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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유포자들', 이 시대에 이런 서사라니
정재현 2022-11-23

예술고등학교 영화과 교사 유빈(박성훈)은 부유한 집안의 여자 친구 선애(김소은)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유빈의 친구 상범(송진우)은 선애가 출장 간 틈을 타 유빈에게 클럽에 가자고 제안한다. 유빈은 선애 몰래 유흥을 즐기던 중 클럽에서 만난 다은(임나영)을 자신의 집에 들인다. 다음날 유빈은 어젯밤의 기억이 없고 휴대폰은 사라진 데다 다은의 흔적이 남은 집에 갑자기 찾아온 선애로 인해 초조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유빈에게 의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현금 33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어젯밤 유빈의 은밀한 영상을 포함한 유빈의 취미들을 유포하겠다는 것. 유빈은 상범과 함께 자신의 영상을 두고 협박하는 이의 정체를 추적하던 중 7년 전 동일 건에 대해 동일 금액을 위자료로 요구했던 전 여자 친구 가영(정수지)을 떠올린다.

<유포자들>의 서스펜스는 유빈의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오는 존재의 정체를 유빈이 직접 추리해나가는 데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유빈의 숨통을 조여오는 네 가지 위협은 파혼에 대한 두려움, 현직 교사로서 학생이 저지른 동일 디지털 성범죄를 덮은 죄책감, 과거 가영과의 사생활 영상을 유출한 것, 그리고 사적 영상 유출에 대한 두려움이다. 유빈이 겪는 위협 중 앞의 두 위협은 유빈의 과실이 자명해 장르물로서 주인공의 쪼들린 추리에 관객이 동일시할 여지를 주지 못한다. 이보다 큰 문제는 뒤의 두 위협을 포함한 영화의 태도에 있다. 성범죄 가해자인 유빈이 스스로 동일 범죄의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사실에 전전긍긍하며 사태를 해결하려 애쓰는 몸부림에 이입하도록 유도하는 서사는, 관객에게 비윤리적 인물에 이입해야 끝내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부채감과 죄책감을 전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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