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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을 만나다
장영엽 김성훈 2021-04-13

“한국과 글로벌 시장 사이에 접점 만드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죠”

CJ제일제당센터 집무실. 사진제공 CJ그룹

‘제일제당, 스필버그 손을 잡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씨네21> 1호의 특집 기사 제목이다. 1995년 4월 창간한 <씨네21>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CJ그룹의 할리우드 진출 소식을 창간 특집 기사로 할애해 알렸다. 제일제당 시절 CJ그룹이 1995년 4월 드림웍스에 3억달러를 투자해 2대 주주가 되었고, 아시아 지역(일본 제외)의 판권을 보유하며 영화 배급, 마케팅, 영상 관련 기술 등 할리우드의 노하우를 지원받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드림웍스는 세계 최고의 흥행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월트 디즈니 회장 제프리 캐천버그, 음반산업의 귀재 데이비드 게펀이 모여 ‘꿈’ 같은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스튜디오였기에 CJ의 드림웍스 투자는 충무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핫한 뉴스였다. 삼성, 대우 등 대기업이 영화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유통사업에 주력하고 있었던 당시, 자산 규모가 1조원에 불과했던 CJ가 연간 매출의 20%가 넘는 규모였던 3억달러를 할리우드에 투자한 건 회사의 명운을 건 모험이었다. 특히 국내 대기업이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자본과 경영 참여를 한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도와 전무후무한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운 사람이 바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었다. CJ 문화사업의 첫 발걸음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2020년 2월, CJ ENM이 투자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하자 이미경 부회장은 시상식 무대에 올라 “우리의 모든 영화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의견을 말씀해주신 한국 관객에게 감사하다. 그런 의견 덕분에 우리가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고, 감독과 창작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한국 관객 여러분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부회장의 말대로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은 CJ가 하루아침에 거둔 성과가 아니었다. 지난 26년 동안 CJ는 한국 영화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IMF 국가 위기 사태의 여파로 삼성영상사업단을 포함한 모든 대기업이 영화산업에서 철수했던 1997년, CJ는 창립작 <인샬라>(1997)를 시작으로 올 4월 15일 극장과 티빙 동시 개봉을 앞둔 <서복>까지 300편 이상의 한국영화를 투자했다. 봉준호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2013) 한편에만 무려 4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하기도 했다. 1998년 CGV강변 개관을 신호탄 삼아 멀티플렉스 시대를 열었다. 멀티플렉스 체인은 스크린 독과점, 수직 계열화 같은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매년 극장을 찾은 관객수 2억명을 돌파하는 등 한국영화가 외형적으로 성장하는 데 적지 않은 동력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불투명했던 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바꾸고 표준계약서를 시행하는 등 영화의 전 공정을 산업화시켰다. 모두가 내수시장에 전력투구할 때 CJ는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타이 등 해외시장을 꾸준히 개척하며 많은 로컬영화들을 투자, 제작해왔다.

“언젠가 아시아인 모두가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한국 음악을 듣는 게 일상이 되는 날을 보고 싶습니다.” 지난 2006년 뉴욕 맨해튼 센터에서 열렸던 세계여성상(Women’s World Awards) 경영 부문을 수상했을 때 밝힌 이미경 부회장의 바람은 지금 현실이 됐다. 지난 26년 동안 CJ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 뿌린 씨앗들이 하나둘 결실을 거두고 있다. 특히 지난 1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스위트홈>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랑의 불시착> 등 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한 시리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CJ가 오랫동안 해외시장에서 학습하고 공들인 결과다.

그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한국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K팝을 글로벌 시장에 알리고, 한국영화인(감독, 프로듀서, 작가)들과 글로벌 시장의 만남을 주선해온 이미경 부회장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CJ의 한국 영화산업 투자와 봉준호 감독과 같은 영화인들의 등장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다. 이미경 부회장의 지원이 없었다면 <기생충>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할리우드 리포터>)라거나 “이 부회장은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프로듀서다. 영화에 대한 지식, 경험, 애정이 어마어마하고, 영화하는 사람들(감독, 배우, 프로듀서)에 대한 애정과 정보가 많아 누구와 대화하더라도 호감을 가지게 되어 있다”(모 대형 투자배급사 임원)는 평가가 국내외 영화산업에서 나오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씨네21>은 미국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지난 3월 23일 열린 버추얼투어 및 기자간담회에 미국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부의장으로 참석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온 이미경 부회장은 <씨네21> 창간 26주년을 맞아 준비한 캠페인 ‘영화는 계속된다’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고, 한국영화계를 응원한다는 취지로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영화인 이미경 부회장과 나눈 긴 대화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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