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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소방서 옆 경찰서’

갯과 형사, 잇몸 미소 연쇄살인범, 자극적인 범죄 묘사에 동원되는 여성 피해자. 시작부터 한국 수사 장르물의 상투적인 요소를 반복하나 싶어 이르게 실망할 뻔했는데 살아 있는 피해자가 채널을 붙들었다. 직무가 다른 경찰과 소방이 재난, 사고, 범죄 발생, 응급 상황 시 가장 먼저 출동하는 ‘최초 대응자’로 공조하는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의 첫 사건. 납치 피해 여성은 핸드폰에 걸려온 전화를 무선 이어폰으로 받아 신고하는 기지를 발휘하고, 그의 목소리는 경찰과 소방 무전으로 공청된다. 그리고 그가 구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인 ‘요구조자’로 호명되는 순간, 수사극에서 사체가 된 후에야 의미가 생기는 여성 피해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떠올렸다. 과다출혈로 생명을 잃기 전에 납치된 장소를 찾아내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함을 포기하지 않도록 붙드는 이들과 연결되어 버티는 30여분은 절대 상투적이지 않았다.

광수대에서 서울 변두리 경찰서로 발령난 경위 진호개(김래원)의 별명은 진돗개. 이웃한 소방서 소방교 봉도진(손호준)은 불도저고 구급대원 송설(공승연)은 송사리란다. 이름 초성에서 따온 별명 짓기는 도무지 절제를 모르는 드라마가 뜻밖에도 간판 자랑은 삼간다.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진호개는 법학과 심리학 복수 전공. 봉도진은 화재조사관을 겸직하며, 송설은 수술방 간호사 출신인데 극중 이들의 이력은 직접적인 대사로 전시되지 않으며 현장에서 일을 대하는 원칙과 문제 해결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과학수사팀 봉안나(지우), 국과수 법의관 윤홍(손지윤)까지 각 분야의 프로페셔널들이 서로를 파악하는 기준은 오로지 일을 어떻게 하는지다. 가끔 진호개가 자기 활약에 대해 공치사를 해도 저마다 자신의 기여가 없었다면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라 나설 때의 소란이 밉지 않다. 믿고 업무 협조를 요청할 만큼 유능한 이들이라, 유치한 별명을 부르고 툭탁거려도 그저 든든하다.

CHECK POINT

진호개 부모는 자식 이름을 지을 때 진돗개라는 별명이 평생 따라다닐 것을 몰랐을까? “손!” 하면 얌전히 다친 손을 내미는 진호개는 갯과 캐릭터를 순순히 받아들인 듯하다. 이름이 삶을 이끄는 또 다른 예로 올해 2월 방영한 tvN <군검사 도베르만>의 도배만(안보현), OCN <블랙>의 강력계 형사 나광견(김원해) 등이 있다. 이쯤 했으면 수사관 캐릭터의 집요한 근성을 ‘미친개’에 비유해 개에 관한 편향된 인식을 재생산하는 것도 돌아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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