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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양의 '해탄적일천' '독립시대' '마작' 개봉을 기다리며
김소미 김성훈 2020-09-18

극장에서 만나요

기적처럼 에드워드 양 감독의 대표작들이 차례로 극장에서 개봉하고 있다. 하지만 에드워드 양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해탄적일천>(1983), 블랙코미디 <독립시대>(1994), 그의 숨은 수작 <마작>(1996) 등 세편은 아직 개봉하지 않은 작품들이다. 이들을 빨리 극장에게 볼 날을 기다리며 소개한다.

<해탄적일천> 海灘的一天, 1983

에드워드 양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그의 대표적인 여성 서사다. 영화는 한 남자의 실종으로 시작되지만 그의 부재와 관련된 진실을 는 데 큰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남자의 여동생인 가리(장애가)와 한때 남자의 연인이었지만 부모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한 칭칭(호인몽), 두 여성의 삶을 공들여 그려낸다. 가리는 피아니스트로 성공해 고국 대만에 돌아온 칭칭을 만나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주고받는다. 칭칭은 과거 가리의 오빠와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마을 의사인 가리 아버지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피아니스트로 성공한다. 가리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명령을 거부하고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집을 뛰쳐나온다. 원하는 결혼에 성공했지만 회사 생활에 바빠 가정과 자신에게 소홀히 하는 남편에게 불만이 쌓인다. 영화는 가부장적인 대만 사회의 여러 한계와 제약에서 성장한 두 여성의 사랑, 결혼, 성공을 펼쳐내는 동시에 과거(1970년대 가부장적인 사회)와의 거리 두기를 시도한다. 특히, 1980년대 초에 대만 밖에서 성공한 칭칭을 통해 남성 중심의 사회를 바라보고 비판한 건 의미 있는 시도다. <광음적고사>에 함께 참여했던 가일정, 도덕신 감독과 ‘신랑차오’의 동료인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단역으로 출연했다. 또 이 영화는 훗날 홍콩 왕가위 감독의 단짝이 되는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다.

<독립시대> 獨立時代, 1994

타이베이 교외 신도시를 배경으로 이틀 동안 벌어지는 블랙코미디다. 광고 감독 버디, 홍보사 대표 몰리, TV 토크쇼를 진행하는 몰리의 누나, 몰리의 직원 치치, 치치와 약혼한 밍, 몰리의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는 배우 지망생 펑 등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지연, 학연, 혈연으로 끈끈하게 연결됐다. 전작을 통틀어 가장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이 말하는 대사가 가장 많은 이야기인 만큼 에드워드 양은 이들을 경쾌한 음악과 빠른 편집으로 정신없이 번갈아 보여준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유머와 수다가 뒤섞인 이야기는 우디 앨런이나 로버트 알트먼식 풍자극을 떠올릴 법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들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사랑과 비즈니스, 경제, 예술, 종교적인 위선을 들추어내는 데 더 관심이 있다. 몰리가 펑을 오해해 해고하는 장면을 계기로 인간관계의 균열이 벌어지고, 그들의 속내가 드러난다. 그들은 하나같이 다른 사람들의 흠을 잡기 바쁘고, 자신의 단점을 숨기기에 급급해한다. 겉으로는 화려한 도시 생활이지만, 언제 어떻게 균열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감을 가진 채 살아가는 현대인을 풍자한 이야기다. <독립시대>는 1994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마작> 麻將, 1996

<하나 그리고 둘>(2000) 이전에 <마작>이 있었다. 도시 뒷골목의 비정한 생태계를 그리는 <마작>은 <하나 그리고 둘>의 서정으로 에드워드 양을 추억하는 관객에게 한층 날선 파열음을 들려준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에서 10대를 회고한 감독은 <마작>에서 타이베이의 밤거리로 나아가 잠들지 않는 사람들의 쓸쓸한 욕망을 살폈다. 거물 사업가가 지하 조직에 1억달러의 빚을 남기고 자취를 감추자, 두명의 조직원(오념진, 왕백삼)이 사업가의 아들이자 청년 갱단의 우두머리인 홍어(당종성)의 뒤를 좇는다. 밤샘 도박이 벌어지는 타이베이의 클럽에는 대만에서의 새 삶을 꿈꾸는 미국인 마커스(닉 에릭슨), 아무런 계획 없이 사랑하는 남자를 찾으러 온 프랑스인 마르타(비르지니 르도엥), 술로 외로움을 달래는 일본인 헤어디자이너(하야시 가이조) 등이 모여들고 홍어, 홍콩(장첸), 룬룬(로렌스 코) 같은 갱들은 이들 주위를 맴돌며 청춘을 허비한다. 점멸하는 불빛, 퀴퀴한 담배 연기로 가득 찬 밤풍경 속에서 <마작>은 크고 작은 범죄와 사기, 폭력을 거듭해 보여준다. 신흥 국제도시 타이베이에 합류한 사람들은 저마다 부와 성공, 사랑을 찾아 헤매지만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흥분과 좌절을 번갈아 맛볼 뿐이다. 여러 인물들이 이합집산하는 다소 혼란스러운 내러티브 속에서 에드워드 양의 영화로서는 일견 수다스럽게 느껴질 정도인데, 덕분에 종종 스크루볼 코미디를 연상케 하는 유머가 돋보인다. 영화 속 타이베이는 순수가 뿌리내리기 힘든 공간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에드워드 양은 멜로드라마적 터치를 통해 연민과 희망을 견지하는 작가 특유의 태도도 새겨넣었다. 고독 앞에 시간을 소요하는 현대인과 타이베이의 새로운 정체성을 질문하는 영화로, 당대 대만을 선명히 포착한 에드워드 양의 숨은 수작이다.

특별전으로 보는 에드워드 양의 모든 것

에드워드 양의 ‘타이페이 3부작’ 중 <공포분자>가 9월 17일 한국에서 세 번째 순서로 개봉한다. 이를 기념해 CGV아트하우스가 <공포분자>를 필두로 에드워드 양 감독의 특별전을 개최한다. 기개봉작인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하나 그리고 둘> <타이페이 스토리>는 물론 <공포분자>와 초기 단편 <지망>이 실린 옴니버스영화 <광음적고사>까지 주요 작품 세계를 망라했다. <지망>은 사춘기 소녀가 겪는 짝사랑의 통증을 그린 영화로, 세밀하고 구조적인 풍경 스케치를 통해 10대 소녀와 대만 사회의 관계 맺음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대만 뉴웨이브의 개막을 알리는 1982년작 <광음적고사>에는 당대 대만영화계의 빛나는 신인 작가였던 가일정, 도덕신, 정의 감독의 단편(<소룡두> <도와> <보상명래>)도 수록되어 있다. 9월 3일부터 약 2주간 진행되며, CGV 공식 홈페이지 또는 앱을 통해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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