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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만인의 연인', 쾌감과 부끄러움 사이를 오가는 열여덟 욕망의 다이어리
김소미 2022-11-30

자주 혼자 눈뜨고 잠드는 18살 유진(황보운)은 엄마(서영희)가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집을 나가버려도 꽤 담담하다. 더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듯 자신 또한 사랑할 상대를 찾아나서는 모습은 열정적이기까지 하다. 피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한 유진은 대학생 오빠 강우(김민철), 그리고 순진한 동급생 현욱(홍사빈)을 동시에 만난다. 강우에겐 동등한 성인으로 인정받길 원하고 현욱에겐 멋대로 기대고 싶은데, 제각기 꿈틀대는 욕망은 서로를 상쇄하긴커녕 점점 크고 대담한 성질을 띤다. 끌리는 남자에게 저돌적으로 키스하거나 자신을 모욕한 어른을 돌려세워 쏘아붙일 줄도 아는 당찬 10대이지만, 유진에게도 가끔은 자기 안의 결핍과 변덕에 맞서다 주저앉는 날들이 있다. 엄마의 사정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만인의 연인>은 결국 단 한 사람의 연인이 되는 일에도 서툰 여자들의 겨울 이야기다.

미성년의 시간은 아름답기보다 대개 축축하고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따르는 <만인의 연인>은 성장담 안에 태연하게 잠복한 삶의 부조리를 놓치지 않기에 비범하다. 이 영화에 담긴 갑자기 단절된 관계, 예기치 못한 불운과 상실은 관객 각자의 내면에서 종결되지 못한 채 버려진 어떤 감정의 파편을 건드린다. 10대 여성의 성적 욕망을 긍정적이고 직설적으로 끄집어냈다는 점에서도 한국 독립영화의 중요한 목소리로 기억될 만하다. 쾌감과 수치심 사이를 오가면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표출하는 주인공을 망설임 없이 묘사했다. 단편 <마침내 날이 샌다> <토끼의 뿔>, 옴니버스 <말이야 바른 말이지>로 꾸준히 연출적 역량을 확장해온 한인미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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