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Review] 마고
2002-06-11

시사실/마고

■ Story

오염되고, 파괴되고, 더이상 복구할 수 없는 세상. 한웅은 이 죄악으로 가득 찬 세상을 외면하고자 하지만, 그럴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들이 괴로워하는 환영과 악몽에 시달린다. 그렇게 고통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한웅 앞에 어느 날 천무가 홀연히 나타나고. 그녀는 한웅에게 환영 속에 등장하는 12정령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일러주며, 태초의 남자였던 한웅의 속죄와 정화만이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 Review

<마고>는 기네스북에 오를 영화다. 제작진이 밝힌 바에 따르면, 무려 825명의 배우들이 나체로 등장한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서조차 “노출에 관한 한 아직까지 엄격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에서 이러한 영화가 만들어졌고 개봉을 앞두고 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세간의 ‘호기심’과 달리,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일단 진지하다. “파괴로 치닫는 현대 문명에 대한 통렬한 고발”이라는 홍보문구에 걸맞게, 영화는 인간과 문명에 의해 죽어가는 또 다른 생명들의 참혹한 모습을 연거푸 비춘다. 방사능 오염으로 일그러진 얼굴, 폐수에 의해 죽어가는 새, 유전자 조작에 의해 태어난 기형아 등이 등장하고, 이를 가감없이 잡은 클로즈업 장면은 ‘충격보고서’라는 이름이 붙을 만한 미공개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다.

그러나 충격에서 더 뻗지 못한다. 한웅이 떠올리는 시원의 유토피아 역시 충격적이지만 요령부득이다. 아수라(阿修羅)의 현실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선, 낙원이라 불렸던 마고성이 생명의 신비로움으로 넘쳐나야 할 판타스틱한 공간이어야 할 텐데, 도대체 이를 재현하기 위해 공들인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이름 모를 계곡과 들판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뛰노는 여체들을 전시해놓고, “여기가 낙원”이라고 우기는 식이다. 영화는 현실과 시원을 여러 번 오가지만, 보는 이가 한웅을 따라 태고의 문을 열 만큼 그곳이 매력적인 공간은 아니다.

대사 대신 내레이션으로 일관하는 구성이나 명상용 영상물에서나 나올 법한 음악의 과도한 남용 또한 거슬린다. “생명을 중시하라”는 계도는 수없이 반복되며, 음악, 미술, 연극 등 각 분야의 내로라 하는 이들을 스탭으로 끌어들였다지만 조화로운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낙원을 설정하기 위해 모계사회 신화의 주인공인 마고를 끌어왔으면서도, 말미에서 정작 아버지의 법을 거스른 것이 모든 재앙의 원인이었다는 오이디푸스 신화로 변질시킨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영진 anti@hani.co.kr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