나.

=김다현_시나리오의 서정적인 감성이 어떻게 스크린으로 표현될지 궁금했다. 개인적으로는 석영이라는 인물이 내가 꿈꿔온 이상적인 인물처럼 다가왔다. 석영은 대기업에 입사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지만 자신이 진짜 원하던 삶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향한다. 무성영화를 좋아하고, 아날로그적이고, 여유롭고 서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나 역시 귀농까지는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 점에서 나와 석영이 닮은 것 같았다.

=유다인_지난봄에 시나리오를 받아서 읽었다. 기성 영화와는 좀 다른 영화가 될 거라는 얘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겼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했다. 나라는 배우가 영화의 서정적인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안에서 잘 쓰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캐릭터를 위해 사전에 준비한 것이 있다면.

유다인_유리코는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던 날 비를 피해 들어갔던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한국인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그 남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3년간 한국어를 공부해 한국의 공주라는 곳에 무작정 가는 순수한 캐릭터다. 우선 일본인이 하는 한국말의 억양을 익히기 위해 실제 일본인이 한국말을 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고 익혔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연기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김다현_뮤지컬은 무대에 오른 배우의 몫이 큰 장르다. 반면 영화는 감독의 몫이 큰 장르라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를 찍을 때 감독님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감독님과 리딩을 여러 번 했고, 굉장히 디테일하게 감정의 깊이나 톤에 대해 얘기해주셨다. “거기선 30%만 더.” “여기선 1.5배 더.” 이런 식으로. 뮤지컬쪽에선 나도 나름 디테일한 연기를 하는 걸로 알려진 배우인데. (웃음) 아무튼 감독님이 생각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영화 작업의 매력이 그런 것 같다.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고 연구하고 이야기하는 것.

-영화의 배경이 충남 공주다. 실제 촬영도 공주에서 이루어졌다.

양윤모_공주를 돌아보며 느낀 감정들을 담고 싶었다. 백제의 유적이 남아 있는 공주라는 도시에서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생각한 것이라든지, 그곳의 오래된 돌을 만졌을 때의 느낌이라든지, 그날의 빛과 공기의 냄새 같은 것들. 그 느낌을 담기 위해 공주에서 모든 촬영을 진행했다.

김다현_촬영하는 동안 행복했다. 공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촬영이 끝나고도 몇번이나 공주에 갔다. 조용히 머리 식히기에도 좋은 곳이다. 이제 가을이 됐으니 단풍 보러 다시 공주에 갈 계획이다.

-경기영상위원회 다양성영화 제작투자지원작이다.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었나.

양윤모_제작비 지원을 받았고, 그 덕에 후반작업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제작자와 프로듀서가 따로 있어서 직접적으로 투자 및 배급에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대신 감독으로서 최대한 영화를 잘 완성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었다.

-한국 다양성영화의 발전과 관련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양윤모_관객이 평범한 영화에 길들여지거나 평범한 영화에 만족하지 않을 수 있게,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다현_한 영화가 흥행하면 비슷한 장르의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는데,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그 영화가 폭넓게 공유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유다인_나 역시 한명의 관객으로서 다양성영화를 보고 싶어도 상영관이 없어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보다 더 쉽고 편하게 다양성영화를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 저예산영화에 꾸준히 참여해온 배우로서, 지금보다 더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믿음을 주는 배우가 돼서 출연하는 영화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늘 해왔다. 아주 오래된 간절한 소망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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