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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감독 노동주', 노동주의 상상은 영화가 된다
오진우(평론가) 2022-11-30

불 꺼진 방에서 한 사람이 노트북에 연신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고 있다. 그 내용은 음성으로 변환되어 방 안에 울려 퍼진다. 영화감독인 노동주는 단편영화 <그냥 걸었어>의 시나리오를 집필 중이다. 노동주는 “사랑에 대한 힘이 힘에 대한 사랑을 능가할 때 세계 평화가 온다고 굳게 믿고 있는 세계 최초 평화주의 시각장애인 영화감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의 직업은 다양하다. 치료 안마사, 영어 강사, 장애인 인권 강사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자신의 상상을 영상으로 구현해내는 영화 작업에 투자한다. 단편영화 <그냥 걸었어>에 참여한 스탭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본격적인 제작 회의가 시작된다.

<영화감독 노동주>는 시각장애인 영화감독 노동주의 단편영화 <그냥 걸었어>의 촬영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노동주 감독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발병한 다발성경화증으로 시각을 잃었다. 영화를 촬영할 때 중도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은 이점으로 작용한다. 장면을 머릿속으로 시각화할 수 있기 때문에 스탭들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비장애인 관객이 으레 상상할 수 있는 스탭과의 의견 충돌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삶을 대하는 그의 긍정적인 태도다. 노동주는 단편에서 멈추지 않고 장편영화에 대한 꿈을 꾼다. 고 이춘연 대표를 비롯해 영화계 인사들을 만나 장편 시나리오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영화감독 노동주>는 영화를 매개로 비장애인들과 상생하는 노동주 감독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편견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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