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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인물이 주는 긴장감,옆길로 새는 연출 <도둑맞곤 못살아>
2002-09-23

■ Story

최강조(소지섭)은 성공한 게임 프로그래머이다. 남에게 밝히지 않는 그의 유별난 취미는 도둑질이다. 공공관청, 박물관 등에 이어 이번에는 잘 지어진 전원주택 한곳을 타겟으로 삼는다. 이 집의 주인은 말단공무원 고상태(박상면)이다. 장가를 잘 가서 근사한 저택에 살지만, 부인이나 아이들로부터 아버지 대접을 잘 못 받는다. 계속되는 최강조의 도둑질 앞에 아무런 대처를 못함에따라 가족들로부터 더욱 내몰린다.

■ Review

나약하고 소심해서 가족들로부터 냉대받는 남자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자신감을 회복해가는 이야기는, 일본 영화나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테마다. 이 영화의 원작도 소설이다. 이런 재미 중 하나는, 현대 보통 가정의 콩가루같은 풍경이다. 위계적 직장사회에 주눅든 남자들은 기운이 없고, 공격적인 건 여자쪽이다. 자식들도 아버지를 만만하게 대한다. 가부장적인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단위인 가정에서, 이렇게 성별, 세대별 역학관계가 도치되는 모습은 유쾌하고 통쾌할 수 있다. 이걸 잘 다루면, 한 중년의 인생에 대한 자각이 될 수 있고(<쉘 위 댄스>), 가족 구성원들간의 관심과 신뢰의 회복이 될 수도 있다(<행복한 가족 계획>). 어느 쪽이든 이야기의 목표가 가부장제의 단순한 복원은 아니다. 남자를 이 지경으로 내몬 애초 원인이 가부장적 사회질서에 있기 때문이다.

고상태도 비실비실한 가장이다. 부인은 선천적으로 맛을 못 느끼는, '미맹'이다. 그런데 요리가 취미다. 고상태는 그 음식들을 먹는 게 지옥같은데, 아이들도 엄마를 따라 미맹이다. "나만 맛있어 하면 만사 화평이야." 말단공무원이 부인한테 매일 3천원씩 용돈 타간다. 이 가장, 행복할까. 최강조도 흥미롭다.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처럼 차려입고 고상태의 집에 들어와서는 TV리모콘과 가계부에 끼워둔 돈 3만원 훔치고, 냉장고 안의 초밥 집어먹는다. 관음증치고 엽기적일 만큼 유치하고 한심하다.

이 둘이 만나 어떤 이야기를 연출할지 긴장감까지 자아내지만, 중반으로 가면서 자꾸 옆길로 새고 '오버'한다. 고상태가 무술도장에 찾아가 남자 성기만 집중공격하는 훈련을 받는다든가, 책깔고 앉은 부인에게 "엉덩이 배기지(100이지) 않아?"라고 물었을 때 "저는 팔십입어요"라는 답이 나오는, 영화의 맥락과 초점이 다른 유머가 많아진다. 그러면서 드라마도 옆길로 샌다. 고상태의 가족내 갈등은 강한 아버지의 바램으로 통합된다. 최강조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불충분하다. 고상태가 최강조와의 주먹대결을 통해 체면을 되찾는 막판에 이르면, '가장'이나 '가정'에 대해 어떤 답을 찾기가 힘들어진다. 임범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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