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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빅프로젝트⑧]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 변성현 감독 - 실제 인물과 닮지 않은, 하지만 진짜 같은
임수연 사진 오계옥 2020-03-12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이하 <킹메이커>)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으로 한국영화 팬덤의 역사를 새로 쓴 변성현 감독과 조형래 촬영감독, 한아름 미술감독 등 주요 스탭들, 무엇보다 주연배우 설경구가 다시 뭉쳐 만든 작품이다. 배우뿐만이 아니라 변성현 감독 앞으로도 ‘불한당원’들의 간식차나 커피차가 들어갈 만큼 든든한 응원을 받으며 진행된 작품이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킹메이커>는 <불한당>과 여러 면에서 결을 달리한다. 1960~70년대 한국 정치계를 배경으로 치열한 선거에 뛰어든 이들을 조망한다는 소재도 다르지만,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세련된 클래식’처럼 보이고자 노력한 작품이다.

-<불한당> 이전부터 <킹메이커>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자기 전에 팟캐스트 방송을 즐겨 듣는데 엄창록이라는 인물이 ‘선거판의 여우’였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 이 사람이 정확히 뭘 했는지는 언급하지 않고 그냥 치밀하고 엄청난 사람이라는 얘기만 나왔다.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어떤 에피소드만 있지 구체적으로 뭘 했다는 기록은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창작자로서 들어갈 구멍이 있겠다, 빈 공간을 채워넣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다른 정치 드라마와는 소재도, 등장하는 캐릭터의 면모도 워낙 다르다 보니 어떤 스타일로 찍었을지 단번에 예상되진 않는다. 혹시 레퍼런스로 삼은 작품이 있나.

=남자들 대부분이 슈트를 입고 나오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슈트를 입고 나오는 할리우드 시대물은 다 봤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그 당시에 만들어진 영화도 많이 봤다. 또한 전반적으로 세련되고 클래식하게 찍고 싶었다. <불한당>이 카메라워크라든지 영화에 더한 기술이 티가 나는 쪽이었다면, <킹메이커>는 기술이 기술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만큼 인물에게 더 집중하고 싶었다. <불한당> 때는 대니 보일, 마틴 스코시즈 영화를 주로 봤다면, 이번에는 많은 노력이 들어갔지만 그걸 티 내지 않으려고 하는 작품들을 주로 참고했다. 그런 감독의 최고봉이 스티븐 스필버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품을 준비하며 스필버그 영화를 많이 보긴 했는데, 정작 콘티 작업에 들어갔을 때 그대로 참고하기엔 무리가 있더라. 하려는 이야기가 너무 다르고, 흉내를 내고 싶어도 스필버그의 영화들이 너무 걸작이라 잘 안됐다. (웃음) 그래서 특정 작품을 레퍼런스로 삼지는 않았다.

-김운범(설경구)을 보좌하는 선거전략가 창대 역할에 이선균을 떠올린 이유가 있나. 바로 매칭이 되는 캐스팅은 아닌데.

=(설)경구 선배님은 이 시나리오를 진작에 알고 계셨다. 같이 작품을 하자고 이미 얘기가 된 상태에서 나한테 전화를 걸어 “선균이는 어떠냐”고 하더라. “어? 재밌을 거 같아요”라고 답하고 선균 선배님에게 시나리오를 드렸는데 바로 답이 오진 않았다. 같이 못하는 건가 생각하고 있을 무렵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다가 우연히 선균 선배님을 마주쳤다. 뭐 이런 우연이 다 있나 싶더라. (웃음) 원래 미신을 안 믿는데, 왠지 캐스팅이 될 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왜 그를 캐스팅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나.

