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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배드 컴퍼니
2002-07-03

■ Story

CIA 요원 옥스(앤서니 홉킨스)와 케빈(크리스 록)은 러시아 마피아가 입수한 휴대용 핵폭탄을,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빼돌리는 임무를 맡았다. 바이어로 위장해 러시아 마피아와 구매계약을 맺고 오는 길에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케빈이 죽는다. 공작을 성사시키기 위해 CIA는 케빈의 일란성 쌍둥이 동생인 제이크(크리스 록, 1인2역)를 공작에 끌어들이려 한다. 이 쌍둥이는 태어나자마자 헤어져 케빈은 상류층 가정에 입양된 뒤 일류 대학을 나왔지만 제이크는 암표장사 따위 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뒷골목 건달이 돼 있다.

■ Review

흥행 귀재 제리 브룩하이머가 내놓은 <배드 컴패니>는 그 자신을 비롯한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최근 10여년간 즐겨 다뤄온 소재나 장치들을 뒤섞은 교배종이다. <베벌리힐즈 캅>처럼 백인과 흑인 파트너의 버디 무비에, 그들의 직업을 경찰 아닌 CIA로 바꾸면서 <미션 임파서블>류의 첨단장비를 동원한 비밀공작의 긴박함을 곁들이려 한다. 또 미국을 겨냥한 제3세계 테러리스트들의 핵공격 위협이라는, 좀더 최근에 등장한 아이템을 추가했다.

이런 요소들은 하나하나의 오락성은 입증됐을지 몰라도 서로 충돌할 위험이 산재해 있다. 크리스 록의 재담이 스파이 공작의 긴장감과 부닥칠 수 있고, 미국에 대한 핵테러라는 소재는 특히 9·11 뉴욕테러 이후 단순한 오락적 장치로 그치기에는 정치적 무게가 너무 커져버렸다. 각각의 재료가 제맛을 내든 말든 관계없이 그것들을 적당히 버무려 오락상품으로 내놓을 감독으로 조엘 슈마허가 선택된 건 이해가 간다. <배트맨> 시리즈 3편과 4편을 맡아, 팀 버튼이 구축한 이 시리즈 고유의 풍미를 날리고 잡탕 뷔페를 차려 어쨌든 흥행에는 성공했으니까. <폴링 다운>이나 에서 문제가 됐던 이 보수편향 감독의 정치적 위험함도 제리 브룩하이머라면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있다. 이 제작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일수록 위험수위 직전까지만 끌고가 거기서 자제하는 데 빼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드 컴패니>는 이렇다할 오락거리가 되지 못하고 말았다. 국가의 운명을 뒤흔들 공작에 갑자기 끌려들어온 건달 제이크의 갈등이나 당혹감도, 앤서니 홉킨스와 크리스 록 버디 커플의 애증도 모두 어정쩡하다. 랩밖에 모르던 제이크가 며칠 사이에 체코말까지 익히고, 1급 공작원 뺨치는 수완을 발휘하는 것도 어설프고 크리스 록의 재담도 밋밋하다. 뉴욕 안으로 들어온 핵무기의 위협 때문에 헬기가 수십대 뜨고, 미국 특수부대가 총출동함에도 시원한 액션장면이 없다. 테러리스트들의 국적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그냥 일반적인 ‘악당’처럼 처리한 건 제리 브룩하이머답지만 그 때문에 당연히 이야기의 실감이 떨어지고 만다.

미국 언론들의 힐난은 한술 더 뜬다. “9·11 사태로 개봉이 연기된, 테러리스트를 악당으로 설정하는 비정치적 영화들이 다 그렇듯 이 영화는 어딘가 상한 냄새가 난다. 잠시 선반에 얹혀 있었을 뿐이지만 이 프로젝트는 개봉되기 오래 전에 맛이 갔다.”(<뉴욕타임스>) “대부분 에디 머피가 주연했던 흑백 버디 무비들은 80년대, 베를린 장벽이 있을 때 나왔다. 지금 장벽은 무너졌고 에디 머피는 닥터 두리틀로 변신했다. 제리 브룩하이머가 80년대 후반에 구상했던 이 영화는 베를린 장벽의 돌더미들과 함께 묻혀버렸어야 했다.”(<워싱턴포스트>)임범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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