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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둠 속을 헤쳐나가는 나란한 걸음, 미약하지만 분명한 빛 '경아의 딸'

요양 보호사로 일하며 홀로 살고 있는 중년 여성 경아(김정영)에게 하나뿐인 교사 딸 연수(하윤경)는 정서적으로 큰 힘이 되어주는 존재지만, 독립한 뒤로는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경아는 이따금 영상통화를 주고받으며 딸의 일상을 세심히 신경 쓰지만, 정작 연수는 그런 엄마의 걱정이 그다지 달갑지 않다. 한편, 연수는 헤어진 남자 친구 상현(김우겸)이 자신에게 집착하자 그에게 최종 이별 통보를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간의 비밀스러운 동영상이 연수의 지인들에게 뿌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영상의 수신인 중에는 연수의 엄마 경아도 포함되어 있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영상을 받아보게 된 경아는 깊은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피해 당사자인 연수 또한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보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사람들의 뜻밖의 언행은 연수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단편 <우리가 택한 이 별> <야간근무> 등을 연출한 김정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경아의 딸>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고난과 시련을 그의 어머니와의 관계를 통해 담아내는 영화다. 엄마의 걱정이 달갑지 않게 느껴지는 ‘다 큰 딸’과 그러한 딸이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신경 쓰이는 엄마 사이의 애틋한 관계를 강조하는 영상통화 오프닝 시퀀스는 이어지는 이야기의 방향성을 암시한다. 사건 이후 가장 사랑하고 신뢰하는 사람으로부터 가장 끔찍한 말을 듣게 되는 순간을 기점으로 영화는 두 모녀의 내외적 고군분투를 치열하게 그려나간다. 김정영, 하윤경 두 주연배우의 호연이 영화를 안정적으로 이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 한국장편 경쟁부문 ‘창’ 섹션 공식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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