=다들 <불한당>에 경구 선배님을 생각지 못했던 것처럼 이선균 선배님이 연기하는 창대 역시 그럴 거 같았다. 경구 선배님이 “선균이를 확 바꿔봐. 목소리도 바꿔봐”라고 하기에 “어떻게 그 목소리를 바꿔요? 말도 안돼요” 이런 농담도 하고. (웃음) 지금까지 영화 일을 하면서 가장 대화를 많이 나눈 배우가 선균 선배다. 작품 들어가기 전에 웃으면서 “나랑 하면 상대배우들이 다 잘돼”라는 말을 한 적 있다. <끝까지 간다>(2013)나 <화차>(2012)에서 이야기는 선균 선배가 끌고 갔지만 관객의 뇌리에 박힌 것은 상대배우였다는 거다. 선배님은 그렇게 다른 배우가 무언가를 취할 수 있는 밑작업을 많이 했다. 그래서 “선배님이 취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하면서 작품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영화에 필요한 기초공사도 그 앞에 반짝이는 간판 역할도 선균 선배가 한다. 경구 선배는 반대로 토양이 되어야 하는 역할이다. 개인의 욕망이 크게 드러나는 캐릭터가 아니면서 다른 인물과 갈등도 두드러지고, 실존 인물의 어떤 모티브는 따오면서 영화의 지지대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내 생각에는 한국에 몇 없다. 경구 선배님은 그중 하나다. 경구 선배님 캐스팅은 그냥 동네 친구 만나듯 술 마시면서 이루어졌다.

-실제 이름과 다르게 등장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캐릭터 설정상 특정 인물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캐스팅에도 반영이 됐나.

=실제 이름을 썼다면 조금 다른 고민을 했겠지만, 이 영화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닌 김운범이 나오는 작품이다. 실존 인물과 매칭시키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 연기 잘하는 배우들, 그리고 시나리오에 맞는 사람을 고민했다. 유재명 선배님은 경구 선배님 옆에 섰을 때 에너지가 밀리지 않는 분이다. 개인적으로 팬이었다. 배종옥 선배님 역시 마찬가지다. 고 이희호 여사와 닮은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경구 선배님과 동등한 동반자로 보일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이 실장 역의 조우진 선배님은 어떻게 보면 정답 캐스팅에 가깝다. 그래서 정답처럼 보이지 말자는 얘기를 오히려 많이 했다.

-60년대 시대 배경이 스크린에 어떻게 재현됐을지 궁금하다.

=70~80년대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좀 있지만 60년대를 다룬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기존 세트도 없어서 계속 새로 만들어야 했다. 고증을 맞춰야 하니까 당시 자료를 계속 찾았는데 나름의 멋이 있던 시대다. 본격적으로 양장을 입었던 시기라 정치인들 의상이 멋있고, 머리는 포마드로 깔끔하게 넘긴 스타일을 고수한다. <킹메이커>가 잘생긴 미남들을 찍는 작품은 아니지만 우연히도 주연배우들의 평균 키가 180cm 정도다. 카메라에 담으면 멋있는 사람들이라 보는 맛이 있다. 또한 제작사 대표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들이 너무 실제 인물처럼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캐릭터 이름도 실제와 다르니 좀 열어두고 생각하자, 너무 아이디어를 제한하려고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당시 그 사람들일 법하지만 정확히 그 사람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게 관건이었다.

제작 씨앗필름 / 감독 변성현 / 출연 설경구, 이선균, 유재명, 조우진, 박인환, 배종옥, 이해영, 김성오, 서은수, 김새벽 / 배급 메가박스중앙(주) 플러스엠 / 개봉 2020년

•시놉시스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그의 뒤에서 뛰어난 선거전략을 펼친 서창대(이선균)의 치열한 선거 전쟁을 그렸다. 김운범의 평생 라이벌이자 러닝메이트인 김영호(유재명), 야당 정치인 이한상(이해영), 야당 총재 강인산(박인환), 여당의 선거 전략가 이 실장(조우진) 등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치열했던 선거판에 뛰어든다. 김운범의 아내 희란 역에 배종옥, 서창대의 아내 명숙 역에 김새벽이 캐스팅됐다.

•관전 포인트

정치인의 선거를 다룬 대중영화는 대체로 어떤 영웅의 각성과 성취를 그린다. “히어로물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 변성현 감독이 <킹메이커>의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전설 속의 참모’다. 전형적인 히어로가 아닌 창대와 주변 정치인의 감정이 “앞에 드러난 스토리는 역사적 사실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면의 이야기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탄생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연기를 바탕으로 다채롭게 그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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