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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익숙한 장르, 독특한 스타일 '실종'
김성찬 2022-06-15

편의점에서 단돈 20엔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돈을 내지 않고 나오다 점주에게 붙잡힌 아빠 사토시(사토 지로)와 그를 무사히 집에 데려오려고 한달음에 달려온 딸 카에데(이토 아오이)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둘은 부녀가 아닌 친구 사이 같다. 아니 카에데는 약간 얼이 빠져 있고 사회성도 부족해 보이는 사토시를 보호하는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 모습의 이면에는 사토시의 아내이자 카에데의 엄마가 루게릭병으로 살 의지를 잃고 자살한 사정이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토시는 뜬금없이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는 연쇄살인범을 목격했다고 말한 뒤 다음날 자취를 감춰버린다. 그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카에데는 사토시의 근무지에서 사토시와 동명이인의 청년을 만나자 당황한다. 수배 전단에서 그가 연쇄살인범 야마우치 테루미(시미즈 히로야)란 사실을 알아챈 카에데는 아버지의 신변을 걱정하며 킬러를 향한 필사의 추적을 시작한다.

사이코패스 킬러에 관한 흥미로운 설정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플래시백 등장 전후로 분위기가 달라진다. 흐릿하게 3부로 나뉜 작품의 1부 격에 해당하는 초반은 일본어 원제 ‘さがす’(찾다)의 동사가 주는 활력으로 가득하다. 활력의 주인공은 카에데로서 그가 거리를 달리거나 언덕을 오를 때 화면은 횡으로 유려하게 흐르며 힘을 얻는다. 영화의 나머지 부분은 영화의 초반을 다시 설명하는 형식을 띠면서 조금 침체에 빠진다. 다만 지금까지 관객이 따라온 이야기가 비밀의 일면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예기치 않은 반전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구성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작품은 그간 숱하게 봐왔던 유사 범죄영화들에 적용된 장르의 형식을 적극 차용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독특한 지점이라면 영화 전반에 걸쳐 일본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인물의 움직임과 표정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자살과 간병 살인에 관한 사회문제를 살인마의 행각과 연관 지은 점도 눈에 띈다. 하지만 자세히 묘사된 고어 장면이나 변태적 성욕과 관련된 이미지를 보자면 일본영화에서 흔히 활용해온 것을 절제하지 않고 재사용하는 게으름이 엿보이고, 몇몇 설정이나 장면은 명확한 근거 없이 자극을 위해 과시하듯 펼쳐낸 것처럼 보여 불편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영화 마지막 장면이 증명하듯 감독이 추구하려는 영화적 순간들이 무엇인지 얼추 그 형태를 그릴 수 있게 되면 짐짓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가타야마 신조 감독은 봉준호 감독 작품 <도쿄!>와 <마더>에 조감독으로 참여한 이력이 있고, 영화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초청작이다.

"세상에는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요. 죽기를 바라지만 내색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죠. 그런 사람을 구제해야 합니다." (사토시에게 킬러가 건네는 궤변.)

CHECK POINT

<>(2010)

영화의 마지막,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이야기가 한 인물의 윤리적 선택으로 또 한번의 반전에 가닿는다. 윤리적인 결단이라는 점에서, 이창동 감독의 전작 <>에서 미자가 행했던 선택과 닮았다. 다만 <>의 미자가 내린 결단이 인간성에 관한 고뇌 끝에 나온 것이라면, <실종>에서 드러난 선택은 장르적 장치로서 기능한 면이 커 무게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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