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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은 고전을 어떻게 재해석했나

시대를 뛰어넘는 모던하고 유쾌한 각색

“<작은 아씨들>에서 내 얼굴과 내 운명을 보았다.”(시몬 드 보부아르)

150년 전 출판된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은 영국의 <올리버 트위스트>, 프랑스의 <레미제라블>처럼 미국의 교과과정에서 빠짐없이 다루어지는, 그야말로 ‘THE’ 클래식이다. 이 작품이 출판되었을 당시 2주 만에 2천여권이 팔려나갔고, 이후 50여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러다보니 무성영화 시절부터 할리우드는 이 작품에 눈독을 들여왔고, 이번 그레타 거윅 감독의 버전은 세 번째도 네 번째도 아닌 무려 여덟 번째 스크린 각색작이다. 그간 배우, 작가, 감독으로 통통 튀는 새롭고 모던한 여성 캐릭터를 창조해온 거윅이 150년 된 <작은 아씨들> 이야기에서 어떤 메시지를 담아내고 싶었는지 궁금해하는 관객이 많을 것이다. 돌아가는 법 없이 시원시원한 성격의 거윅 감독은 첫 장면부터 서둘러 관객의 이런 궁금증에 직접적으로 답을 제시한다.

영화는 조(시얼샤 로넌)가 자신의 단편소설을 처음으로 출판하려하는 거만한 편집장과 서투르게 저작권료 협상을 하는 신으로 시작한다. 원작에는 없는 이 장면에 대해 거윅 감독은 “나는 루이자 메이 올콧의 모든 편지 교환 내용을 샅샅이 뒤져서 읽었다. 글을 써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그녀의 상황과 계약을 할 때 어떻게 하면 퍼센티지를 높여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 나온다”라며 이 오프닝에 대한 각별한 애착을 드러낸다. 결국 거윅 감독이 보는 <작은 아씨들>은 단순히 남북전쟁 시기를 살아가는 네 자매의 인생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딱 까놓고 ‘돈’에 대한 이야기이고, 더 나아가서는 남성들의 결정에 의존하지 않고 여성 예술가로서 ‘돈’을 벌며 살아가고자 고민하는 네 자매 이야기로 확장된다. 첫째 메그(에마 왓슨)는 배우가 되고 싶은 욕망과 가족을 가지고 싶어 하는 욕망 사이에서 고민하고, 둘째 조는 소설을 쓰지만 여성들이 쓴 소설은 어떻게 끝이 나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척하는 편집장과 맞서야 한다. 셋째 베스 (엘리자 스캔런)는 피아노를 잘 치지만 건강에 문제가 있고, 막내 에이미(플로렌스 퓨)는 그림을 그리는 데 소질이 있지만 남자들이 좋아하는 취향에 따라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리고 거윅 감독은 여러 가지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이들을 모두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사실, 원작은 행복했던 네 자매의 유년 시절과 어른이 되어 현실의 어려움에 부딪히는 두 시기가 시간 순서대로 구성되는데, 거윅은 이러한 원작의 내용을 최대한 그대로 가져오되 이 두 시기를 플래시포워드, 플래시백을 통해 자유롭게 뒤섞음으로써 상당히 모던한 작품을 완성해낸다. 시끌벅적한 유년 시절 자매들간의 말다툼, 몸싸움 신이 뮤지컬처럼 리드미컬하고 유쾌하게 그려지다가, 성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이 구조는, 이들이 겪는 팍팍한 현실의 어려움을 한층 더 절실히 느끼게 한다. <레이디 버드>(2018)에서도 거윅 감독과 호흡을 맞춘 시얼샤 로넌의 활기찬 연기, 네 자매 중 가장 미움을 받아왔던 막내 에이미 캐릭터에 입체감을 실어주는 플로렌스 퓨의 매력뿐 아니라 비중 있는 조연들- 철없는 옆집 청년 로리(티모시 샬라메), 어수룩한 표정이 매력인 프리드리히(루이 가렐), 그리고 맵시 있는 독신 부자 고모(메릴 스트립)- 의 훌륭한 연기도 놓치지 말아야 할 관람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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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소니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