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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슬프고 무섭고 외롭고 거대한 그때 그 세상 '플레이그라운드'

학교에 갓 입학한 소녀 노라(마야 반데베크)의 마음은 설렘이나 기쁨보단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 오빠 아벨(귄터 뒤레)과 포옹도 해보고, 아빠(카림 레클루)의 배웅도 받아보지만 불안감은 쉬이 해소되지 않는다. 시끄럽고 너저분하면서도 한편으론 경직되고 무자비한 학교라는 공간은 예기치 못한 상황과 분위기로 노라를 매 순간 긴장시킨다. 노라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움츠러든 어깨와 웃음기 지워진 얼굴로 정글 같은 학교를 오가는 것뿐이다. 그렇게 조금씩 학교생활에 적응해가던 노라는 어느 날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벨을 목격하게 된다. 어른들에게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노라와 달리 아벨은 이를 말리고, 노라는 혼란과 갈등을 겪는다.

그때 그 시절 우리의 운동장은 그저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을까. 벨기에의 신예 여성감독 로라 완델의 장편 데뷔작 <플레이그라운드>는 학교라는 공간이 아이들에게 남기는 필연적인 상처와 아픔을 날카롭고도 치밀하게 포착한다. 노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학교는 무감한 어른들과 무법적인 또래로 이루어진 불안하고 잔혹하고 좌절스러운 공간이다. 이같은 속성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는 아이들의 키높이에 맞춘 촬영과 섈로 포커스(shallow focus, 이미지의 한층만을 강조하는 촬영 기법), 오프 스크린 사운드 등을 활용한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인데, 대부분의 배우들이 호연을 보여주지만 노라 역의 마야 반데베크는 오프닝 신부터 엔딩 신까지 남다른 눈빛과 흡인력으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2021년 제74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어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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