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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달고 쓰고 아름다운 인생의 선율 '파리의 피아니스트: 후지코 헤밍의 시간들'

영화는 백발의 피아니스트 후지코 헤밍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80대 후반인데도 파리, 뉴욕, 부에노스아이레스, 베를린, 도쿄 등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매년 60회가 넘는 콘서트를 여는 그는 60대에 피아니스트로 데뷔한, 다소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영화는 후지코의 음악가로서의 면모만큼이나 그의 사적인 삶의 이야기들 또한 정성껏 들여다본다. 1932년, 일본인 어머니와 러시아계 스웨덴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동안 역사·사회적 요인에 의해 시련을 감내해야 했던 그는 청력을 손실하는 크나큰 고통을 겪으면서도 끝내 피아노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후지코의 굴곡진 생의 여정을 돌이켜보는 영화의 시선 사이사이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진다.

고마쓰 소이치로 감독의 <파리의 피아니스트: 후지코 헤밍의 시간들>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피아니스트 후지코 헤밍의 삶의 궤적을 살펴보는 다큐멘터리영화다. 여느 거장들처럼 어려서부터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늦은 나이에 피아니스트로 데뷔하기까지 다사다난한 생을 견뎌온 후지코의 삶은 그 자체로 한편의 피아노 협주곡 같다. 영화 중간중간 후지코가 14살에 쓴 그림일기가 삽입되어 시간의 더께를 드러내고, <드라이브 마이 카>의 ‘드라이버’ 미우라 도코의 내레이션 또한 자연스레 녹아든다. 리스트, 쇼팽, 드뷔시, 거슈윈 등의 음악을 연주하는 후지코의 모습이 담겨 있어 음악 다큐멘터리로서도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보다 정연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의 전기 다큐멘터리를 기대한 이에게는 아쉬움을 남길 수도 있으나, 끝내 ‘음악으로 세상을 마주한 영혼의 피아니스트’라는 세간의 평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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