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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밀어낸 뒤 펼치는 과장된 인물들의 소동극, <2424>
2002-10-15

■ Story

초짜 검사 최두칠(정웅인)은 국내 마약밀매 조직의 총책인 강 회장(주현)이 심복인 박태호(전광렬)의 도움을 받아 해외 도주를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이들의 브라질행을 막기 위해 그는 야무진 민완형사 독고진(소유진)을 대동하고 이삿짐 센터 직원으로 변장하여 강 회장의 애첩인 조광자(예지원)의 아파트에 침입한다. 하지만 이들은 강 회장 일당을 체포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한다. 또 다른 이삿짐 센터 사장 한익수(김래원)에게까지 망신을 당하는 등 허탕을 친다.

■ Review

검찰의 사세 확장이 놀랍다. 이번엔 이삿짐 센터다. 룸살롱을 개업해서 웨이터로 분하는(<보스상륙작전>) 엉뚱한 아이디어에 이어 의 검사는 조폭 타진의 일념으로 이삿짐 센터 직원으로 변신한다. 순직한(?) 아버지의 원한을 풀기 위해서라면 황당함은 가시지만 <보스상륙작전>이 확장한(?) 조폭코미디의 얼개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신선함은 떨어진다.

는 제2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가작으로 뽑힌 작품. 그러나 영화화되는 2년 동안 축은 크게 바뀌었다. 강 회장의 아지트에 이사가게 되면서 온갖 소동의 피해자가 되는 소시민 부부의 사정은 대폭 줄었다. 일례로 신도시 아파트로 이사가면서 벌이는 시부모와 자식들간의 갈등은 아예 빠졌다. 대신 박태호를 붙잡기 위해 포크레인까지 동원하는 최두칠의 좌충우돌 액션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 사이 각종 경품을 미끼로 신문 구독을 강요하는 세태나 도장 홍보를 위해 시범단까지 몰고 다니는 태권도 사범 등의 에피소드는 간간이 웃음짓게 하지만, 단지 연결용 컷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조폭과 검사의 대결에 전력투구한 탓에 마지막 장면에서 온갖 해프닝에 시달리느라 난장판이 된 집을 흰 반창고로 겨우 복구하고서 사진기 앞에서 웃는 가족의 모습에서 어떤 감흥이나 여운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일상을 밀어낸 뒤 펼치는 과장된 인물들의 소동극, 는 완급조절에서도 솜씨를 보여주진 못한다. 느긋하게 해프닝을 둘러보던 카메라는 중턱을 넘고나선 다이아몬드가 숨겨진 고추장 단지를 차지하기 위한 소동을 뒤따르느라 정신없다. 누구나 겪을 법한 소재를 발견해놓고서, 브라운관의 스타들을 불러놓고서 정작 는 엔도르핀을 자극할 만한 코드와 접속하지 못했다.

이영진 ant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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