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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뚫어야 산다
2002-06-18

■ Story

도둑(전무송)의 아들 정우진(박광현)과 형사(양택조)의 딸 장윤아(박예진)는 게임으로 맺어진 연인 사이. 우진은 건물 내 보안을 뚫고 침투하는 내용의 ‘스틸게임’을, 윤아는 최첨단 방어시스템인 ‘시큐리티게임’을 개발해 각각 정부지원금 신청을 한다. 그러나 정부쪽에서 두 회사가 합치는 조건으로 50억원을 지원한다고 하자 이들은 빌딩 하나를 택해 ‘뚫기’와 ‘막기’ 게임을 벌여 이기는 쪽에 50억원을 몰아주기로 한다. 우진의 삼촌(조형기), 동생 성진(최상학) 등이 ‘뚫어야 사는’ 우진팀, 장용의 오른팔 안복(권용운), 옛 부하 ‘쓰레기’(김진만) 등이 ‘뚫리면 죽는’ 윤아팀을 구성한다. 폭력조직 ‘삽질이파’의 보스 봉창(이재용)이 소유한 빌딩이 게임의 대상이 되고, 건물의 경비 ‘쌍칼’(정운택)이 게임에 말려든다.

■ Review

그래도 조폭코미디는 계속된다. <뚫어야 산다>는 조폭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주인공인 영화지만, 기존의 조폭 소재 영화들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폭력과 가벼운 말장난에 의존하며 ‘형님’과 그의 부하들이 나온다.

각각 도둑과 형사의 피를 물려받은 두 인물이 빌딩 침투와 저지게임을 벌인다는 이야기는 신선하다. 그런데 그 게임의 무대가 조폭 소유의 빌딩이 되면서 영화는 갑자기 방향을 틀어버린다. 으레 자세히 보여지리라 예상되는 주인공 윤아와 우진의 두뇌싸움보다 빌딩 주인인 폭력조직 ‘삽질이파’ 두목 봉창이 부하 쌍칼에 휘두르는 폭력묘사가 영화의 주를 이루면서, 영화는 갈 길을 잃고 표류한다. 자기 아버지의 유품을 잘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봉창이 쌍칼을 산 채로 땅 속에 파묻는 장면 등 ‘삽질이파’의 폭력 장면은 보고 있기 불편할만큼 너무 잔인하다.

잔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진 일당이 빨간색 실을 적외선 감지광선인 양 매놓는 것이나 성진이 윤아팀의 적외선 감지광선을 피하느라 우진 삼촌의 엉덩이에 한참 동안 밀착해 있는 장면 등은 키득거리며 보게 된다. 여기엔 배우들의 체면 차리지 않는 연기가 한몫한다. 특히 조형기의 몸사리지 않는 코믹연기와 박예진의 과감한 액션연기는 볼 만하다.

몬테카티니, 휴에스카 등 해외 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던 단편 <액체들>의 고은기 감독이 연출한 첫 장편영화이며 3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제작비가 쓰였다고 한다. 최수임 sooee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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