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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혼자라면 못했을 일을 해내는 고레에다식 마법 '브로커'
김수영 2022-06-08

아이를 베이비박스 앞에 두고 간 엄마 소영(이지은)이 되돌아오면서, 아이를 몰래 빼돌린 불법 입양 브로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의 계획이 틀어진다. 이 둘은 소영을 설득해 아이를 더 잘 키워줄 수 있는 적임자를 찾는 여정에 동참시킨다. 여기에 보육원에서 합류한 소년 해진(임승수)까지 더해진 ‘이상한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에서 낯설지 않은 모양새다. 버리는 것과 버려진 것을 둘러싼 여러 사연 속에서 <브로커>는 가족이란 혼자였으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그저 함께하는 사람들일 뿐이라고 일깨운다. 거래 현장을 덮치려는 형사 수진(배두나)과 이 형사(이주영)가 이들을 뒤쫓고, 멀리 있던 인물들이 감정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과정이 주요한 재미 요소다.

캐릭터의 명암을 섬세하게 살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이 그랬듯이 <브로커> 역시 아이를 버리고, 심지어 빼돌려 팔려는 주인공 캐릭터들을 미워할 수 없게 그린다. 사채 빚에 시달리거나 가족에게 버려진 경험이 있는 소외된 인물들은 현실의 서늘함보다 새로운 관계가 주는 따뜻한 자장 안에서 묘사된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신스틸러들이 조연으로 등장해 군데군데 눈을 사로잡기도 한다. 일면식도 없는 관계 속에서 혈연 가족보다 따뜻한 연대감을 만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마법 같은 순간이 <브로커>에도 존재하지만, 생명의 책임과 소중함에 관한 영화의 메시지는 직접적인 대사 외에는 크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작품으로 인정 많은 세탁소 주인이자 이상한 가족의 아빠 역을 자임하는 송강호는 낙차가 크지 않은 서사에도 끊임없이 감정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형사 역을 맡은 배두나의 연기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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