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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패닉 런’, 영화가 전속력으로 달릴수록 관객은 심드렁해지고
정재현 2023-01-04

사고로 남편을 여읜 에이미(나오미 왓츠)는 중학생 아들 노아(콜튼 고보)와 초등학생 딸 에밀리(시에라 말트비)와 교외에서 살아간다. 어느 날 노아는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며 에이미에게 반항하고 에이미는 방 안의 노아를 뒤로한 채 조깅에 나선다. 에이미는 홀로 운동하는 중에도 회사 업무, 부모의 연락 등 신경 쓸 일들이 많다. 신경증적 사건이 다발하던 에이미의 휴대전화에 이내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긴급 경보 문자가 발송된다. 노아가 다니는 중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가 학생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몇분 지나지 않아 에이미는 자신이 집을 나선 사이 노아가 등교했고, 총기 테러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음을 알게 된다. 에이미는 오로지 휴대전화 한대에 의지한 채 산간을 가로지르고 협곡을 건너며 노아를 향해 달린다.

<패닉 런>은 84분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쉴 새 없이 관객을 몰아세우길 시도한다. 와중에 에이미는 아들을 구하려는 어머니 역할과 범인을 추리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노릇까지 도맡느라 러닝타임 내내 분주하다. 영화가 서스펜스를 추동하는 방식은 소재와 감정의 보편성으로부터 기인한다. 영화는 관객에게 익숙한 휴대전화 기종의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화면을 구성하고, 참극에 가족 구성원이 연루됐을지도 모른다는 내재된 불안을 사건의 추리 과정과 줄곧 엮어간다. 그러나 짧은 러닝타임과 인상적 설정이 무색하게 에이미의 질주는 관객의 긴장을 결승점까지 가져가지 못한다. 장면과 장면이 개연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각 신의 마지막은 언제나 영화와 하등 무관한 광활한 숲의 과시적 드론 숏으로 통일돼 있어 같은 구조의 위기를 러닝타임 내내 반복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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