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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크레이지 컴페티션’, 최고와 최악 사이의 정신 나간 줄타기
소은성 2022-12-28

제약회사를 운영하며 막대한 재산을 벌어들인 움베르토(호세 루이스 고메즈)는 80살 생일에 한 가지 결심을 한다. 악명을 떨쳐온 자신의 이름을 명예롭게 남기기 위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이 영화 제작이다. 최고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최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의 판권을 사들이고, 평론가들이 극찬하는 영화를 만들며 중요한 상들을 휩쓸어온 롤라 쿠에바스(페넬로페 크루스)를 본인이 제작할 영화의 감독으로 지명한다. 이 프로젝트를 수락한 롤라는 배우들 역시 최고를 원하는 움베르토에게 범상치 않은 제안을 한다. 연기에 있어 마에스트로라고 불리는 이반 토레스(오스카 마르티네즈)와 세계적인 할리우드 스타인 펠릭스 리베로(안토니오 반데라스)를 캐스팅하고 싶다는 것이다. 함께 작업할 일이 결코 없었던 두 사람의 만남이 어떤 긴장을 불러올 것이고, 그것이 영화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롤라는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가 제작에 들어가면서 이 범상치 않은 제안이 정신 나간 일이었음이 금세 드러난다. 극단적으로 다른 개성과 연기 방법론으로 인해 이반과 펠릭스는 사사건건 부딪친다. 여기에 더해 롤라의 괴상한 연기 연출이 두 사람의 충돌을 더욱 과격하게 만든다.

영화 안에서 제작되고 있는 영화 <경쟁>의 주인공 형제인 페드로와 마누엘처럼, 이반과 펠릭스는 롤라가 의도한 대로 자신들이 연기를 통해 쌓아온 모든 것을 걸고 경쟁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사실상 승자를 가릴 수 없는 이 예술가들의 게임은 움베르토의 존재로 대변되는 영화산업이 짜놓은 판 안에서 움직이는 블랙코미디일 수밖에 없다. 영화 <크레이지 컴페티션>은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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