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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국 정치사의 비극적 굴레를 바라보는, 뜨겁지만 흐릿한 접근 '그대가 조국'
김소미 2022-05-25

가족의 온기가 사라진 집,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다듬은 남자가 텅 빈 거실을 지나 출근길에 오른다. <그대가 조국>은 추앙과 오명을 동시에 짊어진 어느 유명한 초상을 첫 장면에서부터 이렇게 덜컥 펼쳐놓는다. 법정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한탄한다. “조선 시대로 치면 귀양 간 상태인 거죠. 유배된 사람의 말은 그 어떤 것도 들어주질 않습니다.” 2019년 8월9일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어 10월14일에 장관직을 사퇴하기까지 67일. 영화는 임명 이후 제기된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논란 속에서 그에게 주어진 일과를 돌아본다. 고강도의 청문회, 12시간 가까이 이어간 기자 간담회. 뉴스와 신문을 재구성하고, 언론인과 주변 관계자, 유튜버 등의 인터뷰를 덧붙였다.

지난 1월 조국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의 대법원 상고가 기각된 순간까지 나아가는 동안, <그대가 조국>이 제기하는 질문은 명확하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기수로 나선 조 전 장관은 야당의 정치 공세, 검찰의 먼지털기식 표적 수사, 그리고 언론의 사냥 속에서 어떻게 민주 시민의 자격을 빼앗겼는가. 말하자면 이 영화는 ‘조국 사태’에 대한 면밀한 보고서라기보다 검찰과 언론 권력에 대한 항변이며 반복되는 한국 근현대 정치사의 비극적 굴레를 바라보자는 역설에 가깝다. 동시대의 난장에 뛰어든 다큐멘터리스트들은 그 과정의 수난만큼 뜨거워진 심장을 품은 채로, 영화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듯 감정과 마음에 호소한다. 그 결과 조국 전 장관의 혐의, 진실의 복잡다단한 이면에 대한 탐구심은 다소 부족한 인상도 준다. 거대한 빛과 그림자에 휩싸인 인물의 실체를 해부하는 대신 하나의 상징으로 바라보는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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