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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파더 오브 할렘> 갱스터 엘스워드 레이먼드 ‘범피’ 존슨을 주인공으로 한 갱스터 드라마

갱스터의 거리에 다시 서다

리들리 스콧의 범죄영화 <아메리칸 갱스터>(2007)는 1970년대 뉴욕 할렘 암흑가의 갱스터 프랭크 루카스(덴젤 워싱턴)의 이야기를 다룬다. 조직의 보스 범피 존슨(클라렌스 윌리엄스 3세)의 오른팔이었던 프랭크는 범피가 사망하자 그 자리를 대신하는데, 바로 이 ‘범피’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TV시리즈 드라마가 최근 제작됐다. ‘할렘의 대부’라는 뜻을 가진 드라마 <갓파더 오브 할렘>은 1905년에 태어나 1968년 사망할 때까지 뉴욕 할렘가를 주름잡았던 갱스터 엘스워드 레이먼드 ‘범피’ 존슨을 주인공으로 한다. 미국의 케이블 채널 <Epix>에서 2019년 9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이 드라마는 범죄드라마 <나르코스>의 각본가였던 크리스 브랜카토와 폴 에크스타인 등이 각본을 담당했다. 주인공 범피 존슨 역은 영화 <라스트 킹>(2006)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중견배우 포레스트 휘태커가 맡았다. 11년간의 옥살이 끝에 1963년 할렘가로 귀환한 갱스터 범피 존슨의 피비린내 나는 시간을 그린 드라마 <갓파더 오브 할렘>을 살펴봤다.

1963년, 악명 높은 알카트라즈 교도소를 포함해 11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엘스워드 레이먼드 범피 존슨(포레스트 휘태커)은 자신의 조직이 있는 뉴욕 할렘으로 돌아간다. 범피를 마중 나온 아내 메이미(일페네시 하데라)는 그에게 “당신이 없는 사이 할렘이 많이 변했다”고 말한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와 친구들 또한 범피에게 그간의 사건들을 털어놓는데, 그중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탈리아 마피아들이 그들의 구역을 장악해버린 것. 어린 딸 마가렛(데미 싱글턴)과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시, 범피는 자신의 구역인 46번가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빈센트 ‘친’ 지간테(빈센트 도노프리오)의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이 자신의 조직원을 무자비하게 공격한 것을 알게된 범피는 그들을 찾아간다.

<갓파더 오브 할렘>의 두축을 차지하는 건 범피의 갱단과 친의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이다. 치열한 세력 다툼을 하는 두 조직의 보스는 사사건건 부딪치며 신경전과 육탄전을 벌이는데, 그 과정에는 폭력과 지능이 함께 활용된다. 총과 칼 같은 무기로 적을 공격하며 폭력을 사용하고, 동시에 지능적으로 인맥과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드라마는 당연하게도 친보단 주인공 범피의 능력과 전략에 좀더 중점을 둔다. 11년간의 공백기 동안 변화한 할렘의 지형도를 바꾸려는 범피의 행로에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동행하게 된다. 범피와 친의 범죄조직 외에도 <갓파더 오브 할렘>에는 1960년대 미국의 정치사회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은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맬컴 엑스(나이절 태치)다. 60년대 미국 사회 유명 인사였던 그는 범피의 오랜 친구이자 지원군이다. 마피아들의 헤로인 공급으로 망가져버린 할렘에서 약을 몰아내길 원했던 맬컴 엑스는 총을 가진 친구 범피와 손을 잡는다. 실제로 맬컴 엑스는 그가 붉은색의 머리 때문에 ‘디트로이트레드’로 알려졌던 1940년대부터 범피 존슨과 우정을 나눴다고 한다.

<갓파더 오브 할렘>에서 주인공 범피는 안팎으로 여러 문제에 시달린다. 귀환한 갱스터로서 할렘의 주도권을 되찾고자 하는 것이 외부적 문제라면, 드라마는 그의 내부적인,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의 가정이 지닌 은밀한 문제에도 주목한다. 범피의 단란한 가정은 강단 있는 아내 메이미와 사랑스러운 딸 마가렛으로 구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1화의 끝에서 그를 ‘아빠’라고 부르는 또 다른 딸 엘리스(앤트워넷 크로레거시)가 등장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그리고 2화에서, 엘리스가 심각한 마약중독자이며, 어린 시절 마가렛을 낳았고, 아버지 범피가 손녀인 마가렛을 엘리스 대신 딸처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범피의 라이벌인 친 또한 자녀 문제에 있어선 한없이 약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갓파더 오브 할렘> 내의 ‘로미오와 줄리엣’ 커플인 친의 딸 스텔라(루시 프라이)와 흑인 가수 지망생 테디 그린(켈빈 해리슨 주니어)의 금지된 사랑을 거세게 반대하는 친은 결국 딸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 약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엘리스에게 범피가 그랬듯 친 또한 스텔라의 삶에 개입해 뜻하지 않은 불행을 만들어내는데, 이처럼 범죄조직의 강인한 보스인 범피와 친 두 사람이 아버지로서 보여주는 딸들과의 아슬아슬한 관계가 <갓파더 오브 할렘>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다.

<갓파더 오브 할렘>에 대한 미국 언론과 시청자들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호의적이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들은 있다. 우선 범죄 장르에 기대할 만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다소 상투적이거나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매화 주인공 범피가 자신 앞에 놓인 여러 난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들이나, 그를 힘들게 하는 주변 인물들의 관계 등이 도식화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범피 존슨이라는 캐릭터의 무게감에 비해 그가 맞닥뜨린 드라마상의 문제들이 상대적으로 헐거워 보인다는 평가 또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갓파더 오브 할렘>이 어떤 힘을 가진다면 그것은 단연 주인공 범피 역의 배우 포레스트 휘태커의 압도적인 존재감 덕분일 것이다. <아메리칸 갱스터>가 미처 더 보여주지 못한 ‘범피 존슨’의 에너지를 모두 보여주려는 듯한 진중하면서도 매력적인 연기다. 그외에도 친 역의 빈센트 도노프리오, 맬컴 엑스 역의 나이절 태치, 파월 의원 역의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메이미 역의 일페네시 하데라 등의 배우들 또한 범피를 중심으로 한 밀고 당기는 역학적 관계들을 비상하게 표현한다. 이렇듯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1960년대 뉴욕 할렘가를 배경으로 얽히고설킨 권력 다툼을 보여주는 드라마 <갓파더 오브 할렘>은 당대의 정치, 사회, 종교적 상황과 분위기를 간접 체험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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