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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긴급조치 19호
2002-07-16

■ Story

미국 대통령으로 마이클 잭슨이, 부통령으로 마돈나가 당선되고 영국에서도 폴 매카트니가 총리로 지명되자 한국의 권력 중심부는 위기감을 느낀다. 청와대 비서실장 김도철(노주현)의 아이디어로 한국 대통령은 노래를 부르거나 듣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긴급조치 19호’를 발동한다. 가수들에 대한 대검거령이 실시된 것. 콘서트를 열고 있던 가수 홍경민과 게스트 김장훈은 공연 도중 군인들에 체포되지만 도철의 딸이자 홍경민의 열렬한 팬인 민지(공효진)를 비롯한 팬클럽 소속 10대들 덕분에 가까스로 탈출한다. 홍경민과 김장훈은 도철을 포함한 정부 고위층 4명을 인질로 잡고 긴급조치 해제를 주장한다.

■ Review

<긴급조치 19호>가 노리는 바를 파악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군인들의 검거작전이 시작되고 하리수, 클릭B, 베이비복스, 샤크라, 싸이, 신화, 강타 등 국내 최고의 가수들이 화면에 등장하면서 이 영화의 포커스는 명료해진다. 방송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기가수들을 총집합시킴으로써 방학을 맞은 젊은 관객을 불러모으겠다는 것. “나 군대면제야”라는 하리수, 동료가수들을 밀고하는 주영훈, 가수가 아닌 개그맨으로 분류되는 캔 등 TV를 통해 익히 알려진 캐릭터를 그대로 스크린 위에 투사하는 전략에서도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이 영화에 미덕이 있다면, ‘인기가수 총출동’이라는 카드를 사용해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름의 이야기를 성실하게 꾸리려 한다는 점이다. <긴급조치…>는 자신들의 우상인 가수를 보호하기 위해 앞장서는 10대들의 순수한 열정과 이를 묵살하는 기성세대 사이의 갈등이라는 요소를 이야기의 뼈대로 세움으로써 한번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도철과 민지가 집안에서 겪는 갈등은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지점이다.

이 영화가 구사하는 유머도 유쾌한 구석이 있다. 검거반에게 “나는 클래식이야, 클래식”이라고 말했던 성악가 김동규가 나훈아의 <>을 간드러지게 ‘꺾어’ 부르는 장면이나 싸이가 검찰에 출두하면서 “나는 마약으로 걸리는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 등에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라는 권위적인 구분이나 가수에 대한 기성세대의 삐딱한 시선에 시원한 한방을 먹이는 통쾌함도 깃들어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것은 10대들의 시위와 광주항쟁을 맞비교하는 몰역사성보다 이후 영화계에 끼칠 영향 때문이다. 자극적인 소재와 스타에 의존하는 방송형 기획이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는 뜬금없는 게 아니다. 제작자인 서세원은 이미 <조폭 마누라>를 통해 ‘조폭코미디’라는 소장르의 영화를 지금도 만들어지게끔 하는 데 지대한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문석 ssoo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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