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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문맨’. 관객의 자리를 빼앗는 치졸함
소은성 2023-01-11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할 위기에 처한다. 인류는 다가오는 종말을 막기 위해 ‘달 방패 계획’을 수립한다. 달 기지에서 신무기인 우주 해머를 발사해 소행성을 파괴하고, 그 파편들이 달의 궤도에 흡수되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8년에 걸친 노력 끝에 인류는 마침내 소행성을 파괴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소행성의 파편들이 궤도를 벗어나 달은 물론이고 지구와 충돌한다. 결국 인류의 생존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달에 혼자 남게 된 사람이 있다. 언제나 모난 데 없이 중간만 가기를 바라는 정비팀 소속 독고월(선텅)이다. 달 기지의 모든 사람들이 충돌을 앞두고 탈출하면서, 그가 우주선에 탑승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누구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충돌 이후의 달 기지에는 독고월과 300인분의 114일치 식량과 탈출한 사람들에게 잊힌 또 다른 존재인, 과학연구팀에서 관리하던 캥거루 한 마리가 남아 있다.

영화 <문맨>은 이러한 재난의 상황에서 독고월의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를 투명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 방식이 투명하다 말하는 까닭은 관객의 자리를 지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영화 안에서 사실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고 달 방패 계획의 지휘자들은 달 기지에 남아 있는 독고월의 모습을 카메라로 볼 수 있다. 그들은 지구의 생존자들이 희망을 갖도록 독고월을, 고난을 이겨내는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결정한다. 이에 따라 생존자들은 영화 안에서 관객의 자리를 차지하는 셈이다. 독고월을 지켜보면서 그들은, 영화를 보는 우리보다도 먼저 웃고 울면서 우리가 느껴야 할 감정이 무엇인지 지시한다. 물론 그것은 어떤 감정을 납득시킬 만한 서사가 부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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