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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캐나다 체크인’

‘그렇게 먼 길을 그 돈을 써서 보러 온다고?’ 이효리가 임시보호하다가 캐나다로 입양 보낸 강아지 ‘토미’의 새 반려인은 토미를 다시 보고 싶다는 이효리의 연락을 한번 거절했다고 한다. 잠시 돌봐준 강아지를 만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9천 킬로미터를 날아오다니, 혹시 스토커 아닐까,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의심 또한 한 생명과 삶을 함께하기로 한 사람이 마땅히 가져야 할 책임감에서 비롯되었다는 데 생각이 미치는 순간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개 한 마리의 행복을 위해 모든 걸 준비하고 걱정하고 확인하는 것, tvN <캐나다 체크인>은 이 사랑의 여정을 담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1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동물보호센터를 통해 구조·보호된 유실·유기 동물은 12만 마리가량으로 이중 분양은 32.1%, 자연사는 25.8%, 안락사는 15.7%였다. 이효리가 캐나다로 떠나는 길에 이동 봉사에 참여해 입양 보낸 강아지 ‘유나’의 구조자 말대로, 품종견이 아닌 믹스견은 국내에서 선호되지 않는다. 아무도 입양하려 하지 않는 개는 안락사 위기에 놓인다. 구조자와 임시보호자들은 이런 개들을 돌보다 외국으로 보내는 사람들이다. 비쩍 마르고 슬픈 표정이던 개가 몰라보도록 건강해지고, 쓰레기통 근처를 떠돌며 사람을 경계하던 개가 씩씩한 얼굴로 깃발처럼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모습은 흐뭇하고 반가운 한편 서글프다. 이 개들은 왜 지구 반 바퀴를 돌아가서야 평온한 삶에 정착할 수 있었을까. <캐나다 체크인>이 첫 방송 되던 날, 트위터의 ‘서점원 라가찌(@differeach)’ 계정은 “너무 슬퍼서 이 거리를 걷지 못하겠어요”라는 말과 함께 한장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칸칸이 나뉜 유리 진열장 앞에 “강아지 50% 할인”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강아지를 장난감처럼 사고파는 것이 이토록 아무렇지 않은 사회라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개가 이곳을 떠나야 할까.

CHECK POINT

<캐나다 체크인>에서 이효리의 동행은 제주에서 유기견 쉼터 봉사활동을 함께하다가 친구가 된 ‘공길 언니’ 고인숙이다. 보호소의 개들이 춥거나 더울까 봐 “가을이면 겨울 걱정하고 봄이면 여름 걱정하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서로가 돌보다 입양 보낸 개와의 추억을 마치 가까운 친구나 가족 이야기처럼 자연스레 주고받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는 어떤 이해관계 없이 함께 가치를 두는 일을 통해 의기투합한 이들 특유의 편안하고 단단한 우정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