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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급하지만 사실적이게,<보스상륙작전>
2002-09-03

■ Story

검찰이 룸살롱을 개업한다. 대선과정에 개입한 조폭을 잡기 위한 고육지책, 이름하여 보스상륙작전이다. 검사 태훈(정운택)이 웨이터로, 여경찰 유황불(안문숙)과 냉혈녀(김경숙)가 호스티스로 위장해 조폭 중간보스 독사(김보성)가 사모하는 호스티스 최리(이지현)를 스카우트한다. 과연 최리를 미끼로 조폭의 정치개입 증거를 확보, 일망타진하겠다는 검찰의 계획은 성공할 것인가?

■ Review

조폭을 잡기 위해 검찰이 룸살롱을 연다는 이 영화의 발상은 실로 터무니없다. 검사가 웨이터로, 경찰이 호스티스로 위장한다는 설정 역시 실현가능성 0%이다. 하지만 어이없는 상상이 비판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소림사 무술의 달인들이 축구팀을 만든다는 <소림축구> 역시 현실성 없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문제는 그 다음이다. <보스상륙작전>은 초반 10분과 후반 10분에서만 각자의 임무를 깨닫는다. 검사도, 경찰도, 웨이터도, 호스티스도, 조폭도 모두 본분을 망각한 채 장면마다 한번 튀어보려고 애를 쓴다. 드라마가 어디로 가든 개의치 않는 연출을 보노라면 감독이 영화와 쇼를 혼동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영화 초반부에 <동물의 왕국> 내레이션을 하는 성우 목소리로 ‘룸살롱이란 어떤 곳인가’를 강의할 때는 혹시 혁신적인 연출이 아닐까, 정신이 번쩍 들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안심이 된다. <조폭 마누라>가 전위를 맡았던 조폭코미디 가운데서도 <보스상륙작전>은 상석에 앉기 어려울 것 같다.

영화 전체가 TV 코미디의 개인기 경연대회 같은 <보스상륙작전>에서 정운택의 연기는 도를 넘어선다. 웃기려고 무진장 노력하는데… 애처롭다. 이지현은 <미인>에서 의상이 많이 필요없었지만 이번 영화에선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으로 한몫한다. 김보성은 역시 무게잡는 연기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해서 코미디에 걸맞는다. ‘닭살돋는 멘트’가 충분히 더 들어갔어야 했다. 숨은 공신은 안문숙이다. “내게 강 같은 평화”를 노래하던 그녀가 김보성에게 첫눈에 반하는 설정은 TV시트콤의 이미지에 잘 어울린다. 웨이터로 나오는 윤기원은 순발력이 좋다. 알아듣기도 힘든 험한 욕을 쉼없이 뱉는다. 성현아가 탁자 위를 사뿐히 날아올라 돈많은 남자 옆에 안착하는 장면도 괜찮다. 이런 대목에선 작가의 상상력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TV에서 <남자셋 여자셋> <세친구> 등 성공한 시트콤 작가로 이름을 알린 김성덕 감독은 영화에서 리비도를 남용한다. TV에서 할 수 없는 야한 농담과 심한 욕을 할 수 있다는 데 너무 흥분한 것일까? <보스상륙작전>의 룸살롱 유머는 저급하다는 점에서 사실적이지만 그렇다고 드라마의 질까지 낮출 필요는 없었다. 남동철 namd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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