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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코미디를 답습하다,<유아독존>
2002-11-06

■ Story

전직형사 풍호(이원종), 태권도 선수였던 재섭(안재모), 바보스러운 만수(박상면).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이들은 낮엔 비룡체육관이라는 낡아빠진 도장을 운영하고 밤엔 나이트클럽에서 차력쇼를 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체육관 벽보를 붙이러 나갔던 만수는 한 남자로부터 젖먹이 여자아이 은지(김희수)를 떠맡게 된다. 자신도 추스리기 어려운 세 남자의 ‘좌충우돌 육아도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은지가 물려받게 될 800억원대 재산을 노린 조폭들의 아이 뺏기 작전이 시작된다.

■ Review

육아능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세 남자 앞에 아기바구니가 떨어진다. 남자들은 아이 키우기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점점 아이에게 정이 든다. 한편 그 아기를 쫓는 검은손들이 있다. 남자들은 결국 아기를 지키기 위해 눈물 나는 투쟁을 시작한다.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 익숙한 전개. 그렇다. <유아독존>의 뼈대는 어딜 보아도 프랑스와 미국에서 제작되었던 <세 남자와 아기바구니>의 ‘한국판’이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이 영화의 관심사는 ‘아기 키우기’가 아니다. 경영권을 쥐기 위해 회장을 살해하고 그의 유일한 혈육인 아기를 제거하기 위해 조폭들이 펼치는 한판 쇼와 이 세 남자가 얼마나 한심한 인생을 살고 있나를 보여주는 또 다른 쇼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가끔 정서적인 음악을 깔고 스테레오 타입화한 ‘아기와의 즐거운 한때’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아기 때문에 도장에 손님들이 모여든다거나, 10만원짜리 복권을 아기가 우연히 쥐어주었다는식의 직접적인 수입과 연관된 사실 외에는, 이들이 언제부터 아기에게 정이 들었는지, 왜 목숨 걸고 아기를 구하려 하는지는 끝내 알수 없다.

<반칙왕> 조감독 출신이라는 감독의 이력이 의심스러울 만큼 설명조의 산만한 편집과 콘티뉴이티의 부재, 허술한 시나리오와 조잡한 유머로 점철된 이 영화에선 배달 온 다방 레지에게 ‘젖동냥’을 받는다는 생물학적 난센스도 거침없이 행해진다. <친구> 이후 쭉 한톤의 연기만 보여주는 조폭 두목 마동철(이재용)을 비롯하여 대부분 배우들의 연기는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고, 재섭과의 멜로를 의식하고 만들어진 슈퍼집 딸 소은(김윤경)의 캐릭터는 이렇다 할 사건 하나 없이 불필요하게 소모된다.

지난해 ‘그래, 나 조폭이다’라고 까발리고 시작한 <두사부일체>가 뻔뻔한 조폭코미디였다면, 감상적이고 말랑말랑한 ‘아기’라는 천막을 쳐놓고 결국엔 조폭코미디를 답습하는 <유아독존>은 비겁한 조폭코미디다.백은하 luc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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