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Review] 51번째주
2002-06-04

시사실/51번째

■ Story

화학과를 나온 맥켈로이(새뮤얼 L. 잭슨)는 잘못된 인연으로, 30년간 마약상 리자드(미트 로프)의 수하에서 마약을 만들어왔다. 마침내 자신의 인생을 찾으려는 맥켈로이는 기존 마약의 50배 이상의 효능을 지닌 신종 마약 POS-51을 개발하고, 리자드를 비롯한 마약상들을 모아 성능을 시험하는 자리를 만든다. 폭탄이 터지고, 맥켈로이는 영국의 마약상 듀런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뜬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리자드는 킬러인 다코타(에밀리 모티머)에게 듀란을 죽이고, 맥켈로이를 잡아오라고 명령한다. 전 애인인 펠릭스(로버트 칼라일)가 있는 영국으로 가기는 싫었지만, 모든 빚을 청산하고 25만달러를 준다는 말에 다코타는 수락한다.

■ Review 듀란은 맥켈로이를 마중하기 위해 미국인을 싫어하는 펠릭스를 보낸다. 가던 길에 펠릭스는 훌리건이 가득한 술집에 들어가 시비를 걸고 도망친다. 공항에서는 정보를 입수한 스킨헤드족이 펠릭스에게 접근하다가 두들겨맞는다. 맥켈로이가 온다는 정보를 얻은 부패경찰 케인은 ‘치마입은 흑인’을 잡으려고 대기중이다. 는 수많은 주변 인물들이 시시각각으로 뒤엉키고 이리저리 충돌한다. 등장하기만 하면 시비를 걸고, 싸움이 벌어지고, 결국은 난장판이 된다. 는 엉망진창 소동의 연속이다. 하나의 상황이 차분하게 결말을 짓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법이 없다. 캐릭터도 예사롭지 않다. 축구밖에 모르는 펠릭스는 쉴새없이 미국인들을 씹고, 영국의 마약상은 모든 악의 근원을 성장환경으로 돌리며 요가와 선에 빠져 있다. 여자는 강하고, 남자는 말만 앞세운다. 이런 비일상적인 캐릭터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와 욕망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좌충우돌한다. 그것이 의 유일한 장점이다. 혼을 빼놓을 듯 정신없는 난장판.

할리우드에 진출한 홍콩 출신 감독의 영화는 모두 ‘튄다’. 액션만이 아니라, 세세한 동작이나 편집까지도 반박자쯤 빠르다. 그들의 영상감각과 스타일은 독특하다. 로니 유(우인태)는 홍콩에서 만들었던 <백발마녀전>과 달리, 를 지나치게 감각적으로 만들었다. <천라지망>의 황지강이 <빅 히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많은 홍콩 출신 감독들은 자신들의 존재증명이 현란한 액션과 황당한 소동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빅 히트>는 저 남자가 무엇을 하는지, 왜 소동에 말려들었는지 등이 분명하다. 의 인물들은 전제밖에 없다. 맥켈로이는 자유를 원하고, 다코타는 돈을 원하고, 펠리스는 축구표를 원한다. 단지 그것만으로 잘디잔 사건과 액션들을 계속 이어 붙여간다. 처음에는 재미있고, 황당한 대사와 상황에 웃음짓기도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 지루해진다. 공감이 없는 액션의 연속은 공허하고, 아무리 휘황해도 지루하다. 는 주제가 없는 불꽃놀이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