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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국제평화영화제①]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6월 18일부터 23일까지 열려
이주현 2020-06-18

6월의 평창에서 영화와 휴식의 나날을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6월 18일부터 23일까지 6일간 강원도 평창 일대에서 열린다. ‘평창동계올림픽의 평화 정신을 이어받은 강원도 최초의 국제영화제’가 지금까지 평창국제평화영화제를 소개하는 말이었다면, 2회를 맞은 올해는 지역밀착형 국제영화제로서 프로그램이 내실 있게 정리되고 확장된 느낌이다. 멀티플렉스 중심의 운집형 영화제에서 벗어나, 평창 곳곳의 문화공간을 대안 상영관으로 마련해 휴식과 치유와 영화감상이 한번에 가능하도록 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무주산골영화제 등 앞서 열린 영화제들이 온라인 상영과 온오프라인 분산 개최 등을 선택한 반면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오프라인 영화제 개최를 선택했다. 김형석, 최은영 프로그래머에게 오프라인 개최 결정과 새로운 시도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 기사에 앞서 올해 영화제에서 놓치기 아까운 추천작들도 소개한다.

<김일성의 아이들>

김덕영┃한국┃2020년┃84분┃다큐멘터리┃평양시네마

<김일성의 아이들>에서 ‘김일성의 아이들’은 6·25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동유럽 전역으로 보내진 북한의 아이들을 말한다. 북한은 6·25전쟁 중 5천명이 넘는 아이들을 위탁교육의 명목으로 동유럽에 보낸다. 1952년에서 1960년 사이 폴란드, 불가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체코 등에서 살았던 북한의 아이들에 대해선 현재까지도 잘 알려진 바가 없다. 영화는 당시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던 동유럽의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60~70년이 지난 과거임에도 이들은 북한에서 온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한 친구들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들의 안부를 궁금해한다. ‘김일성의 아이들’의 흔적 찾기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결국 정치와 사상과 국경을 넘어선 감동적인 우정과 휴머니즘이다. 북한의 과거, 현재, 미래를 가늠하는 영화들을 소개하는‘평양시네마’ 섹션의 유일한 한국영화다.

<안네 프랑크를 찾아서> #AnneFrank. Parallel Stories

사비나 페델리, 안나 미고토┃이탈리아┃2019년┃95분┃다큐멘터리┃스펙트럼

1942년 6월 12일, 안네 프랑크는 13살 생일에 일기장을 선물 받는다. 그로부터 2년간,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가족과 함께 암스테르담에 은신하며 살았던 시간들을 일기장에 고스란히 기록한다. <안네의 일기>를 남긴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의 무덤에는 아직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독일의 10대 소녀 카테리나도 안네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일기를 쓰던 당시 자신 또래였던 안네의 상황과 감정을 느끼고자 한다. 영화는 또한 홀로코스트 생존 여성들과 그들 가족의 인터뷰를 통해 대학살의 역사가 어떻게 기억되고 대물림되며 새로운 의미와 목소리를 얻게 되는지 이야기한다. 영국의 명배우 헬렌 미렌도 영화에 참여해 반가움을 더하는데, 안네 프랑크의 은신처를 재현한 공간에서 <안네의 일기>를 낭독한다. 역사는 구체화되고 과거의 목소리는 실체를 얻는다.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This Is Not a Movie

창융┃캐나다┃2019년┃106분┃다큐멘터리┃스펙트럼

로버트 피스크는 영국 <인디펜던트> 소속 기자이자 칼럼니스트로, 40년 넘게 중동의 상황을 취재해온 중동 전문가다. 1970년대부터 레바논 주재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중동과 인연을 맺었고, 레바논 내전, 이란-이라크 전쟁, 시리아 내전 등을 취재했다. 서구 기자 중 유일하게 오사마 빈 라덴을 세 차례 인터뷰한 것으로도 유명한 로버트 피스크는 현재도 베이루트에서 생활하며 중동의 현실을 전하고 있다.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는 중동의 내부자들이 말하지 못하고 외부자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전하는 기자, ‘목격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언론인 로버트 피스크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카메라는 펜과 노트를 들고 포화 속 현장을 누비는 모습과 거침없이 자판을 내리치는 그의 손을 자주 보여주는데, 그 이미지는 곧 위기와 도전에 맞서는 저널리스트의 가장 단순하고도 강력한 행위처럼 보인다.

