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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존 덴버 죽이기', 우리 모두 잠재적 피해자이자 가해자, 스스로를 죽이기
김성찬 2022-11-23

SNS를 이용한 거짓과 선동, 혐오와 마녀사냥은 서구나 몇몇 선진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필리핀 안티케 지역의 한 가톨릭 고등학교에 다니는 존 덴버(쟌센 막프사오)는 친구들과 축제 때 보여줄 댄스 준비에 한창이다. 연습이 끝나고 하교하려는 존을 붙잡고 미코이는 훔쳐간 아이패드를 내놓으라며 시비를 건다. 억울했던 존은 미코이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다른 친구가 이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존이 아이패드를 훔쳤을 뿐 아니라 친구를 다치게 했다는 내용의 게시글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린다. 이 사건은 학생들 사이를 넘어 학부모, 교사, 경찰 등 어른들의 커뮤니티로까지 번지면서 더 큰 오해를 낳고, 존은 심리적 궁지에 몰린다.

영화는 곤경에 빠진 프로타고니스트의 사정에 관한 이야기 구조의 전형을 충실히 따른다. 들불처럼 번지는 SNS의 특질에 기대어 가짜뉴스를 퍼트려 혐오와 증오를 일으키는 사태의 해악을 다룬 것도 새로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는 저인망으로 사람을 훑듯 하는 SNS 플랫폼에 현지의 청소년들도 여지없이 붙들려 있으면서 동시에 어른들은 스마트폰 문화를 생경해하고 샤머니즘 주술의 잔영 안에 남아 있는 필리핀이라는 공간이다. 이 점은 신구 세대 사이 존재하는 명확한 단절과 구분을 지시하면서 신세대의 소외를 더욱 극적으로 표현한다. 또 스마트 기기의 작동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최근의 경향에 뒤처지지 않을 뿐 아니라 인터넷 트롤이 뱉은 토사물이 가짜뉴스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세세히 묘사하는 미덕이 있다. 작품 말미 들판을 달리는 존을 따라가는 흔들리는 카메라는 보는 이의 마음도 요동치게 하는데, 시종 관객이 이 사건에 입회한 듯한 효과를 주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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