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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TV’

이 세상에 미중년 남성은 희귀한 존재다. 일단 젊음이 커버해주는 미소년이나 미청년과 달리 세월과 정면승부를 거치면서 그 수가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물론 젊어서 미청년이어야 나이 들어 미중년이 될 수 있다는 당연한 전제도 있지만, 잘생긴 외모는 미중년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심지어 미디어에서조차 조금도 ‘꾸미지 않은’ 모습의 40, 50대 남성들이 생후 470개월, 558개월 된 아들로 여전히 ‘철없는’ 행태를 보여주거나 걸핏하면 툴툴대고 짜증내는 ‘캐릭터’로 끝없이 등장하는 한국에서 공적 자아를 아름답게 유지하는 중년 남성은 드래건이나 해태처럼 만날 수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척박한 세계에 ‘마 부장’이 나타났다. ‘마 부장’은 일본 오사카의 한 부동산 중개회사의 유튜브 채널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TV> 출연자이자 이 회사의 부장인 마쓰다 아키히로의 별명이다. 한국인과 일본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다닌 그는 회사를 홍보하거나 일본 문화를 소개하고 오사카 맛집을 다니며 술과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콘텐츠의 망망대해 유튜브에서 그리 특별할 건 없는 아이템이지만, 중요한 것은 ‘마 부장’이라는 존재 자체다. 늘씬한 몸에 딱 맞는 슈트 차림과 단정한 헤어스타일, 자신감 넘치고 유쾌하면서도 적절한 예의를 갖춘 오십 가까운 남성이라니, 바라긴 했어도 차마 기대할 순 없었던 조합이랄까. 호쾌하게 웃을 때마다 주름지는 눈가와 취하면 불그레해지는 얼굴, 그러나 술자리에서도 한심한 농담(특히 여성에 관한)을 내뱉거나 꼰대처럼 굴지 않고 스탭에게 “(같이) 마셔. 내가 대리(운전) 불러줄게!”라고 말하는 매너는 ‘어른 남자’의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기막히게 오간다. 내가 신입사원이던 시절 사수였던, 유능하면서도 친절했던, 맛있는 음식을 잘 사주던, 그러나 공사 구분이 철저했던, 물론 존재한 적 없는 부장님의 이데아가 여기에 있다.

CHECK POINT

‘회사 부장님이 알려주는 남성 정장’이라는 영상에 따르면 ‘마 부장’이 생각하는 슈트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청결감이라고 한다. 기본에 충실한 스타일로 체형에 맞는 깔끔한 옷을 입되 머리카락, 손톱, 구두까지 전체적인 청결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패션 철학이다. 식사하다가 땀이 나면 자연스레 손수건을 꺼내어 닦는 습관 역시 늘 청결함을 추구하며 몸에 밴 것으로 보인다. 즉 남자의 인기에 외모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결코 유일한 비결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