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캐논 인버스>
2001-03-27

시사실/ <캐논 인버스>

<캐논 인버스>는 플롯을 잘 짜놓은 영화다.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또 과거에서 대과거를 회상하는 이중 플레시백 구성으로, 세 시간대의 이야기가 바이올린과 인물들에 얽힌 관계의 올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바이올린 경매에서 만난 늙은 블라우 남작과 젊은 여인 콘스탄자가 한나절 마주 앉아 2년 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함으로써 영화는 시작된다. 곧 ‘1968년 프라하’에서, 거리의 바이올리니스트로부터 콘스탄자가 ‘캐논 인버스’ 연주를 듣고 그로부터 바이올린을 건네받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거리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콘스탄자에게 들려준 예노와 데이빗, 소피의 이야기에까지 이른다.

‘캐논 인버스’는 두 연주자가 악보의 처음과 끝에서 각각 연주하기 시작해 결국에는 서로 만나는 음악적 형식. 두 주인공의 애증에 관한 영화임을 제목에서부터 슬쩍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화자의 내레이션이 중간중간 삽입되며 현재로 왔다 과거로 돌아가 이야기를 계속하는, 전형적인 회고담이다. 독특한 점은 비논리적으로 다른 두 시점을 접합시키는 방식. 현재의 창 밖에 바로 과거의 거리가 펼쳐진다든지, 마치 환시처럼 ‘유대인 학살’과 ‘소련군의 프라하 진입’이 겹쳐진다든지 하는 장면을 통해 등장인물의 ‘눈앞에 선한’ 과거의 일들이 그대로 스크린 위에 나타나는 것이다.

음악가의 생을 소재로 다룬 영화는 소재만으로도 마음을 끄는 힘이 있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유려한 음악과 소피 역의 프랑스 여배우 멜라니 티에리가 지닌 아름다움이 청년 예노와 데이빗의 젊은 생기와 합주하는 전반부는 확실히 리드미컬하고 역동적이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느슨해지는 게 흠. 2차대전의 참화가 끼어들면서, 예술가 영화에서 기대함직한 주인공의 광기와 열정을 장황해진 이야기가 대신하기 때문이다. 결말도 다소 싱거운 편. 구성의 묘에도 불구하고 <캐논 인버스>는 그래서 허전한 느낌이 남는 영화다. 가브리엘 번이 의문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최수임 기자 sooeem@hani.co.kr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