<토니 드라이버> TonyDriver

아사니오 페트리니┃이탈리아, 멕시코┃2019년┃73분┃다큐멘터리┃국제장편경쟁

토니는 9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 40년 동안 미국에서 살며 택시기사로 일해왔다. 하지만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을 택시에 태워 밀입국을 돕다 경찰에 발각돼 체포되고, 이탈리아로 추방당한다. 토니는 어떻게든 미국으로 돌아갈 궁리를 하다 우선 멕시코로 향한다. 멕시코 국경을 합법적으로 넘을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토니는 포기하지 않는다. 토니는 미국인이며,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토니 드라이버>는 주인공 토니가 겪은 실제 이야기를 토니가 직접 연기하는 방식으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넘나든다. 범상치 않은 캐릭터 토니의 고난을 비극적으로 포장하거나 희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으면서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영화의 톤이 인상적이다.

<우는 여인> La Llorona

자이로 부스타만테┃과테말라, 프랑스┃2019년┃93분┃극영화┃스펙트럼

퇴역 장군 엔리케의 손녀가 엄마에게 말한다. “왜 사람들이 할아버지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는 거야?” 왜냐하면 그는 과테말라의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독재자였기 때문이다. 마야 원주민 학살 사건의 재판에 선 증인들은 군인들의 무자비한 강간과 약탈과 학살을 고백하고, 시민들은 학살 주동자를 엄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편 젊은 가정부 알마가 엔리케의 집에 새로 들어오면서 집 안에선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엔리케는 집 안에서 여자의 울음소리를 자주 듣게 되고, 엔리케의 일에 침묵했던 가족들도 악몽에 시달리고 혼란을 겪는다. 과테말라 군부독재의 마야 원주민 집단학살이라는 아픈 역사를 공포영화의 문법으로 풀어내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사과와 반성과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목소리를 배경음처럼 깔아두는 사운드의 활용도 눈에 띈다.

<샬러턴> Charlatan

아그네츠카 홀란드┃체코, 아일랜드, 폴란드, 슬로바키아┃2020년┃118분 극영화┃스펙트럼

폴란드의 거장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신작으로, 20세기 초 체코슬로바키아의 약초학자이자 대체의학자인 얀 미콜라섹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얀 미콜라섹의 집 앞에는 언제나 소변이 담긴 유리병을 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소변으로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약초로 처방하는 얀 미콜라섹의 능력은 정평이 나 있다. 얀 미콜라섹은 의술 실력과는 무관하게 매정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지닌 인물이다. 전쟁터에서의 트라우마와 나치 및 공산주의 정권에 협력해야 하는 상황, 연인이자 고용인인 팔코와의 관계는 그를 복잡하고 파괴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미스터 존스> <타오르는 불씨> <어둠 속의 빛> 등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은 20세기 유럽의 역사를 복원하고 역사 속 개인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데 여전히 관심이 많다. <샬러턴> 역시 일관된 관심사의 연장선에 놓인 작품이다.

<프랜시스와 나> Saint Frances

알렉스 톰슨┃미국┃2019년┃102분┃극영화┃POV: 안녕, 아이들

레스토랑에서 서버로 일하던 34살의 브리짓은 레즈비언 커플 마야와 애니의 집에 보모로 취직한다. 브리짓이 돌봐야 할 6살 프랜시스는 결코 호락호락한 아이가 아니다. 수시로 자신을 난처하게 만드는 고집 센 프랜시스뿐만 아니라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뜻하지 않게 생긴 아기도 브리짓을 곤란하게 만든다. 브리짓은 낙태 후에도 보모 일을 이어가고,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 마야와 애니 커플이 출산과 육아로 겪는 갈등을 목격한다. <프랜시스와 나>는 34살 여자와 6살 여자아이의 관계를 서사의 축으로 삼으면서 생리와 임신, 낙태, 출산, 육아 등 여성이 생애주기 동안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두루 다룬다.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 등 열린 사고로 여성의 삶을 응원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