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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아시안영화제] 홍콩아시안영화제 클라렌스 추이 집행위원장과 디디 우 프로그래머 - 목표는 규모보다 영향력
글·사진 김성훈 2019-11-21

클라렌스 추이 집행위원장.

클라렌스 추이디디 우, 두 사람은 한국 영화 팬들에게 다소 생소한 이름이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던 1997년쯤, 정치부 기자였던 클라렌스 추이 집행위원장은 영화에 대한 글을 쓰면서 평론가가 되었고, 이후 전세계 영화제들을 돌아다니며 프로그래밍을 하게 됐다. 홍콩아시안영화제에서만 7년을 지키고 있는 디디 우 프로그래머는 건축학도 출신으로, 런던에서 필름 큐레이팅을 공부한 뒤 홍콩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로 경력을 시작했다. 홍콩아시안영화제가 역사가 길지 않음에도 아시아 각국의 재능 있는 영화들을 알차게 불러모을 수 있는 건 두 사람의 남다르고 엄격한 감식안 덕분이다.

-20여일 동안 열리는 영화제는 흔치 않다. 왜 이렇게 긴가. (웃음)

=클라렌스 추이_평일 낮에도 상영되는 다른 영화제와 달리 우리는 평일에는 저녁에만 상영한다. 주말은 다른 영화제와 마찬가지로 오전부터 밤까지 상영되고.

-올해 상영작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가장 고민했던 건 무엇인가.

=디디 우_다양성, 독창성은 물론이고 이미지와 주제가 관객에게 잘 전달되는 영화인지도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다. 상영작이 홍콩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인지도 중요하다. 홍콩 관객이 영감을 얻고, 살아가는 데 중요한 동기 부여가 되는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했다.

클라렌스 추이_상영작 모두 거장들의 작품일 필요는 없다. 관객이 홍콩을 포함해 아시아 각국에서 온 영화를 보고 다른 사회를 이해하고, 영화제는 관객의 이해를 돕는 자리면 된다. 디디가 말했듯이 모든 상영작이 관객이나 영화제를 찾는 영화감독들과 관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창작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시각을 보여주며, 관점을 드러내는게 중요하다.

-현재 홍콩의 젊은 감독들은 선배 세대들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

디디 우 프로그래머.

디디 우_그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매우 복잡하다. 상대적으로 아시아 다른 국가의 감독들에 비해 경험이 적기 때문에 홍콩의 젊은 감독들은 덜 성숙하고, 영화 완성도가 다소 떨어진다. 그럼에도 선배 세대들이 중국으로 떠난 현재 산업 상황에서 젊은 창작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이고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어 충분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들은 난민, 이주, 젠더 등 기존의 홍콩영화가 다루지 않은 주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렌스 추이_10여년 전 영화학교를 졸업한 감독들은 ‘포스트 왕가위’가 되길 바랐다. 그들은 테크닉이나 스타일에 열광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 감독이나 시나리오작가들은 이야기의 본질에 더 집중한다. 그들은 자신의 예술적 방향을 가지고 사람이나 삶의 본질을 담고 싶어 한다. 그것은 좋은 방향이고, 나 역시 그들이 하는 방식을 지지한다.

디디 우_선배 세대들은 TV 같은 매체를 통해 연출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은 한번 실수하면 다음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이 작아져서 과거에 비해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고 정부 지원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 감독들은 용감하다.

클라렌스 추이_게다가 외국에서 공부한 경험들도 많은 까닭에 그들은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것 같다. 부산, 도쿄 등 아시아 여러 영화제를 통해 펀딩이나 공동 제작 같은 기회를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려고 한다.

-5년 전의 우산혁명과 최근의 홍콩 시위가 젊은 영화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클라렌스 추이_홍콩 영화인들은 항상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변화들에 대응해왔다. 우산혁명과 최근 시위로 인해 드러난 많은 사회적 이슈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신세대 감독들은 더욱 그렇다. 이같은 사회적 운동은 젊은 감독들에게 확실히 활력을 불어넣고 홍콩 역사와 정체성을 탐구하며 관객에게 독특한 홍콩 문화와 이상을 수용하도록 고무시킨다.

디디 우_그런 사회적 운동은 홍콩 사람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 같다. 과거에는 홍콩 사람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애정이 없었는데 우산혁명 이후 홍콩 사람들은 자신이 홍콩 사람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게 됐다. 그건 영화감독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다. 기성세대들이 영화를 공부할 때는 장르에 관심이 많았지만 현재 젊은 세대들은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과 메시지에 집중한다.

-홍콩아시안영화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나.

디디 우_전세계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제를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규모가 큰 영화제보다 영향력이 있는 영화제가 되길 바란다. 우리는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좋은 영화를 선택하고 있다. 덕분에 충성도 높은 관객을 보유하고 있고, 그들은 우리 영화제에 와서 많은 영감을 얻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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