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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순정만은 헤비급인, 트뤼포풍의 제이크 라모타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
정재현 2022-06-01

핀란드 코콜라 지역의 제빵사 올리 마키(야르코 라티)는 프로 권투 대회 출전을 위해 연인 라이야(우나 아이롤라)와 함께 헬싱키로 떠난다. 올리의 훈련을 돕는 코치 엘리스(에로 밀로노프)의 전략은 올리의 체중을 줄여 계체량 시 체급을 페더급으로 변경하는 것. 이를 위해 엘리스는 올리가 훈련에 매진하길 바라지만, 올리는 엘리스에게 “저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라고 하며 라이야와의 연애가 선사하는 환희에 취해 있을 뿐이다. 올리와 엘리스의 지향점이 어느새 달라진 것을 눈치챈 라이야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상심한 올리는 훈련을 뒷전으로 미룬다.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은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제69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그는 이후 <6번 칸>으로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쥔 바 있다. 영화는 여러 미덕을 고루 갖추고 있다. 우선 각본이 우수하다. 올리의 연애담과 훈련담은 번갈아 진행되는데, 두 스토리는 경중의 차이 없이 준수한 코미디 감각을 균형 있게 유지한다. 대사 또한 북유럽 특유의 뚱한 유머로 끊임없이 관객에게 잽을 날린다. 영화는 인명을 제목에 명시한 만큼, 몇 에피소드를 통해 올리의 권투 실력뿐 아니라 성정까지 사려 깊게 드러낸다. 촬영도 인상적이다. 1962년이라는 시대 배경을 살린 흑백 촬영은 시공간의 질감을 생생하게 구현하며, 권투영화에 으레 등장하는 핸드헬드와 트래킹숏 또한 적절히 사용하여 올리의 심리를 외화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고루 좋은데, 특히 우나 아이롤라는 등장하는 프레임마다 흑백영화의 명도를 높이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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